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점집 왜? 모바일 부상 '영향'..최첨단 서비스 인기

2013. 2. 7.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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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포커스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 사는 40대 직장인 A 씨는 요즘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스마트폰으로 사주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 이하 앱)에 들어가 '오늘의 운세'를 확인한다.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을 해야 하는 날이나 컨디션이 좋지 않은 때에는 다운로드 받은 여러 사주 앱의 운세를 두루 참조하는 편이다. 얼마 전에는 1인당 3만 원 정도의 복채를 모바일로 결제하고 아내와 딸 등 가족의 신년 토정비결도 봤다.

최근 사주와 관련된 앱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3000만 명을 넘어서면서 앱 사용자가 급증한 것이 요인이 됐다. 직접 철학관을 찾아가거나 최소 5만 원 정도의 복채를 내야만 들을 수 있는 내용을 앱 다운로드 하나로 손쉽게 해결되기 때문에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와 이용자 수가 지속적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사주 앱이 뜨면서 오프라인에서 활동하는 무속인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직접 사주를 보려고 점집을 찾는 이들이 해마다 줄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 사주 카페나 타로 카드가 유행하면서 서울 강남역 인근의 카페 거리에는 젊은 손님들이 가볍게 운세를 알기 위해 많이 찾았지만 요즘은 통 발길이 뜸하다. 9호선 신논현역 부근에서 철학관을 운영하는 한 역술인은 "보통 연초에는 새해의 운세를 알고 싶어 방문하는 이들이 많았는데 요즘은 인기가 시들한 것 같다. 갈수록 손님이 줄어 많이 힘든 상황"이라며 한숨을 지었다.

점집은 '텅텅'…앱은 '손님 몰려'

전통적으로 점집의 메카로 불렸던 서울 성북구의 미아리 점성촌도 한산하기는 마찬가지다. 1960년대 무렵부터 맹인 점술가들을 주축으로 여성 전문 점집을 비롯해 100여 개의 점집과 철학관이 밀집해 있던 이곳에서 요즘 활발히 영업하는 곳은 20군데도 채 안 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서울시 통계 자료에 따르면 '점술 및 유사 서비스업'으로 등록된 사업체 수는 2011년 2425개로, 2007년 2623개에서 7.5%나 감소했다. 관련 업계 종사자 수도 2007년에 2810명에서 2011년에는 2644명으로 줄어들었다. 이와 반대로 인터넷이나 모바일에서의 사주 서비스는 성행하고 있다. 대부분 '맛보기'형 무료 체험 서비스가 많아 접근성을 높이고 있고 적게는 500원부터 몇 만 원에 이르는 유료 서비스 또한 이용자들이 늘고 있다.

주부 최귀화(31) 씨도 "심심풀이로 사주 앱을 종종 이용한다. 점집에 가는 것은 아무래도 부담스럽고 가격도 비싸 안 가게 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앱에는 연말이나 연초, 명절을 앞두고 더욱 많은 이들이 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1월 첫째 주 '애플 앱스토어 무료 애플리케이션'의 인기 순위를 살펴보면 씨온드림(C-On Dream)이 제공한 '무료 토정비결2013 계사년'이 2위를 차지했고, 둘째 주에는 '2013 연애운세(Jusung Park 제공)'가 3위에 올랐다. 지난 1월 첫째 주부터 둘째 주까지 티스토어의 유료 앱 순위에서도 DH커뮤니케이션의 '2013년 전통 토정비결(5000원)'이 2위와 1위에 올랐다.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되기 이전에는 인터넷 사이트 등을 통해 이러한 사주·운세 서비스를 찾는 이들이 많았고 현재도 마찬가지다. 포털 사이트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운세 카테고리에 입점한 업체 수는 2010년에 11군데, 2011년 13군데, 2012년 16군데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무료 서비스인 '오늘의 운세'를 이용하는 이들이 '다음운세'를 방문하는 이들 중 5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고, 유료 서비스 가운데 인기가 가장 높은 '올해 신년운세'는 서비스를 제공한 지난 3~4년 동안 '재방문율'이 매우 높다고 다음커뮤니케이션의 강유경 홍보 담당자는 전했다.

강 담당자는 "지난해 12월 31일부터 사주·운세 서비스를 찾는 이용자가 급증했으며 1월 2일에는 평소 대비 약 2배 이상 많은 이용자가 방문했다. 1월 말인 현재도 평소 대비 약 20% 높은 이용자들이 운세 서비스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매년 12~2월에 평소 대비 트래픽이 높게 나타나고 특히 1월에 가장 많은 트래픽이 몰리고 있다면서 "신년을 맞이해 토정비결에 관심을 갖거나 새해 운세·이사·결혼·이직 등과 관련된 조언을 얻고 싶은 이들이 많이 찾는 것 같다"고 했다.

