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키리졸브 훈련 첫날' 적막만 흐른 최북단 백령도

2013. 3. 11.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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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 북한 위협보다 생업 지장 더 걱정

주민들 북한 위협보다 생업 지장 더 걱정

(백령도=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11일 오후 1시 인천연안여객터미널을 출발하는 여객선에 탄 100여명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한미군사훈련 '키리졸브 연습' 첫날 북한과 마주한 백령도로 향하는 승객들이었다.

최근 발령을 받아 두 딸을 데리고 여객선에 오른 백령고등학교 교사 강혁준(42)씨는 나머지 짐을 가지러 인천에 잠시 나왔다가 다시 백령도로 들어가는 길이라고 했다.

강씨는 "혼자면 상관없겠지만 이런 시국에 아이들과 함께 백령도로 들어간다는 게 편치만은 않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강씨의 딸 효정(15)양은 "백령도 친구들이 '포격 사태가 나면 대피소로 뛰어야 한다'고 귀뜸해줬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4시간 뒤 도착한 백령도 용기포 선착장. 해거름이 지기 전 오후 끝자락의 서해 최북단 섬은 적막만 흘렀다.

북한의 무력도발 위협이 고조되면서 이날 오후 상가 밀집지역인 백령면 진촌리 거리는 사람을 거의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한산했다.

백령도에서 만난 주민들은 북한의 위협보다 생업에 대한 걱정이 큰 듯 보였다.

진촌리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김명애(60ㆍ여)씨는 "오늘은 유독 손님이 없고 거리에 돌아다니는 사람도 평소보다 줄었다"며 "북한의 위협이 있을 때마다 관광객이 주니 장사가 안된다"고 토로했다.

백령도 남쪽 진촌리에서 북서쪽 연화리 두무진 포구까지 이어지는 14㎞ 거리 왕복 2차선 도로에는 지나다니는 차량이 거의 없었다. 도로변 전신주 아래에서 긴급 전기복구 공사 중인 차량 2대만 눈에 띄었다.

두무진 포구는 스산하기까지 했다. 이날 소라잡이에 나섰다가 오후 일찍 들어온 소형 어선 8척만이 배 옆구리를 맞댄 채 포구를 지켰다. 어선 주위로 날아드는 갈매기 떼의 울음소리는 포구의 적막함을 깨는 유일한 효과음이었다.

미끼 생선을 버리기 위해 포구에 나온 통발어선 선장 박새안(64)씨는 "북한이 전쟁을 할 것처럼 떠들어도 어쩌겠냐. 먹고 살길은 뱃일밖에 없는 사람들인데.."라며 말을 흐렸다.

어망을 손질하는 어민들의 모습도 보이질 않았다. 4월 본격적인 조업철을 앞두고 한창 바쁠 시기이지만 겹겹이 쌓인 통발과 길게 펼쳐진 어망만이 조업을 기다리는 듯 했다.

잠시후 묽은 어둠이 섬 전체에 짙게 깔렸다. 두무진 포구 주변 횟집에서는 손님 두 세명만이 앉아 소주잔을 들이켰다. 횟집은 차마 일찍 문을 닫지 못하고 TV를 켜 놓은 채 북한 관련 소식에 귀를 기울였다.

한 횟집 상인은 "3월부터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회를 먹으러 오는 관광객들이 많은데 지난주부터 손님이 거의 없다"며 울상을 지었다.

한편 지난 8일부터 비상근무 중인 면사무소는 백령도 신축대피소 26곳과 구 대피소 63곳의 출입문을 개방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신축 대피소에는 방독면과 비상식량이 한쪽에 쌓여 있었다.

면사무소의 한 관계자는 "군 부대나 옹진군의 대피 명령이 내리지면 신속히 안내방송을 해 주민들이 대피소로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 놓았다"고 설명했다.

인근 해병 6여단도 경계 근무를 강화하고 북한의 도발에 대비해 전투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

군 당국의 한 관계자는 "언론에 알려진 것처럼 휴가자 부대 강제 복귀 등의 조치는 내리지 않았다"면서도 "언제까지 대비태세를 유지할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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