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령 "'야왕'때 시어머니 세상떠나..멜로신 힘들었다"(인터뷰①)

송승은 2013. 4. 20.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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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송승은 기자] 중년에 꿈꾸던 이상형을 찾았다. 김성령이다. 온화한 낯빛 사이로 흐르는 소리 없이 냉한 미동이 정말 묘한 조합이다. SBS 월화드라마 '야왕'이 선물한 신데렐라 인기에도, 배우의 길을 재촉하는 초조함에도 정상 궤도 이탈은 어림없다. 조용한 붓질을 멈춘 적 있었던가. 주어진 매일이 감사할 뿐 요동칠 것도 고개 떨굴 것도 없는 그다.

김성령은 '야왕'으로 누적된 피로를 부산 바다에 시원하게 날려 보냈다. 아들 친구 엄마들과 함께 한 짧은 여행. 사랑하는 이들과의 시간들이라 더없이 신나고 소중했다. 일터로 돌아온 그는 피곤한 기색이었다. 알고 봤더니 7년간 집안일을 도와준 아주머니와의 헤어짐이 마음 아파서다. 참 다감한 모습이 인간적이다. 서운해 밤잠을 설쳤다며 잠깐 표정이 어둡더니 이내 인터뷰에 집중했다.

그는 1988년 제32회 미스코리아 진에 당선되면서 연예계에 데뷔했다. 드라마 '폭풍의 계절' '왕과 비' '줄리엣의 남자' '미남이시네요' '추적자 THE CHASER' 영화 '누가 용의 발톱을 보았는가' '숲속의 방' '가면' '의뢰인' '자칼이 온다' 등 거쳐 간 작품만 해도 수십 편이다.

지난 2일 인기리에 종영된 '야왕'(이희명 극본, 조영광 연출)에서는 백도경 역을 맡아 버릴 것 없는 꽉 찬 연기로 캐릭터에 생명력을 더했다. 화려한 패션에 기품 있는 현대적 감각은 로열패밀리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재벌가는 동떨어진 세계, 호적관계 이해 안됐다

'야왕'은 '추적자'때 B팀 촬영을 했던 조영광 PD가 연출을 맡은 작품이다. 당초 백도경 역은 이미연이 유력했으나 무산됐고, 그 기회는 김성령이 잡았다. 망설일 이유가 없는 선택이었다.

이 작품은 높은 시청률만큼 잡음도 있었다. 극이 전개될수록 현실을 무리하게 건너뛰는 설정으로 시청자들을 이해 곤란으로 몰고 갔다. 신분상승 세탁으로 복수에 다가가는 하류(권상우)와 요술방망이를 쥔 듯 권력을 주물러대는 주다해(수애)의 야망은 반전과 기대를 비웃듯 쉽게 그려졌다. 그 외 캐릭터들도 탄탄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로 점점 빛을 잃어갔다.

백학그룹 장녀 백도경을 연기한 김성령은 캐릭터에 대한 아쉬움을 자문자답으로 풀고 갔다. 백도훈(정윤호) 아버지의 생존 여부와 아들을 동생이라 부를 수밖에 없는 사연을 디테일하게 듣지 못해 아쉬워했다.

"백도경 스토리니까 밝혀지길 기대했는데 남편과의 과거도 택배 온 것으로 사건이 지나갔다. 아들이라 부르지 못하고 지켜본다는 것도 힘들었다. 주다해를 이렇게까지 싫어해야 되는지 잘 모르겠더라. 다해를 심하게 미워하는 것 아니냐고 PD에게 어필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자식의 일이라 그럴 수도 있다는 부분에 공감하려고 노력했다."

백도경은 도훈을 남동생으로 부른다. 드러낼 수 없는 모성애라 더 가슴 아팠다. 하지만 굳이 아들임을 숨겨야 했는지 납득하기 어려웠다.

