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구간종주] 바람아 불어라! 그래도 우리는 걷는다

글·한필석 부국장 2013. 1. 29.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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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령~고적대~청옥산 겨울 야영산행

↑ [월간산]바람은 모든 것을 날려버릴 듯 거칠게 불어대고 있다. 그래도 백두대간은 흐트러짐 없이 유유히 뻗어 나갔다.

백두대간은 무시무시한 바람으로 산객들을 혼쭐냈다. 잠시도 쉼 없이 밤새 불어댔다. 산 아래 불빛마저도 차갑게 느껴졌다. 그러나 대간은 우리가 살아 있음을 깨닫게 하고 더욱 강하게 단련시켜 주었다.

"이런 날 무슨 등산이에요? 얼어 죽어요. 여긴 햇살이 따스하게 내리쬐고 눈도 별로 없지만 능선에 올라가면 엄청 춥고 눈도 많을 거예요. 도대체 이런 날 왜 산에서 자겠다는 거예요? 따뜻한 집 놔두고."

강원도 동해시 삼화동 산마을인 이기동에 도착한 날은 올 겨울 들어 처음 한파주의보가 내린 날이었다. 걱정스런 표정을 지으며 산행을 말리는 주민의 말에도 불구하고 '제까짓 게 추워봤자~' 하는 마음으로 이기령으로 향했다.

"고라니와 산토끼도 바람에 놀라 도망쳤나 봐요"

된비알 오르막길에 호흡 조절해 가면서 윗마을에 올라서는 순간 등 뒤로 골짜기가 터지면서 동해 일원이 내려다보이자 마음이 편해졌다. 동네 강아지들이 짖어대는 것은 오랜만에 외지 사람들이 찾아와 반가워서 그러려니 했다. 마을을 벗어나 산길로 들어서는 순간 아차 싶었다. 산 위에서 불어대는 칼바람은 온몸을 얼려 버릴 듯 차고 매서웠다. 숲이 뒤흔들리고, 숲이 울부짖었다.

"고라니와 산토끼도 놀라 도망쳤나본데요?"

↑ [월간산]

변희석씨 말이 정말일까, 눈밭에 고라니와 산토끼가 경쟁하듯 산 아래로 달려간 발자국이 찍혀 있다. 얼마 뒤 짐승 발자국이 사라졌다. 이제 우리가 발자국을 찍어가면서 산 위로 오른다. 우리가 이 산에서 유일한 생명체다.

산허리를 가르는 산길을 따르다가 야트막한 능선자락에 올라서자 이기령이 보인다. 히말라야 설산도 아닌데 설연이 날리고 있다. 물이 흐르는 골짜기는 강추위에 꽁꽁 얼어붙어 있다. 출출한 속을 빵과 커피 한 잔으로 달래려 버너 불을 피우려는데 쉽지 않다. 버너 바닥은 차디찬 얼음판이요 위로는 찬바람이 불어대니 가스가 기화될 리 만무다. 보온병에 담겨 있는 따뜻한 물을 연료통에 붓자 겨우 올라온 불기운에 물을 미지근하게 데워 마시고 다시 출발이다.

제법 깊은 눈을 밟으며 올라선 이기령(약 830m : 고적대 6.6km, 임계 부수베리 5.8km, 동해 이기동 6.5km, 백봉령 10km)에는 광풍이 몰아치고 있다. 바람은 그냥 사라지지 않았다. 제멋대로 그림을 그려댔다. 어떤 곳은 분설을 날리며 매서운 겨울 산을 그려놓고, 또 어떤 곳은 눈을 남김없이 날려버려 삭막한 세상을 그려놓았다. 그러다 땅 위의 눈을 하늘 높이 끌어올리면서 산을 보석처럼 반짝이게 한다.

