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린 용산개발] 대주주와 손놓은 정부도 부도 책임
용산역세권개발사업의 부도 책임은 어디에 있을까.
국내 대표 공기업인 코레일을 비롯해 내로라하는 유수의 국내 대기업들이 참여한 초대형 사업이 시멘트 한 포대도 부어 보지 못하고 부도를 맞은 건 부동산 활황기에 그린 장밋빛 청사진만 믿고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끊이지 않았던 주주사 간 갈등, 손 놓고 쳐다만 본 서울시와 중앙정부 모두 용산 파산에 책임이 있다.
◆ 부도 코앞에 두고 끝까지 의견 일치 못 본 주주사들
용산 사업은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수익성이 악화하고 자금 조달이 꼬이면서 주주사 간 갈등이 시작됐다. 주주 갈등은 작년 말부터 본격화했다. 사업 방식을 변경하자는 코레일과 이에 반대하는 민간출자사들은 서로 입장을 조율하지 못했다. 민간출자사들은 "사업 방식 변경은 사업 기간을 지나치게 길어지게 할 뿐 아니라 민간 출자사들의 비용 부담이 너무 커진다"고 반대했다.
이사회는 수차례 정족수 미달로 열리지 못했고 갈등의 골은 깊어만 갔다. 부동산 경기는 계속 악화했고 사업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계속 제기됐다.
부도 위기가 올해 1월부터 조성됐지만, 사업 주체들의 입장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2월말이 돼서야 민간출자사의 대표인 롯데관광개발의 김기병 회장이 코레일 정창영 사장과 만나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겠다고 밝히면서 사업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는가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이도 잠시, 코레일은 자본금을 늘리는 대신 민간 출자사에 1조4000억원의 자본금 증액을 요구했다.
아무도 선뜻 나설 수 없는 조건은 꼬인 자금난의 물꼬를 트지 못했다.
코레일이 대주주로서 대승적 차원에서 자금을 선지급했거나, 민간 출자사들도 정상적인 사업 추진을 위해 대주주와 타협하고 양보하는 자세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수수방관한 정부, 서울시도 책임 피하긴 어려울 듯
정부도 일정 부분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우선 서울시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 추진 과정에서 서부이촌동을 포함시켜 사업의 부담을 키웠다. 2007년 서부이촌동을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 부지인 철도 정비창과 묶어서 개발하는 것을 전제로 사업허가를 내줬는데, 서부이촌동이 포함되면서 용산 개발은 보상금 문제로 장기간 파행을 겪었다.
업계에서는 서부이촌동이 포함되지 않았다면 용산 사업은 이미 끝났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손을 놓고 수수방관한 정부에도 책임의 화살이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민간사업이기 때문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입장이었다. 서승환 신임 국토해양부 장관도 "용산 사업은 코레일이 책임경영 원칙에 따라 정부의 간섭없이 자율성을 갖고 부대사업 차원에서 민간투자사와 협약을 체결해 추진하는 도시개발사업"이라며 "부동산 경기 악화에 따른 사업성 악화와 사업방식에 대한 투자자의 의견이 있지만, 당사자의 책임하에 정상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민간이 주도한 사업이라고 하더라도 용산 개발과 같이 대형 사업은 정부가 관리 감독을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이렇게 큰 개발사업을 일괄로 진행하는 것은 도시개발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며 "고위험 고수익 사업인데 반해 사업의 의사조정 과정 등에 너무 문제가 많았고 서울시·중앙정부 모두 책임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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