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경, 그녀에게 생긴 일

2013. 4. 19.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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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경은 독하다'. 유난히 굴곡 많은 인생과 마주했던 그녀에게 생긴 '꼬리표' 같은 거다. 하지만 오늘은 분명 다른 느낌이다. 흘러나오는 음악에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넌지시 농담을 꺼내 분위기를 띄우는, 여유가 느껴진다. "스스로 조금씩 비워냈고 이제 좀 편해진 것 같다"는 그녀.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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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한 선입견

촬영 약속 시간 7분 전, 매니저에게서 전화가 왔다. 늦는다는 전화겠다 싶어서 받으니 근처인 것 같은데 계속 헤맨다는 볼멘소리 너머로 "저기 아닌가? 맞는 것 같은데! 나 먼저 내려갈게"라는 다급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더니 10초도 지나지 않아 빠른 종종걸음으로 한 여자가 뛰어 내려온다. 배우 신은경이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손에서 땀이 났다. 보통은 매니저가 먼저 스튜디오에 내려와 예고를 한 후 연기자가 등장하는 시나리오인데, 오늘은 왠지 역공을 당한 기분이었다. 아무 준비도 못한 채 악랄한 < 욕망의 불꽃 > 의 윤나영이 오버랩되고, 완벽주의자에 가까울 정도로 깐깐하다는 그녀의 '뒷소문'까지 떠오르면서 긴장감이 최고조로 올랐다. 하지만 웬걸, 아기 같은 해맑은 미소에 90도로 몸을 꺾으며 "안녕하세요. 오늘 예쁘게 잘 부탁드려요"라며 그녀가 다가오는 반전이 펼쳐진다. 촬영 때 입을 의상을 미리 보자는 여배우 특유의 태클도 없고, 메이크업할 때도 까다롭게 굴지 않는다. 그냥 감사하다는 듯 웃을 뿐이다. 짐작했던 '무데뽀' < 조폭마누라 > 차은진, 당돌한 < 불량커플 > 김당자는 어디에도 없었다. "사실 2년 전까지만 해도 저 많이 예민하고 까다롭게 굴었어요. 그땐 '비가 오면 홍수 날 텐데 어쩌지' 하는 식으로 매사를 크게 부풀려 걱정하니 예민할 수밖에 없었죠. 그래서 방송가에서는 '신은경 악독하다' '신은경 까다롭다'라고 소문났었어요. 한마디로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거예요. 지금은 스스로 조금씩 비워냈고, 이제 제법 편해진 것 같아요." 이제는 과거일 뿐이라며 덤덤히 전하는 그녀. 아무 선입견 없이 스스로 변화하고 있는 신은경이 궁금해졌다.

▲블랙 재킷 14만9천원 ZARA, 화이트 롱 셔츠 34만8천원 봄빅스, 블랙 스틸레토 힐 30만원대 나무하나.

다시, 터닝포인트

지난해 4월, SBS <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 > (이하 < 힐링캠프 > )에 출연한 것은 배우로서 그리고 여자로서 신은경에게 큰 전환점이 되었다. 그동안 무면허 음주 운전, 경제적 압박, 이혼의 상처, 뇌수종을 앓고 있는 아이까지 그녀를 힘들게 한 올가미를 속 시원하게 풀어놓은 시간이었다. 아역 배우를 할 때부터 집안의 가장 노릇을 해온 신은경은 지난 몇 년간 크고 작은 송사에 휘말리면서 출연료 압류까지 당했다. 심지어 < 욕망의 불꽃 > 촬영 당시 빚쟁이들이 촬영장까지 찾아와 독촉을 했고 이로 인해 '신은경은 빚이 많다'는 소문이 퍼져 4편의 드라마 출연이 무산되기도 했다. 1996년 무면허 음주 운전도 역시 돈이 문제였다. 아버지의 사업 빚을 갚는 데 그녀의 출연료를 다 쓰고도 내지 못한 세금이 남아 전전긍긍하던 중이었다. 출연하기로 약속된 영화 제작사 대표에게 출연료를 선불로 달라고 부탁하기 위해 마련한 술자리에서 차마 말을 꺼내지 못하고 술만 마시다가 운전대를 잡은 것이 인생의 오점을 남겼다. 심한 자책의 시간을 보냈고, 세상의 그늘을 경험했으리라. 천생 배우인지라 그녀는 다시 영화 < 창 > 과 < 조폭마누라 > 로 복귀했다. 6백70만 관객을 기록하며 '역시, 신은경'을 입증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 결혼 4년 만에 이혼하며 전남편의 인감 도용으로 '돈 떼먹은 연기자'라는 꼬리표까지 그녀를 걸고넘어지는 거였다. '벼랑 끝에 나를 던져라' 정말 딱 그 심정이었다. 경제적 압박감도 힘들었지만 마음의 상처가 더 컸다. 의지할 건 술뿐이었다. 집에 혼자 앉아 마시는 것이 일상이었다. 이렇게 해서라도 현실을 외면하고 싶었고, 그 순간만큼은 행복하다고 착각 할 수 있었다.