이기령(耳基嶺)에는 임진왜란 때 무릉계의 삼화사를 불태워버리고 두타산성을 함락시키려 전전긍긍하고 있던 왜군들이 빨래터에서 만난 할머니를 꼬드겨 이기령 우회로를 알아내는 바람에 3,000 병사가 몰살당했다는 얘기가 전한다. 그런 옛날 얘기가 아니더라도 동해 임계와 동해 주민들이 장을 보기 위해 넘던 애틋한 사연이 많이 전하는 고개였다. 그러나 이기동 주민 말에 의하면 '이기령'이란 명칭은 예전에는 없었다. 원래 힘들다는 뜻을 지닌 강원도 말인 '더바지'로 불렸다.

↑ [월간산]1 산중턱에 자리한 이기동 윗마을. 2 군무를 추는 듯한 분위기의 소나무 숲을 끼고 이기령으로 향하고 있다.

지금은 그런 얘기를 떠올리며 옛 모습을 상상하기에는 날씨가 너무도 춥다. 바람이 한 번 몰아치면 산사면의 눈이 휙 날리고 임도의 눈이 하늘 높이 날아오르면서 맞부딪쳐 더욱 추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팻말에 적힌 내용대로 임도 따라 150여 m 나아가자 샘이 있다. 그러나 샘물은 파이프를 타고 흘러내리다 꽁꽁 얼어붙어 있다. 석회동굴의 석순을 빼닮았는지 물기둥은 땅에서 올라오고 있었다.

잠시 임도를 따르다가 대간으로 올라서자 산길에 반석이 깔려 있다. 그 모습에 마음 편히 걸어가는데 멧돼지 한 마리가 이리 뛰고 저리 뛰며 갈팡질팡하고 있다. 서풍이 불어대면 놀라 동쪽으로 뛰어가고, 북풍이 치면 또 놀라 남쪽으로 달려간다. 바람은 그림만 그리는 게 아니라 짐승몰이도 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면 우리 인간은 강했다. 고개와 허리를 살짝 숙여 강풍을 피하고, 눈길에 미끄러지면 곧바로 일어나 가던 길 그대로 한 발 한 발 나아갔다.

숲은 밤바람에 울부짖고 밤하늘은 별빛에 반짝여

오늘 야영지로 계획한 고적대(1,353.9m)는 아직 멀기만 한데 벌써 오후 3시가 넘어서고 기온이 뚝 떨어진다. 마음이 바빠진다. 그런 우리 마음을 눈치 채고 훼방 놓으려는지 바람은 더욱 미친 듯이 기승을 부려댄다.

설연이 내려앉자 환해진다. 자작나무숲이 펼쳐지고 그 왼쪽으로 두타산(頭陀山·1,352.7m)과 청옥산(靑玉山·1,403.7m)이 부드러운 횃대에 걸린 달덩이처럼 떠올랐다. 대간에서 부드러운 산릉의 전형을 꼽으라 하면 바로 저 두 산일 것이리라. 그래서 유선형을 이룬 두타산과 청옥산 능선을 '옷걸이 고갯길'이라는 의미로 의가등(衣架嶝)이라 부르는 것일 게다.

↑ [월간산]3 백두대간 종주객들에게 주요 접근점인 이기령. 정선군 하장면에서 시작한 임도가 올라와 있다. 4 이기령 아래 골짜기에서 간식을 먹고 있는 취재팀. 한겨울에는 꽁꽁 얼어붙어 식수를 구하기가 어려워진다. 5 이기령 샘. 고갯마루에서 임도를 따라 남쪽으로 150m 떨어져 있다.

잠시 마음을 놓는 우리 모습에 시샘을 느꼈는지 또다시 찬바람이 몰아치고 그에 놀라 다시 나아간다. 눈이 점점 깊어지면서 발은 푹푹 빠진다. 이기동에서 눈이 없으리란 예상에 스패츠를 차지 않고 산행을 시작했는데, 이제 와서 착용하자니 추위에 장갑 벗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

해는 갈미봉(1,260m) 뒤로 넘어가고 동시에 기온이 뚝 떨어진다.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강풍이 산을 후려친다. 능선길은 오르내리막이 반복되고 좁아지고 험해져 야영할 만한 터를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지난 달 낙동정맥 산행 때처럼 비박하자니 내일 아침 '동태'가 되어 있으리란 상상에 곧바로 비박 생각을 지워 버린다.

