日애니메이션 '붓다' 내레이터 최불암, 이름에 佛자 있다보니..

김태은 2013. 5. 10.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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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태은 문화전문기자 = 탤런트 최불암이 부처의 일생을 다룬 일본 애니메이션 '붓다: 싯다르타 왕자의 모험'(2011)의 내레이터가 됐다. 2007년 KBS 6부작 다큐멘터리 '차마고도', 교양 프로그램 '한국인의 밥상', 다큐영화 '법정스님의 의자' 등에서 내레이션을 맡아 호응을 얻은 결과다.

최불암은 9일 오후 이 애니메이션 시사 후 '행복119', '풋과일이 떫은 맛을 내는 것은 찬란한 아름다움이다' 등의 저서를 낸 성담스님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었다. "종교를 가지고 있진 않지만 동양정서를 지닌 불교를 좋아한다. 불암이라는 이름에 부처 불(佛)자가 들어있어 성장하면서 부처님 생각을 따르려고 많이 애를 쓰진 못했지만 내 몸에 배어있는 것이 있다"는 얘기로 시작했다.

"내 본명은 최영한이다. 아버지(최철)가 내가 여덟살 때 35세로 단명했는데 큰아버님이 무녀독남 외아들인 너 만은 오래 살아 대를 이어야한다며 중학교 1학년에 들어가자마자 장수하는 이름이라고 불암이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부처 불자가 들어있어 어머니도 큰 이름이라며 차마 부르지 못했는데, 군대 다녀와서 연극할 때 방송녹화하는 분이 세트 담당도 최영한이고 한자까지 같아서 편집자로 어려움을 겪는다고 해서 어머니에게 이런 상황이니 이 이름을 써도 되겠느냐고 허락을 받고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특이한 이름 때문에 놀림도 많이 받았다며 "다방에서 기다리고 있을 때 친구가 전화해서 '최불암 있느냐'고 물으면 레지가 '무슨 장난 치세요'라고 타박도 했다"는 일화도 전했다.

이 애니메이션의 내레이션을 맡게 된 것에 대해 "어떤 의미에서는 국민종교라고 할 수 있는 불교, 붓다의 시련, 정신의 고귀함은 무엇인지를 아이들에게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을 우선했다"며 "일본어 버전에서는 여자가 내레이션을 맡았다. 아내(탤런트 김민자)가 방안에서 연극하느냐며 시끄럽다고 하는 우렁우렁 울리는 '목욕탕 목소리'로 해도 되겠느냐고 했는데, 선생님 이름과 잘 맞아떨어지니 해달라고 청해서 하게 됐다"고 밝혔다.

"성우가 아니라 육신을 활용하는 배우로서 음성만 들어가는 다큐를 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아 처음 섭외가 왔을 때는 많이 거절을 했었다. 성우들에게 죄송하다"면서 "배우는 언어가 70%고 나머지가 연기 등인데, 말이라는 것이 가슴과 뇌에서 공감돼 나오는 것이니 그런 의미에서 용납을 받은 것 같다"고도 했다.

내레이션만으로도 감동을 전하는 비법에 대해서는 "일단 가슴에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내용에 공감하고 사실을 표현한다는 사명을 갖고 몸 전체로 진실하게 해설을 쏟아내 진심을 표현해야한다"며 "매주 55분길이의 '한국인의 밥상'을 녹음하고 나면 기운을 다 쏟아내 지쳐서 말도 하기 싫은 지경이 된다. 집으로 바로 가서 고꾸라질 정도로 5감과 내 육체의 모든 부분을 다 동원해서 연기하듯이 한다"고 전심전력을 다할 뿐이라고 전했다.

성담스님은 애니메이션에 대해 "인간의 세상살이는 25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어렵고 괴로운 삶의 문제가 예나 지금이나 인간의 숙제인데, 깨달음을 얻을 수 있도록 이야기가 전개된다"며 "석가모니는 부모에게 등돌리고 아내, 자식, 나라를 버린 세상에서 가장 큰 잘못을 한 사람이다. 세상기준으로 따져보면 나쁜 일만 골라서 다 했는데 왜 25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분으로 받들고 있는지 깊이 성찰하고 종교를 떠나서 조명해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또 "인간의 죽음도 내가 어떻게 존재하느냐로 발상의 전환을 해서 질문해보면, 공기 덕분에 숨을 쉬고, 물 덕분에 갈증을 해소하고, 농사꾼, 햇빛, 땅이 있어야 밥을 먹는다. 나 아닌 것의 도움없이는 나는 존재할 수 없구나, 나 아닌 것이 곧 나라고 결론이 나면 자기 삶이 확장이 된다. 내가 다시 내뱉는 공기, 내가 다시 소변으로 배출하는 물이 다 난데, 그러면 내가 죽는다는 말과 멀어진다. 또 하나는 내가 살았다, 혹은 죽어서 없다는 것은 마음이라는 도구를 가지고 알게 되는데 마음이 있던 이전의 분별하지 않은 상태에서 보면 온전하고 완전한 상태로 존재할 뿐이다. 석가모니의 진가가 여기 있고, 인류에게 가장 큰 선물이구나라고 확신하고 있다"는 승려다운 말을 했다.

'붓다: 싯다르타 왕자의 모험'은 일본에서 '만화의 신'이라 추앙받으며 '우주소년 아톰' 등 명작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낸 데즈카 오사무(1928~1989)의 만화 '붓다'를 원작으로 했다. 1972년부터 1983년까지 11년에 걸쳐 연재된 대작으로 국내에도 10권으로 출간돼있다.

석가탄신일 하루 전인 16일 국내 개봉하는 이 애니메이션은 모리시타 코조가 감독, '꽃보다 남자'의 요시카 레이코가 각본을 맡았다. 일본의 유명 록밴드 X재팬의 '스칼릿 러브 송'이 메인주제가로 사용됐다. 2001년부터 기획해 총3부작으로 제작될 예정이며 '붓다: 싯다르타 왕자의 모험'은 극장판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이다. 왕자로 태어난 출생부터 성장기, 출가에 이르는 과정을 담았다. 석가모니의 탄생기원에서 모티브를 가져왔지만 상세한 에피소드들은 데즈카 오사무의 상상력으로 메워졌다.

teki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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