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샴푸 '케라시스 퍼퓸' 히트 시킨 애경 향료개발실.. "내 코를 향기에 바쳤어요"

2013. 2. 21.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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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5일 대전 유성구 애경 중앙연구소에서 향료개발실의 이성숙 선임연구원(왼쪽)과 신현경 연구원이 향료 테스트를 하고 있다. 대전=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고상해 보인다고요? 저희는 사실 '노동집약적' 연구원들입니다."

아침에 출근하면 코가 아릴 때까지 향기를 맡는다. 수시로 대형마트나 백화점을 찾아 화장품 매장에서 이런저런 향기를 맡으며 발품을 판다. 쉬는 날 물건을 사러 나가도 마찬가지다. 5일 대전 유성구 애경 중앙연구소 향료개발실에서 만난 연구원들 이야기다.

이들은 지난해 출시돼 인기를 끌고 있는 '향수샴푸' 애경 '케라시스 퍼퓸샴푸'를 개발한 주인공. 연구원들은 "냄새가 전혀 없는 곳에서 푹 쉬어보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좋은 향을 찾기 위해서라면 어디라도 가겠다는 각오로 일하고 있었다.

○ '발품'과 '반복'으로 개발

애경은 지난해 5월 향수처럼 세 가지 층의 복합적인 향을 가진 '케라시스 리미티드 에디션' 샴푸를 내놓았다. 국내 최초로 향수샴푸 콘셉트를 내세운 제품이다. 이 제품은 5만 세트만 한정 판매했는데 한 달 만에 매진되며 인기를 얻었다.

이 같은 성공을 바탕으로 지난해 12월 정식 판매를 시작한 '케라시스 퍼퓸샴푸'는 애경의 다른 샴푸 제품에 비해 판매 채널이 적은데도 이달 중순까지 10만여 개가 팔려나가며 순항 중이다. 애경 측은 다채로운 '향'이 인기 비결이라고 판단하고 3월에 같은 콘셉트의 헤어케어 제품도 출시하기로 했다.

성공의 비결은 단순했다. '발품'과 '반복'이다. 연구원들은 향수샴푸를 만들기 위해 시장조사만 1년 6개월 넘게 했다. 본격적인 제품 개발에 들어가서도 어렵긴 마찬가지였다. 일반 샴푸에는 30∼40개의 향료가 들어가는 반면 향수샴푸엔 2배인 60∼80개의 향료가 들어가기 때문에 코가 쉴 틈이 없었다. 원재료의 나쁜 향을 감추는 동시에 섞였을 때 좋은 향기를 만들기 위해 시험용 제품을 1000개 가까이 만들었다.

○ 좋은 향을 위해 나를 바친다

향료개발실 입구 바로 오른쪽에는 손가락 길이로 단정하게 잘린 머리카락 다발이 여러 개 걸려 있었다. 연구원들이 발로 뛰어다니며 구한 진짜 머리카락이다. 실험할 제품이 바뀔 때마다 새 머리카락을 구하기 위해 근처 미용실을 헤매곤 한다. 이성숙 선임연구원(37·여)은 "처음 보는 긴 머리 여성에게 '머리카락 좀 달라'고 부탁해 본 적도 있다"며 웃었다.

연구원 자신이 실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샴푸나 치약의 향을 직접 겪어보기 위해 하루에도 몇 번씩 머리를 감고 양치질을 한다. 세탁용 세제를 실험할 때는 하루 종일 세탁실에서 살곤 한다. 세탁기 4대를 이용해 수건과 행주를 빨고, 건조대에 넌 뒤 건조 조건에 따라 향이 달라지는지를 꼼꼼히 체크한다.

이들 모두가 입사하기 전부터 향기를 연구했던 것은 아니다. 연구원 중에는 채용 과정에서 일명 '개코'라고 불릴 정도로 냄새를 잘 맡아 엉겁결에 선발된 사례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향기를 맡는 능력이 뛰어나도 실제 훈련과정에 들어가면 쉽지 않다. 지난해 7월 입사한 신현경 연구원(27·여)은 "연구소에 처음 왔을 때 샴푸 40개를 한꺼번에 가져다놓고 냄새로만 구분하라고 했을 때는 정말 막막했다"고 말했다.

연구원들은 사실 몸보다는 머리가 더 고되다고 입을 모은다. 아무리 자신들의 마음에 드는 좋은 제품을 내놓아도 소비자가 외면하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이 선임연구원은 "샴푸만으로도 유명 브랜드 향수를 대신하도록 만들고 싶다. 상품이 아니라 선물 같은 제품들을 많이 내놓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대전=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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