인터넷상의 인기와 함께 최근 1, 2년 사이에는 모바일로 사주, 운세를 즐기는 이들도 늘어났다. 현재 인터넷 앱 스토어에 등록된 '사주·운세·궁합' 등과 관련된 앱은 하루가 다르게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구글 앱 플레이 스토어에서 '사주·운세'라는 키워드를 치자 2000여 개 이상의 앱이 검색됐다. 구글의 담당자는 앱의 상세한 분야별 집계를 하지 않아 정확한 수치를 제시할 수는 없지만 사주 앱을 등록하는 업체도 많고 이용자들의 관심 또한 높다고 했다.

기자 또한 인기가 높은 한 사주 앱을 이용해 봤다. 무료로 제공되는 오늘의 운세를 이용해 보기로 했다. 이름과 생년월일, 태어난 시만 입력하면 되는 간단한 시스템이었다. 이날은 다른 때보다 업무량이 많은 마감 날이었는데, "당신의 꿈과 계획은 원대하나 실천이 따라주지 않으니 이는 마치 붓을 들고 범을 그리려고 하다 결국 개를 그리고 마는 형국이니 몸만 고달픈 일진이다. 혼자 힘으로 성사시키기 벅찬 일은 목표나 계획의 규모를 줄이고 후원자의 도움을 받아 성공시켜라. 오후에는 신경질이 나니 접대나 데이트 등의 약속은 다음으로 미뤄라" 등과 같은 조언을 해줬다. 한마디로 일진이 좋지 않고 일의 능률도 오르지 않는다는 말에 괜스레 맥이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일을 세심히 일러두니 미리 운세를 알아도 나쁘지는 않은 듯하다. 예전에 신문이나 잡지를 펼치면 제일 먼저 찾아보던 오늘의 운세, 띠별 운세, 혈액형별 운세 등이 모바일로 들어온 형태였다. 사랑·애정 운세만 전문으로 서비스하는 한 앱은 기자의 최근 애정운이 좋지 않다며 "짝사랑에서 짝이라는 글자가 사라질지어다"라는 귀여운 부적까지 제공했다.

이처럼 사주 앱에서는 정통 토정비결에서부터 궁합, 꿈 해몽, 작명, 타로 점성술, 로또 번호 등 다양한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다. 심지어 남녀의 속궁합까지도 조언해 주며 역술인이 직접 그린 부적을 판매하기도 했다. 스마트폰의 특성을 이용한 운세 알아보기 서비스도 다양했다.

스마트폰에 달린 카메라를 이용해 바로 사진을 찍어 전송하면 자신의 얼굴에 역마살이 얼마나 끼었는지 분석해 주는 것도 있고 손금을 보는 서비스도 많다. 스마트폰 화면을 발가락으로 꾹 눌러 지문을 통해 궁합을 알아보는 식의 독특한 콘텐츠도 있어 흥미를 끌었다. TV에 나와 유명세를 탄 한 역술인은 SNS를 통해 실시간 상담하고 '돈이 들어오는 기운', '우울증을 떨쳐내는 기운' 등 '상황별 맞춤 부적'을 전송하기도 했다.

'손안에 철학관'…여성 주고객

한편 인터넷 사주 정보 제공 기업인 사주닷컴과 공동으로 모바일에서 운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유엔젤은 앱 사업과 함께 최근에는 카카오톡을 통한 사주 서비스로 주목 받고 있다. 2012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카카오톡 '플러스친구'에 입점한 유엔젤의 '사주닷컴'은 현재 약 40만 명 이상이 회원(플러스친구)으로 등록돼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이들은 카카오톡을 통해 무료 운세, 별자리, 혈액형, 띠별 운세, 심리 테스트 등을 무료로 제공하고 유료 서비스는 1000원부터 1만 원짜리 상품 등을 선보이고 있는데 1월 말 기준으로 유료 운세 서비스 이용객 수는 한 달에 4300여 명이라고 한다.

정효준 유엔젤 컨버전스 사업팀 담당자는 "카카오톡은 다양한 연령대의 고객이 사용하다 보니 비교적 나이가 많은 이들도 사주 서비스를 자주 찾는다. 스마트폰을 잘 다루지 못하는 40, 50대 어머니들의 이용이 특히 높으며 카카오톡의 주 이용 계층인 젊은 여성들도 많이 찾는다. 매일같이 방문하는 충성 고객도 많고 데이트 운세나 금전운에 특히 관심이 많다"고 전했다.

정 담당자는 연말 연초는 평상시보다 2배 정도 사용이 증가하며 평상시에는 사주나 궁합이 인기가 있고 요즘처럼 설날을 앞둔 시기에는 토정비결에 대한 수요가 많다고 덧붙였다. 얼마 전에는 카카오톡의 '채팅플러스' 기능에 '오늘 지수'라는 서비스도 제공해 이름·생년월일·타로 등을 이용해 카카오톡에 등록된 친구들과의 '궁합'을 보는 콘텐츠도 선보이고 있다. 그날 자신과 '기운'이 좋은 사람을 알아내 이야기를 많이 하라는 것이다. 이처럼 스마트 시대와 함께 '점보기'의 트렌드도 변화하고 있다.

김민주 기자 vita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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