"더 이상 안 되겠더라고요. 뭔가 변화가 생기지 않으면 못 버틸 것 같았어요. 배우로서 이미지 전환에도 도움이 되겠다 싶어 양악수술을 했어요. 호흡곤란을 겪을 정도로 힘든 시간이었어요. 단순히 예뻐지려고 한 게 아닌, 그 순간의 절박함이었기에 잘 이겨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여러 상황을 겪고 난 후 교회에도 다니기 시작했다. 신앙의 힘은 술보다 강했다. 2년 전부터는 금주하기로 하나님과 약속했다. 신기하게도 술을 끊은 3일 후부터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맛, 향, 소리 등의 오감이 자유로워지는 경험을 하곤 더욱 신이 나서 금주를 했다. 요즘은 가족과 둘러앉아 삼겹살을 구워 먹다가도 갑자기 행복한 마음에 울컥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촬영이 없는 날에는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해요. 저보다 더 많이 아파하고 고생한 엄마와 함께 다음 주에 런던으로 힐링 여행을 떠나기로 했어요." 이제야 비로소 행복을 느끼고 산다는 그녀. < 힐링캠프 > 방송 후 수많은 응원의 팬레터를 받은 건 물론, 가수 인순이와 탤런트 박원숙이 그녀를 따로 불러 용돈까지 손에 쥐여주며 응원의 메시지를 건넸단다. 새삼 '나는 사랑받고 있구나'라는 감격에 이겨낼 힘을 얻었다. < 힐링캠프 > 방송 중에 "50부작 드라마 하나만 하면 빚을 다 갚을 수 있어요"라고 한 말은 작년 말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 그래도 당신 > 의 차순영 역으로 이어지는 쾌거를 이뤘다. 게다가 SBS 연말 연기대상에서 '주말 연속극 부문' 우수상을 수상하는 기쁨까지 얻었으니, 진부한 표현이긴 해도 이거야말로 고진감래(苦盡甘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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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스코어,10점만점에 6점

곱게 치장한 얼굴로 말을 이어가는 신은경을 보니 몸에 보기 좋게 살이 붙어 글래머러스해진 느낌이다. "요즘은 하루에 여섯 끼 먹어요. 살을 찌운 후 근육을 만들어 근사한 보디로 거듭나려고요. 운동도 매일 2시간씩 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면역력을 키우려고 시작한 건데 주변 사람들이 살이 조금씩 오르니 보기 좋다고 해서 더 열심히 하게 되더라고요. 반신욕은 전체 혈액순환과 건강에도 좋아서 15분씩 매일 꼭 하고, 그 시간이 아까워 얼굴에 팩을 붙이고 앉아 있지요." 집 밖으로 한 발자국도 안 나가도 머리를 두 번씩 감을 정도로 알고 보면 '가꾸는 여자'라며 웃는다. 이날 촬영 중간에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서 급한 마음에 여배우를 배려하지 않은 떡볶이, 어묵, 순대, 튀김 등 분식을 주문했는데 '왜 이런 음식을 시켰느냐'며 타박하지 않고 "좋아하는 것만 딱 골라서 시켰다"며 좋아했다. 그러더니 어묵 국물을 그릇째 들고 마시고 스태프가 남긴 밥도 마다하지 않고 싹싹 긁어 먹는 모습이 호탕한 옆집 언니 같기도 했다.

"정점의 위치에서 바닥까지 떨어진 인생이지만 다시 천천히 정상으로 올라가고 있습니다. 여유의 행복을 느끼면서요. 현재의 삶을 평가하자면 10점 만점에 한 6점인 것 같아요. 올해는 어떤 배역이든 최선을 다하다 보면 못해도 9점까지 채우지 않을까요?"

가슴 저린 시간을 보낸 그녀의 건강하고 유쾌한 에너지는 해피 바이러스를 넘어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좋아하는 것들로 채울 수 있는 하루가 주어진다면 무얼 할 거냐는 질문에 아이와 놀아주기, 반신욕, 쇼핑, 맛있는 음식 먹기란다. 엄마로서, 여자로서 누려야 할 소소한 일상은 어쩌면 신은경이 가장 이루고픈 꿈일지도 모르겠다. '어쩔 수 없이' 철저히 차가워야 했던 여배우는 겨울을 지나 비로소 행복이라는 따뜻한 봄을 맞이한 듯하다.

▲블랙 & 화이트 점프 슈트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비즈 장식 펌프스 힐 4만9천원 슈즈원.

▲진주 장식 블라우스 18만원·화이트 스키니 진 13만8천원 모두 101noon, 구슬 장식 블레이슬릿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레더 링 가격미정 엠주.

▲화이트 레이스 원피스 가격미정 에이콜렉터, 실버 링·귀고리 모두 가격미정 101noon.

기획_정미경 기자 | 취재_김은혜 기자 | 사진_임한수 | 스타일리스트_신우식 | 헤어_유다 | 메이크업_류현정 | 제품협찬_봄빅스·데무·페르쉐·에스콰이어(02-3442-3012), 나무하나(02-512-4393), 슈즈원·레베카밍코프(02-3443-1703), 에이콜렉터(www.acollector.co.kr), 세렌(02-545-5134), 드레스룸·도니아(02-548-2036), 모그(02-515-9895), 엠주(02-3446-3068), 101noon(02-6082-9996),까르네듀스틸(www.carnetdustyle.co.kr), ZARA(02-501-6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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