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발 추억행, 수인선 타고 떠나는 소래포구

조선닷컴 미디어취재팀 2013. 2. 27.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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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7년부터 95년까지 수원과 인천을 연결하는 '수인선'에는 '꼬마열차'라 불리던 협궤열차가 있었다. 인천의 소금을 일본으로 가져가기 위해 만들어진 이 열차는 좁은 철로 위로 젓갈을 팔러 다니던 아낙네와 천일염을 채취했던 노동자 등 우리네 삶을 함께 나르던 추억의 열차다.

시민의 발이 되어 부단히 달렸던 협궤열차가 사라진 지도 언 17년. 추억이 돼버린 꼬마열차는 수인선 전동열차가 되어 다시 돌아왔다. 그 시절 비릿했던 추억을 더듬고자 소래포구행 수인선에 몸을 실었다.

▶ 엄두 나지 않던 길이 1시간 만에, 수인선의 편리함

지난 22일. 간단히 아침 식사를 마치고, 카메라와 수첩을 챙겨 집 인근의 4호선 산본역으로 향했다. 그동안 지하철을 타고 인천에 가본 적이 손에 꼽는데, 1호선으로 갈아타 서울을 거쳐 다시 인천행 열차를 타야 하는 일정은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이야기가 다르다. 우선 개통된 송도부터 오이도 구간을 이용하면 4호선을 통해서도 인천에 갈 수 있다. 수인선 승차 1시간 만에 소래포구 역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특히 오이도역에서 소래포구 역까지는 1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이처럼 수인선 개통은 추억을 회상하기에 앞서 '편리성'으로 다가온다. 강산이 두 번 바뀔 즈음의 시간이 흘렀으니 이상할 것도 없는 일이다. 하지만 협궤열차의 개성을 조금이라도 살리면 여러모로 좋았을 텐데, 아쉬움이 남는다.

▶ '인천항 25원, 수원 50원' 소래역사관

소래포구 역에 하차했다면 본격적으로 시간여행을 떠나보자. 소래포구 역에 내려 항구를 향해 걷다 보면 '소래역사관'이 보인다. 지난해 6월 개관한 이곳은 소래포구 인근에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지어졌다.

전시실에는 협궤열차가 정차하던 옛 소래역 대기실이 과거 모습 그대로 전시돼 있다. 대기실 한편에 인천항 25원, 수원 50원이라고 적힌 옛 운임표가 붙어 있다. 현재 수인선 요금과 비교하면 웃음이 절로 나는 금액이다.

이 밖에도 역사관에는 소래 갯벌이나 소래 염전에 대한 전시실이 마련돼 있고, 옛 협궤열차와 소래어시장을 재현해놓은 '소래포구 Zone'은 사진촬영장소로 단연 인기다.

소래역사관의 김춘식 학예연구사는 "이곳은 소래포구의 과거로 시간여행을 즐길 수 있는 곳"이라며 "역사관에서 아이들은 옛 시절을 배우고 장년층은 추억을 회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사람 냄새로 가득한 곳, 소래어시장소래 역사관을 나와 좌측으로 50m만 걷다 보면 본격적으로 어시장이 시작된다. 지리를 모르겠다면 앞에 걷는 사람들을 따라가면 된다. 대부분이 어시장을 찾아 온 사람들이다.

"총각 인물 한번 좋네! 싸게 줄게 그냥 구경이라도 하고 가"

강산이 변해도 어시장만큼은 그대로다. 어시장 앞 '호객행위가 없는 곳'이라는 문구가 무색하게 상인들은 하나같이 서글서글한 표정으로 인사하고 발길을 붙잡는다. 사람들과 부대끼며 시끌시끌한 어시장을 걷다 보면 '이게 사람 사는 맛이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30년째 이곳을 찾는다는 김평만(64. 인천 남구) 씨는 "이게 정이고 사람 사는 거야. 백화점 같은 데서는 사람 냄새가 안 난단 말이지"라며 웃어 보였다.

▶ 변함없는 포구, 변화한 소래철교

어시장 옆에는 세월의 변화를 확실히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그곳은 '소래철교'다. 소래와 월곶을 잇는 소래철교는 협궤열차가 다니던 철교였지만 지금은 통행로로 이용된다. 이곳에는 옛 수인선 철교 침목과 선로가 비교적 잘 남아 있어 과거 협궤선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소래철교 옆으로 新소래철교가 웅장하게 서 있어 서로 대비를 이룬다. 소래철교를 걷는 사람들과 그 옆을 빠르게 지나치는 수인선 전동열차, 그리고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다리 아래는 유유히 바닷물이 흘러가고 있었다.

임귀라(25. 인천 논현동) 씨는 "협궤열차가 있던 시절을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소래 철교를 걸어 다닐 때마다 그 시절을 상상해보게 된다"며 "옛 과거의 산물인 만큼 앞으로도 잘 보존해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협궤철로가 사라진 지 17년, 그 옆으로 전동열차가 지나고 풍경도 바뀌었지만 소래포구는 바다향기와 인정을 고스란히 간직한 체였다. 하늘이 붉게 물든 시간의 인천 앞바다는 협궤열차를 타고 수원과 인천을 오가던 사람들의 추억처럼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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