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산행 패션] "내 등산 의류는 분신이나 다름없어요"

글·한필석 부국장 2013. 3. 14.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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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옥 서울시산악연맹 이사

↑ [월간산]

이영옥(李英玉·52·중앙대 산악부 OB)씨는 산에서 청춘을 되찾은 암빙벽등반 마니아다. 그녀는 1979년 중앙대 약대 입학과 동시에 산악부에 가입해 열정적인 등반을 했으나 졸업 이후 약사로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후 산에 갈 짬이 나지 않았다.

2004년부터 언니 두 사람과 함께 산을 찾은 것은 건강을 위해서였다. 틈 날 때면 도보산행을 즐겼다. 2006년 사기막골에서 출발해 상장능선과 영봉을 거쳐 인수야영장으로 내려섰다가 잠수암바위로 올랐다.

"아~, 나도 저런 거 했었지 하는 기억이 번쩍 났어요. 곧바로 언니들에게 얘기했어요. 나 다시 바위 할 거야."

이듬해인 2007년 대학 산악부 OB들을 규합해 다시 암벽등반을 시작했다. 한데 그녀가 한창 산을 다니던 시절과 모든 게 달랐다. 등반기술은 물론 장비도 생소한 것이 너무 많았다. 내 안전과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쳐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내린 결론이 재교육이었다. 2008년 봄 코오롱등산학교에 입교했다.

정규반 교육 기간 중 열정이 더욱 뜨거워진 이영옥씨는 여름 암벽반, 겨울 빙벽반까지 스트레이트로 해내기로 마음먹었다. 암벽반을 앞두고 체력을 단련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선배들이 트레이닝 장소로 추천해 준 곳이 지금은 코오롱등산학교 교육센터에서 관리하는 우이동 오투 실내인공빙장이었다.

"선배님들과 운동하며 많은 걸 배웠어요. 장비를 빌려 사용하면서 나한테 알맞은 장비와 등반에 적합한 의류는 어떤 것이 있는지 생각도 많이 했어요. 그렇게 심사숙고 끝에 구입하다 보니 지금까지 불편함 없이 사용하고 있어요."

이영옥씨는 웃옷은 마무트 플리스 티셔츠를 즐겨 입는다. 신축성이 좋아 등반하는 데 걸리적거리지 않기 때문이다. 바지는 마무트 몬테로사 팬츠다. 원래 스키복인 이 바지는 무릎 부위에 소프트쉘 원단을 사용해 관절을 움직이는 데 걸림이 없이 부드럽다. 바지 끝단에 안티스노용 속바지를 덧대어 스패츠를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통이 좀 넓어 크램폰 앞발에 걸리는 게 아쉬운 점이다. 2009년 초 구입해 만 4년 입었다.

속옷은 몸을 따뜻하게 해주기 위해 얇은 제품으로 두 겹 겹쳐 입는다. 안에는 100% 울제품을 입고 기온에 따라 아주 추울 때에는 폴리에스터와 울이 반반 섞인 제품을 덧입고, 견딜 만한 날씨면 얇은 폴리에스터 제품을 덧입는다.

재킷은 2009년 말 등산의학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서울시산악연맹에서 이사들의 단체복장으로 구입한 제품이지만 그녀는 마음에 들어한다.

"단체로 구입하다 보니 선택폭이 좁을 수밖에 없었는데 정말 마음에 들어요. 빨간색은 푸르스름한 빛이 도는 하얀 빙벽에서 눈에 확 띄는 깔끔한 색감을 가지고 있어요. 팔목 부위는 벨크로 테이프로 조일 수 있어 두꺼운 장갑을 끼고도 조작이 간편하고요."

이영옥씨는 "지퍼는 위아래로 열 수 있어 편리하고, 일체형 후드는 넉넉해서 헬멧을 착용한 상태에서도 쓸 수 있고 지퍼를 올리면 목으로 들어오는 바람을 막아줘 보온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극찬했다.

라스포르티바 스펜틱 빙벽화는 무겁고 투박하지만 중년 들어 수족냉증으로 고생하던 그녀에게 엄동설한이 몰아치는 날씨에도 빙벽에 다가설 수 있게 해주었다. 이영옥씨는 "이중화 가죽부츠여서 보온력이 뛰어나다"고 말한다.

이영옥씨는 2008년 여름 빙벽등반에 입문한 이후 거의 매년 토왕폭을 찾았다. 지난해까지 다섯 번이나 완등을 했다. 지난해 여름에는 키르기스스탄의 악사이산군 원정등반도 다녀왔다. "이제 내 영혼은 바위와 얼음에 빼앗겼다"는 이영옥씨는 "등산복은 '나의 분신들'"이라 말한다.

"제가 사용하는 등산복과 장비들은 북풍한설에 맞서 이겨내고, 소나기같이 쏟아지는 낙수를 막아내는가 하면, 총알처럼 쏟아지는 낙빙을 받아낸 보물들이에요. 이제 쭈글쭈글해진 고어재킷, 바짓단을 두어 번 덧대고 꿰맸지만 크램폰 앞발에 의한 상처가 선명한 소프트쉘 팬츠, 덧댄 생고무에 물이 스며 그 빛을 잃은 스펜틱 빙벽화…. 너무 소중한 옷들이에요."

이영옥씨는 "그 빛나는 기능들이 없었던들 내일의, 미지의 등반을 꿈꿀 수 있으랴"며 고마워했다.

1 베스트_파타고니아 RN

바람막이 기능이 있는 플리스 원단으로 가볍고 따듯하지만 부피가 커서 날씨가 좋은 날 겔렌데 등반 때 주로 입는다.

2 집티_마무트 플리츠 티셔츠

신축성이 좋아 동작이 큰 등반을 할 때에도 불편함이 없다.

3 장갑_그리벨 장갑

가볍고 얇아서 그립감이 좋아 레이싱용이나 실내용으로 사용한다. 야외에서는 보온성에 우선으로 그림감에 좋은 제품, 낙수 심한 빙벽에서는 방수가 우선으로 해서 선택한다.

4 바지_마무트 몬테로사 팬츠

무릎 부위에 소프트쉘 원단을 사용해 관절을 움직이는 데 걸림이 없이 부드럽다. 바지 끝단에 안티스노용 속바지를 덧대어 별도로 스패츠를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5 헬멧_페츨 메테오르3

가볍고 크기 조절이 용이하나 상대적으로 약하다.

6 빙벽화_라스포르티바 스펜틱

투박하지만 보온성이 좋아 발이 차가운 사람들에게는 유리한 제품이다.

7 크램폰_페츨 M10

키킹 감이 좋으며 보조발톱과의 간격이 알맞아 장시간 등반해도 종아리 피로감이 덜하다. 무겁다는 단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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