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장기침체 '직격탄'..금융위기후 기싸움에 몰락 자초

2013. 3. 13.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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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두바이'물 거품.. 7년의 그림자 돌아보니

시작은 정치적-코레일, 경부고속철도 빚덩이 4兆-개발이익 연연 출자사와 갈등초래비용은 눈덩이-서부이촌동 보상비 아킬레스건으로-초기 총사업비 26조서 31조로 늘어사업은 제자리-"사업 불투명" 삼성물산 지분 포기-코레일·롯데관광개발간 잇단 충돌

31조원의 사업 규모로 단군 이후 최대의 개발사업으로 불리던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결국 파산 수순을 밟게 됐다. 2006년 개발사업의 첫 발을 떼던 시기만 해도 부동산 경기 활황에 서울 최고의 금싸라기 땅이라는 평가 속에 '제2의 두바이' 꿈에 부풀 정도로 면면이 화려했던 개발사업이 7년 만에 좌초되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하지만 사실 용산 역세권 개발사업은 사업의 출발 동기부터 다분히 정치적이었다는 분석이다. 용산 역세권 개발사업은 정부가 경부고속철도를 건설하면서 진 빚 4조5000억원을 코레일에 안기면서 시작됐다. 경부고속철은 개통 첫 해 6062억원의 막대한 경영적자를 발생시켰는데, 정부는 철도 경영 정상화 대책으로 이를 해결하려 했다.

코레일이 보유한 용산차량기지를 개발하고 이에 따른 개발이익으로 코레일의 부채를 해결하는 방식이 주된 골자였다. 당시 코레일은 민간사업자에게 땅을 팔아 빚을 갚고 민간사업자는 그곳을 개발해 이익을 가지면 되는 단순한 구조였다. 하지만 이후 코레일이 대거 지분을 출자하며 개발사업에 직접 참여하며 사업구조 자체도 변질되기 시작했다. 이는 현재 코레일과 민간출자사의 갈등구조를 만드는 결정적 단초가 됐다.

이후 2007년에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에 또 다른 변화가 생겼다. 2007년 서부이촌동이 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에 포함한 것이다.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은 한강변 서부이촌동이 포함된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라는 사업을 자신의 대표사업으로 내세우며 강력히 밀어붙였다.

애초 용산차량기지만 개발하면 되는 사업에서 서울시의 의지에 따라 민간주택지까지 끼어든 것. 서부이촌동 보상 문제를 드림허브에 맡기면서 서울시는 용산 개발사업을 '한강르네상스'의 핵심으로 삼으려 했다. 당연히 복잡한 보상 문제로 개발에 필요한 시간이 늦어지고 필요자금이 더 커졌다.

2006년 용산 역세권 개발사업 계획을 확정할 당시 총사업비는 26조원이었다. 하지만 서부이촌동 보상을 포함하면서 4조원, 사업비 조달 지연 등 착공 지체로 1조원가량 등이 더해지면서 총사업비는 31조원 규모로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됐다. 이후 2200여가구에 이르는 서부이촌동 주민의 보상 문제는 용산 개발의 아킬레스건이 됐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은 결국 채무불이행(디폴트)으로 파산 절차에 들어갔다. 사진은 용산개발 사업 조감도.

설상가상 2007년부터 시작된 미국과 유럽발 글로벌 금융위기로 사업성은 더욱 나빠졌다. 부동산 경기는 장기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결국 건설 주관사이던 삼성물산은 2010년 용산역세권개발(AMC)의 지분을 넘기고 주관사 지위를 내놓기에 이르렀다. 사업성이 불투명해졌다는 이유였다.

삼성물산에 이어 AMC 지분을 넘겨받은 롯데관광개발은 우리금융지주 회장 출신인 박해춘 회장을 영입해 사업의 선봉장으로 세웠다. 그러나 박 회장의 실적은 홍콩의 한 사모펀드로부터 115억원을 투자받은 것이 전부다.

결국 사업무산 위기에 몰리자 2011년 출자사는 사업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고 그 해 9월 드림허브가 1500억원의 전환사채를 발행해 코레일과 삼성물산 롯데관광개발이 인수했다. 하지만 자금은 금융비용 충당에만 사용될 뿐 사업은 진척이 없었다. 이후로 추가 투자도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코레일과 롯데관광개발이 사업진행 방식을 두고 기싸움을 벌이며 시간만 보내는 사이 자금은 다시 바닥을 보였고, 롯데관광개발이 코레일의 모든 요구에 따르겠다며 백기를 들었지만 사업무산을 막기엔 이미 뒤늦은 조치였다.

단군 이래 최대 개발사업이라는 용산 역세권 개발은 12일 도래한 금융이자 59억원을 납입하지 못해 결국 디폴트 나락에 떨어진 것이다.

정순식 기자/sun@heraldcorp.com- 헤럴드 생생뉴스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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