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혈액형의 진실

유인화 논설위원 2013. 3. 1.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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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개봉작 는 우리나라 B형 남자들의 원성을 샀던 영화다. 풍부한 아이디어로 여성을 사로잡는 이기적인 B형 남자와 순수하고 소심한 A형 여자가 빚어내는 영화에서 B형 남자는 유아독존 폼생폼사의 '나쁜 남자' 캐릭터다. 과학적으로 근거없는 혈액형 이론을 주제로 했지만 당시에는 B형 남자 담론이 이슈였다.

인기웹툰 <혈액형에 관한 간단한 고찰>에서도 과감하고 개방적인 B형 남자는 첫 만남에서 호감을 느낄 경우 급속도로 친해진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A형을 비롯한 혈액형들 사이의 에피소드를 다룬 웹툰이지만 작가는 "혈액형별 성격론은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하지 않으니 재미로 감상해달라"고 주문한다.일제가 식민지배 정당화를 위해 조선인의 혈액형 분류에 집착했다고 한다. 이는 한림대 일본학연구소 정준영 교수가 대한의사학회지 최근호에 발표한 논문 '피의 인종주의와 식민지의학-경성제대 법의학교실의 혈액형 인류학'을 통해 밝혀졌다. 논문에 따르면 조선 내 일본인 502명과 조선인 1167명을 대상으로 한 ABO식 혈액형 분류 연구결과가 1922년 7월 '동경의사신지'에 발표됐는데, 식민지인들에 대한 인종적 차별과 위계를 정당화하는 유력한 과학적 자료로 사용됐다는 것이다. 경성의학전문학교 외과교실 연구진은 조선 거주 일본인의 인종계수는 1.78, 조선인은 0.83~1.41로 분류했다.독일 루드비히 힐슈펠트가 만든 인종계수란 것은 인종 간 특성과 우열을 나누는 자료로 오용됐다. 힐슈펠트는 1차 세계대전 당시 8000여명의 혈액형을 분류해 "진화된 민족일수록 B형보다 A형이 많다"며 인종계수를 제시했다. 영국인 4.5, 프랑스인 3.2 등 유럽인의 인종계수는 높고, 유색인종인 베트남인과 인도인은 각각 0.5로 낮았다.혈액형 분포의 차이를 인종적 우월이나 민족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규정한 혈액형 이론은 이후 과학·통계적으로 오류임이 밝혀졌지만 일제는 이 이론을 수용했다. 일제는 혈액형 분류를 통해 '조선인이 일본인에 비해 인종적으로 열등하다'고 억지 주장하면서 식민지배에 혈안이 됐다. 어처구니없는 난센스다. 혈액형은 혈액형이고 성격은 성격이다. 마찬가지로 혈액형은 인종적 우열과 관계가 없다. 혈액형으로 사람을 구분하는 건 연구가 아니라 차별이다.<유인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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