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김미화와 떠나는 별별 여행]용인 원삼 '두창마을'

용인 | 글·사진 윤대헌 기자 2013. 3. 6.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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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악질 여사가 반한 곳, 꿈의 전원에 살어리랏다

"두창리 주내(州內·두창4리)는 우리 부부의 보금자리가 있는 농촌마을이다.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8년 전부터 이곳에서 출퇴근하고 있다. 서울에서 불과 1시간 거리지만 자연이 온전히 살아 있는 곳이다. 가로수길과 저수지 등 주변 풍광이 아름답고 고라니·산토끼 등 산짐승도 많아 여러 가지로 신비한 곳이다. 출퇴근길이 나에게는 매일매일 여행인 셈이다."(방송인 김미화)

두창리는 경기도 용인 동남부에 자리한 원삼면에 속한다. 청미천이 발원해 미평리 일대를 가로지르며 곡창지대를 만든 원삼은 구봉산·문수산·건지산 등이 서북쪽을 감싸 안아 아늑하다. <택리지>에는 '청미천 일대는 땅이 기름지기가 삼난과 같아서 살만한 곳. 영(嶺)과 계곡이 멀지 않아 난세나 평시에 살기에 알맞다'고 기록돼 있다.

▲ 서울서 1시간…출퇴근 여행 기분산자락 마을 앞엔 드넓은 저수지사철 강태공 한폭 그림같은 풍광주변 한택식물원·법륜사등 볼만

과거 경주 이씨·사천 목씨·신천 강씨 집성촌이었던 두창리는 황토현, 평대, 분촌, 주내, 율곡, 용수, 복촌 등 7개 마을이 모인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 이중 김미화가 터를 잡은 마을은 주내(州內·두창4리)다. 순우리말로는 '골안'. 이는 그 옛날 마을에 고을(郡, 縣)이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마을에는 관가터나 감옥이 있었다는 옥터거리 등의 지명이 지금까지 남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골안은 산골짜기 깊숙이 자리해 골짜기 안(谷內)에 있는 마을로 보는 것이 더 신빙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김미화는 "큰 길에서 떨어져 산자락에 안긴 마을은 포근한 느낌을 준다. 게다가 마을 바로 앞에 두창저수지가 있어 전형적인 배산임수(背山臨水) 지형을 타고 났다"고 말했다.

골안은 지방도로를 벗어나 샛길을 이리저리 비집고 간다. 10여분 정도 지났을까. 순간 시야가 터지고 좌측으로 드넓은 저수지가 눈 안에 든다. 꽁꽁 얼어붙은 저수지에는 일찌감치 자리 잡은 강태공들이 저마다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다.

동쪽을 제외하고 산봉에 둘러싸인 원삼은 청미천과 목신천 지류에 인공적으로 축조한 저수지가 제법 많다. 그중 골안 북동쪽에 자리한 두창저수지는 예부터 물이 맑아 참붕어 서식지로 알려져 낚시꾼 사이에선 이미 명성이 자자하다.

김미화는 "두창저수지에는 사철 낚시꾼들이 모여든다. 겨울에는 얼음구멍을 만들어 빙어낚시를 한다. 낚시를 하지 않아도 멀리서 바라보는 풍광이 한 폭의 그림 같다"고 말했다.

저수지 한쪽에는 3층 석탑이 오롯이 서 있다. 마을을 상징하듯 나홀로 서 있는 석탑은 고려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향토문화재다. 당초 저수지 아래 논두렁에 있던 것을 1989년 제방이 생기면서 지금의 자리로 이전했다. 마을의 이정표 역할을 하고 있는 석탑은 질박한 자태가 눈길을 끈다.

김미화의 보금자리는 골안에서도 가장 끄트머리에 터를 잡고 있다. 석탑을 지나 15분 정도 발품을 팔아야 한다. 산골마을에서도 가장 외진 곳에 터를 잡은 이유는 무엇일까.

김미화는 "전원생활은 이미 오래전부터 꿈꿔왔다. 집터는 고인이 된 장정진 선배(성우)가 추천해줬다. 아버지의 고향도 용인 신갈이라 나에게 귀향이나 다름없다. 자연에 묻혀 계절의 변화를 코앞에서 감상하는 즐거움은 살아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마을 사람들은 발전이 안 된다고 불만이지만 이런 자연 환경이 오히려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김미화의 집 주변에는 유독 무덤이 많다. 이를 두고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공간"이라고 표현한 그는 "6월이면 반딧불이를 볼 수 있다. 밤 11시쯤 나오는데, 반딧불이를 쫓아 마당을 이리저리 뛰다 돌부리에 걸려 엄지발톱이 까맣게 죽은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계곡을 따라 100여m 오르면 계류 건너 김미화의 전원주택이 산자락에 안겨 있다. 심플하면서도 전통미가 흐르는 그의 집은 단출하다. 집 입구에는 '후조당(後凋堂)'이란 현판을 달고 있다. 뜻이 궁금하다. 한문학자 이명학 선생이 이름을 지었고, 임옥상 선생이 글자를 파줬다는 현판은 '괴롭고 힘들어도 눈보라 속 푸른 소나무처럼 변함없는 모습으로 벗의 곁에 있고 싶네'라는 뜻이 담겨 있단다.

