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코더가 애들 악기? 비발디도 사랑한 목관악기!
"실례지만 어느 초등학교에서 나오셨어요?"
리코더 전문 연주자 염은초(21)씨는 리코더 강습을 할 때, 가끔씩 이런 질문을 받는다. 리코더 연주자 권민석(28)씨는 악기와 음반 녹음(recording)을 헷갈리는 상대로부터 "음반 엔지니어세요?"란 질문을 받기도 한다. 리코더가 초등학생용 악기라는 뿌리 깊은 편견 때문이다.
비발디와 텔레만 등 바로크 시대 작곡가들이 리코더를 위한 협주곡을 남겼고, 바흐도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에서 주요 악기로 쓸 만큼 리코더는 인기 악기로 대접받았다. 하지만 모차르트와 베토벤 등 고전파 시기를 거치며 리코더는 오케스트라 편성에서 밀려나는 설움을 겪었다.
◇리코더의 복권
20세기 후반 바로크 음악의 중흥과 더불어 해외 유학파가 속속 등장하면서 목관악기 '리코더'가 살아나고 있다.
권씨와 염씨는 둘 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리코더의 매력에 푹 빠졌다. 하지만 리코더로 향하는 길은 결코 쉽지 않았다. 이들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예비학교에서 리코더를 배웠지만, 당시 예중·예고에는 정식 과정이 없었다. 권씨는 서울대 음대 작곡과에 입학해서 이론을 전공하는 '우회로'를 택했다. 서울 지하철 역사에서 반주 테이프를 틀어놓고 리코더를 부는 '길거리 악사' 생활도 2년간 했다. 권씨는 "바로크 음악 저변도 넓지 않은데 밥벌이가 될지 걱정이 많았다"고 했지만, 결국 대학 3학년 때 네덜란드 헤이그 음악원으로 유학을 갔다.
염씨는 중학교 1학년부터 '홈 스쿨링'을 하다가 16세 때 스위스 취리히 음악원으로 리코더 유학을 떠났다. 권씨는 2009년 몬트리올 국제 리코더 콩쿠르 1위, 염씨는 지난해 독일 니더작센 국제 리코더 콩쿠르 1위에 입상하며 차세대 연주자로 주목받고 있다.
◇연주자에 따라 다른 음색
이들에게 리코더는 '하얀 캔버스'처럼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악기다. 염씨는 "오보에처럼 목관 악기들은 고유한 음색을 지니고 있지만, 리코더는 호흡이나 운지(運指)에 따라서 수천 가지 다양한 음색이 나온다"고 말했다. 주요 곡목이 바로크 시대에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도리어 이들은 작곡을 배우고 즉흥 연주를 하면서 악기의 반경을 넓히고 있다.
오는 14일 금호아트홀 독주회에서 염씨는 자신의 자작곡인 '비주얼 아트 10Y(years)'를 발표한다. "리코더 데뷔 10년을 맞아서 그간 걸어온 길을 5분의 짧은 곡에 모두 담아서 보여 드린다"는 각오다.
오는 7월 같은 무대에서 독주회를 여는 권씨도 리코더에 마이크를 장착하고 전자 기타리스트처럼 페달을 밟아가며 다채롭게 소리를 변형시키는 즉흥 연주를 시도한다. 권씨는 최근 바로크 앙상블 '콩코르디 무지치'도 창단했다.
염씨는 바로크 앙상블의 리더가 되기 위해 올가을 스위스 바젤 음악원의 최고 연주자 과정에 들어간다. 오케스트라 입단이 불가능한 악기의 한계가 거꾸로 이들을 자극하는 원동력이 된 것이다. 이들은 "리코더는 세상 사람들이 한 번쯤은 불어본 악기이기에 관객과 현장에서 소통할 수 있고 공감대도 넓다. 특히 미래의 관객인 아이들은 모두 우리 편"이라며 웃었다.
▷염은초 리코더 독주회 2월 14일, 권민석 독주회 7월 25일 금호아트홀, (02)6303-1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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