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슈퍼, 영어학원도 "함께 잘살아보세"

2013. 3. 10.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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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법 시행 100일 각양각색 조합들 '봇물'

협동조합법 시행 100일 각양각색 조합들 '봇물'

(세종=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된 지 10일로 꼭 100일이 됐다.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전국 곳곳에서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다양한 사업을 매개로 새로운 실험을 통해 새출발의 의지를 다지고 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경구가 속속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부산에선 동네슈퍼 점주 200여명이 뭉친 '골목가게 협동조합'이 눈길을 끈다.

협동조합 창설이 가장 활발한 서울에선 영어 강사와 학부모들이 질 좋은 교육을 위해 손을 잡았고, 은퇴한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들이 평생교육을 위해 모이기도 했다.

당초 기대와 우려 속에 출범한 협동조합은 힘의 논리가 지배해온 우리 사회에서 상생과 공동발전을 위한 대안으로 빠르게 착근해 나가고 있는 모습이다. 참여자들은 연착륙하기 위해 뛰어넘어야할 장애물이 아직 많다며 관심과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경제 '실핏줄' 골목상권에도 협동조합 바람

"대기업이 골목상권으로 들어오면서 구멍가게가 계속 무너졌죠. 하지만 구멍가게 점주들이 마케팅에 대한 개념이 부족해 경쟁력이 떨어졌던 것도 사실입니다. 협동조합 공동브랜드와 공동구매로 경쟁력 자체를 높일 계획입니다."

부산의 골목가게 협동조합 장남권(46) 이사장은 '나들가게 협의회'에 참여했던 점주 200여명과 작년 12월 조합을 꾸렸다.

이들은 요즘 새로운 실험을 준비 중이다. 오는 23일 해운대구 반여동의 한 대형마트 바로 맞은 편에 대형마트보다 저렴한 가게를 열어 정면 승부한다는 것.

소비자협동조합과 연계해 회원제로 운영하고, 공동구매로 판매가격을 낮추면서 다양한 할인행사를 벌이는 등 대형마트 못지않은 마케팅을 벌일 계획이다.

장 이사장은 "가장 큰 고민은 협동조합이 70여개 거래처에서 물품을 가져올 때 지불보증금 개념으로 보증증서를 발급하는 것"이라면서 "거래처마다 500만~2천만원에 이르기 때문에 그 비용이 5억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편의점 가맹점주 30여명은 지난달 '편의점 사업자 협동조합'을 설립했다.

매출이익금의 35%에 달하는 과도한 가맹수수료와, 24시간 운영 강제 등 대기업 브랜드 편의점을 운영하면서 감내해야 했던 불공정한 계약을 견디다 못해 들고 일어선 것이다.

방경수(61) 이사장은 전국에 흩어진 가맹점주들이 협동조합을 통해 단결하면 가맹 본사에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 역시 서울 도봉구 창동에서 편의점 씨유(CU)를 운영하는 가맹점주다.

방 이사장은 프랜차이즈 편의점을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하면 많은 것이 바뀔 수 있다고 자신했다.

조합원들이 자율적으로 영업시간을 정하고 과도한 로열티 지급도 막는 등 가맹계약의 독소조항도 해결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근엔 시민단체와 국회,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이러한 의견을 적극 알리고 있다.

그는 "공동구매로 소비자에겐 싼값에 물건을 제공하고, 조합원들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함께 배우고 같이 잘 살자…교육 협동조합 쑥쑥

교육과 돌봄 분야에서도 수많은 협동조합이 야무지게 첫발을 내딛고 있다.

서울 잉쿱영어교육협동조합의 윤모린 이사장은 저소득층 어린이들이 제대로 된 영어 교육을 받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워 영어강사 10명과 초등학생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조합을 만들었다.

조합원들에게 일반 학원의 ⅓ 가격에 영어교육을 제공하고, 수강료는 모두 지역아동센터의 저소득층 어린이들에게 영어강사를 파견하는 데 쓰인다.

윤 이사장은 남편과 미국 유학을 갔다가 통역 자원봉사를 하면서 한국에서 온 `기러기 엄마'들을 통해 한국의 영어교육 실태를 접했다.

일부는 소수정예 학원에서 고액 과외를 받는 반면, 소외계층 아이들은 공교육조차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다가 중학교 진학 후에는 학습에 거의 손을 놓고 있었다.

그는 "아이들이 차별 없이 꿈을 꿀 수 있도록 재능기부를 해줄 분들을 찾고 있다"며 "영어선생님들이 조합에 많이 참여하셔야 지역아동센터에 더 많은 분을 보낼 수 있다"고 당부했다.

서울 '스마트평생교육협동조합'은 시니어에게 초점을 맞춘 협동조합이다.

50~50대 은퇴자들이 각자 분야에서 쌓은 지식을 교육콘텐츠로 가공해 교육과 컨설팅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사업이다.

홍정구(58·여) 이사장은 "고용시장에서 퇴직자들을 받아줄 곳이 많지 않다. 현장에서 갈고 닦은 지식이 그냥 없어지는 것이 너무 아까워 이를 지식기반 1인 사업으로 활용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기업 은퇴교육 프로그램이 중소기업엔 아직 생소한 만큼, 중소기업 직원들에게 맞는 은퇴 후 삶 설계에 관한 강의를 제공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그는 협동조합 설립 이후 조합원이 모일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난감하다고 꼽았다. 협동조합 이사회와 조합원 토론, 교육 등을 하기 위해 현직에 있는 조합원이 소속된 회사의 회의실을 잠깐 빌려 진행하는 형편이라는 것이다.

그는 "정부에서 경로당의 남는 공간이나 시청, 구청의 빈 사무실을 협동조합이 쓸 수 있도록 도와준다면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cla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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