김미화는 "자연친화적으로 지어진 집은 고 노무현 대통령의 묘를 설계한 승효상 선생의 작품이다. 자연을 집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콘셉트다. 창이 많아 집 어디에서도 바깥 경관을 볼 수 있고, 많이 걸을 수 있도록 동선을 짰다. 시어머니가 사용하던 별채는 지금 게스트하우스로 사용하고 있다. 마을에는 아직도 두레가 남아 있다. 어릴 때 동네사람들한테 느꼈던 아날로그식 감정이 그대로 살아 있어 마을 사람들과 거리낌 없이 어울린다"고 말했다.

구봉산(해발 461m) 자락에 안긴 마을은 고즈넉하다. 원삼면과 백암면, 안성시에 걸쳐 있는 구봉산은 <동국여지지> 죽산현 편에 '구봉산은 현의 서북 22리에 있는데 병풍을 비껴 세운 것 같으며 꼭대기에 아홉 개의 머리가 있어 이름도 이에서 연유한다'고 기록돼 있다. 백두대간 끝자락 청미천 발원지인 구봉산에는 두창리 선돌과 태영컨트리클럽, 구봉목장, 선경사, 용천암 등이 터를 잡고 있다.

김미화는 "평소 여행을 다니는 것을 좋아하지만 빠듯한 스케줄에 쫓겨 가지 못하면 구봉산에 오르곤 한다. 산이 높지 않고 험하지 않아 가벼운 산책코스로 제격"이라고 말했다.

원삼에는 두창저수지 말고도 볼거리가 다양하다. 건지산에 봉수지, 사암리와 맹리에 선사시대 지석묘가 있다. 또 양천 허씨 문중의 허엽과 허성, 허균의 묘가 이곳에 남아 있다. 원삼초등학교 두창분교 담장 안쪽에는 수령 200년생 느티나무가 수호신처럼 버티고 있고, 고당리에는 비구니 사찰인 법륜사가 터를 잡고 있다. 용인에서 가장 규모가 큰 법륜사는 법당 건물이 일반 사찰과 달리 '아(亞)'자 형으로 지어진 점이 특이하다. 또 주불인 석가모니부처는 53선지식을 뜻하는 53톤의 석재로 봉안했고, 협시불(본존을 옆에서 모시고 있는 불상)인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은 33천을 상징해 33톤의 석재로 봉안한 점이 이채롭다.

김미화는 "원삼에는 두창리 외에도 저수지가 많다. 사암저수지는 특히 연꽃과 갈대, 억새가 아름답다. 봄이면 농촌테마파크와 백암면의 한택식물원에도 자주 놀러 간다. 또 유서 깊은 암자와 천주교 성지 등 볼거리가 제법 많다"고 말했다.

김미화는 현재 '순악질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마을 사람들과 윈윈할 수 있는 프로젝트로 그는 우선 목신리에 예농카페 '호미'를 오는 4월 오픈할 예정이다. 호미는 마을 사람들이 정성껏 가꾼 농산물을 직거래하는 장터이자 카페다. 남편과 함께 다양한 공연도 선보일 예정이다.

6살 때부터 코미디언이 되고 싶었다는 그는 올해 데뷔 30년차다. 데뷔 30주년을 기념해 기념공연을 준비하고 있다는 그는 "여행은 나 자신을 정화해 준다. 일상에서보다 좀더 깊이 있게 나 자신을 관찰할 수 있다. 당장 오늘을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행을 통해 미래를 구상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구봉산 자락 넉넉한 품에 안긴 마을에 땅거미가 진다. 집 굴뚝의 푸른 연기를 따라가니 하늘에 보석처럼 박힌 별이 비오듯 쏟아진다.

■ 찾아가는 길: 서울→영동고속도로→양지IC→17번 국도 원삼·백암 방면

■ 주변 볼거리: 원삼면 죽능리에 자리한 웬떡마을(031-333-2777)은 슬로푸드 체험 마을이다. 떡 퀴즈와 떡 만들기 등을 체험할 수 있다. 떡 만들기 체험 후에는 떡 파티를 열고 남은 떡은 가져갈 수 있다. 1일 체험, 1박2일 코스, 가족체험 프로그램, 농촌테마파크 연계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일명 '된장마을'로 불리는 학일마을에서는 전통 장 담그기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각종 장류를 판매한다. 이외에 농도원목장, 둥지골 청소년수련원, 호암미술관, 법륜사, 미평리 약사여래입상 등이 있고 에버랜드, 와우정사, 신세계한국상업사박물관, 마가미술관, 정몽주 선생 묘, 허균 선생 묘, 용덕사 석조여래입상, 한택식물원이 인근에 자리하고 있다.

■ 맛집: 원삼면 사암리에 자리한 사암오리구이(031-332-8261. 화요일 휴무)는 김미화가 추천한 맛집이다. 가격 대비 푸짐하고 생오리와 함께 직접 재배한 야채를 사용해 맛이 한층 신선하다는 것이 추천 이유. 이외에 한식과 닭도리탕을 선보이는 시골집과 백암순대도 용인의 먹거리로 추천했다.

■ 걷는 길: '용인너울길'이라는 걷기 코스가 있다. 1코스는 심곡서원에서 손골성지(10.8㎞, 3시간40분), 2코스는 은이성지에서 청정학일아름마을(A코스 13.4㎞ 4시간30분, B코스 19.4㎞ 6시간30분), 3코스는 연미향마을에서 용인MBC드라미아(12㎞, 4시간)까지 총 3개 코스다.

■ 시티투어: 용인에서는 내국인(031-324-2068)과 외국인(031-259-7295)을 대상으로 시티투어를 운영한다.

■ 문의: 용인시청 관광과 (031)324-3044

<용인 | 글·사진 윤대헌 기자 caos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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