"호적상 동생으로 올려진 것이 이해가 안됐다. 격에 맞지 않는 남자 사이에서 얻은 자식이라 밝히지 못한다면 나하고는 동떨어진 세계다. 재벌가 얘기라 그 부분은 잘 모르겠지만. 혼자 백도경 과거에 대해 고민 좀 해봤다. 처음엔 이덕화 선생님께 쌀쌀맞게 연기했다. 아빠한테 좋은 감정이 아닐 거란 생각에 눈도 잘 안쳐다봤다. 나중에 연민을 느끼는 것을 알게 되고 부모니까 용서하나보다 그랬다."

백도경은 주로 감정을 드러내놓기보단 안으로 삭인다. 내면 연기 힘들진 않았는지 묻자 차분히 말을 이어갔다. 내 겉모습이 얌전해보여 절제된 연기라 표현하지만 캐릭터에 맞게 연기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목소리가 가늘고 여성스런 감성이라 내가 해석하는 대본은 대부분 그렇다. 백도경이 감정을 막 드러낼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니었기 때문에 감정 잡기가 어려웠다. 그런 면에서 권상우와의 멜로도 조금 힘들었다."

극 초반에 있었던 승마신은 우아한 분위기를 더 돋보이게 했다. 그는 능숙한 승마 실력을 뽐냈다. 하지만 육체적으로 힘들었다며 그때를 회고했다. 방송에선 짧게 나왔지만 좋은 장면을 위한 제작진과 김성령의 숨은 노력이 컸다. 화면에 쓸 분량을 찍기 위해 말을 타고 몇 시간을 달렸다. 방송에선 편하게 보여도 촬영 내내 말에서 떨어질까 봐 심장이 쿵쾅거렸다고 한다.

"입은 계속 웃어도 머릿속은 불안한 생각으로 가득했다. 이 작품을 하기 전에 승마를 배웠지만 잘 달릴 정도의 실력은 아니었다. 마음속으로 기도하며 목숨 걸고 탄 덕분에 승마 실력도 크게 늘었다."

막장 논란은 여러 원인, 엔딩은 작가 선택에 동의

'야왕'은 막장 논란 앞에서 당당하지 못했다. 제작진도 배우들도 힘든 시간이었다. 김성령은 감히 방법론까지 말할 수 없지만 안타깝다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여러 원인이 있는 것 같다. 막장이면 시청률이 잘 나오는 잘못도 있고, 제작비 절감하는 제작사나 총괄하는 방송사 책임일수도 있다. 근데 배우들은 힘들다. 감정이 우러나오지 않는 대본을 갖고 연기하기란 쉽지 않다. 연기자는 마음이 움직여야 되는데. PD나 작가와 트러블이 있어도 조정할 여유조차 없이 찍었다. 힘들게 촬영하면서도 시청률이 잘 나오는데 감사했다. 초반에 '야왕' 반응이 좋아서 그대로 가길 바랐는데 아쉬움은 있다."

백도경의 엔딩신에 대해서는 작가의 결말을 지지했다. 권상우와의 멜로는 생각지도 않았지만 '차도커플'이 잘됐으면 하는 의견이 많아 은근 신경 쓰였다고 했다.

"엔딩은 작가가 맞다고 생각한다. 차재웅이 나한테 올 게 아니라 각자의 삶을 사는 게 전체적 마무리에 무리가 없다. 두 사람이 감정을 정리할 시간이 없었던 것이 아쉽긴 하다."

'야왕' 24회는 25.8%(닐슨코리아)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SBS 드라마국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작품의 인기와 김성령을 향한 대중의 사랑은 비례했다. 분량에 비해 존재감도 압도적이었다.

시댁 반응을 묻자 남편과 시누이가 퍽 좋아했다고 한다. 하지만 드라마 중반쯤 시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오랜 병고 끝이라 이미 가족은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촬영 중간에 알게 돼 놀랐고 급히 다녀오느라 발인만 보고 왔다." 갑자기 당한 상이지만 '야왕' 동료들의 위로는 큰 힘이 됐다.

송승은 기자 sse@tvreport.co.kr사진=김재창 기자 freddie@tv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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