오후 4시10분. 갈미봉 오르막 직전 제법 평평한 터가 눈에 띈다. 분명 여러 산객들이 이용한 야영 터이겠지만 나뭇가지에 가려 조망이 좋지 않다. 갈미봉 정상에 마땅한 자리가 없으면 이곳으로 되내려오기로 약속하고 정상으로 향한다.

고도를 높일수록 가팔라지고 눈도 더욱 깊어진다. 북사면 산릉은 며칠 새 두 차례 내린 눈에 깊은 설릉을 이루고 있다. 갈미봉 정상에 서자 산봉 뒤에 숨어 있던 해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해도 찬바람에 온기를 잃었는지 차갑게 느껴진다. 구름은 바람의 추격을 피해 부지런히 이동한다. 우리도 구름 속도로 부지런히 눈을 다지고 기둥을 조립해 텐트를 친다. 이마저도 시기하는지 바람이 휭휭 몰아쳐 플라이를 하늘 높이 끌어올려 태극기 휘날리듯 펄럭인다.

↑ [월간산]1 바람에 날아온 깊은 눈을 헤치며 대간을 걸어가는 변희석씨. 2 이기령 남쪽 백두대간 산길. 파헤쳐진 구간에 넙적한 돌을 깔아놓았다.

텐트에 들어가 찌개 끓여 식은 몸을 덥히고 반주도 한 잔씩 하고 곧이어 따끈한 밥으로 허한 속에 채워 넣는다. 가능한 한 느릿느릿 먹고 천천히 마시곤 했는데도 코펠을 치우고 나니 겨우 저녁 7시를 넘어섰다. 긴긴 밤을 어찌 보낼 것인가 걱정이다. 연이은 망년회 술자리로 모자란 잠 실컷 자보자는 생각에 침낭 속으로 들어갔다. 배병달씨는 "이럴 줄 알고 수면제 준비해 왔다"며 알약 한 알 삼키고, 변희석씨는 "눈 감으면 잠 오는 거 아니냐"며 침낭에 쏙 들어간다.

바람은 우리의 이런 심정과 관계없이 산을 날려버릴 듯 불어대고 숲은 그 화를 고스란히 뒤집어쓰고 큰소리로 울부짖어댄다. 모두들 잠자기 전 소변 마렵다며 몸을 뒤척이면서도 바람소리에 겁먹고 밖으로 나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러다 한 명 한 명 용감하게 텐트를 빠져나가고 그때마다 찬사를 터뜨린다. 산은 어둠 속에 숨어 있지만 하늘의 별은 이때다 싶었는지 빛을 천 갈래 만 갈래 퍼뜨리면서 반짝이고 그 빛을 받은 동해시는 바닷가에 멋진 야경을 그려놓고 있다. 그에 뒤질세라 정선 하이원 스키장은 은하수처럼 밤하늘에 보석처럼 반짝인다.

아침햇살은 축복의 메시지, 바람소리는 행진곡

"일출 안 볼 거예요?""해가 뜨거나 말거나 나는 추워서 못 나가! 뭔 놈의 바람이 밤새 불어대는 거야."이튿날 오전 7시쯤 텐트가 환해진다. 그러나 누에고치 속 애벌레처럼 모두 꼼짝 하지 않는다. 스마트폰 검색 결과 서울 영하 15℃, 동해 영하 7℃. 그렇다면 해발 1,260m 높이인 이곳의 기온은 단순 계산으로도 영하 14.5℃다. 여기에 몰아치는 강풍으로 인한 체감온도까지 계산하면 영하 20℃ 이하일 것이다. 얇은 천으로 만든 텐트도 대단하지만 사람 몸에서 나오는 열기 또한 감탄스러울 만큼 대단하다 싶다. 밤새 어느 누구도 얼어 죽지 않은 것을 보면.

라면을 끓여 한 그릇씩 뚝딱 해치우고 꾸물대다보니 오전 8시30분이 넘어서야 산행에 나선다. 산이 얼었다. 햇살도 얼었는지 온기가 전혀 없다. 밤새 강풍과 추위를 견뎌낸 눈은 뽀송뽀송해 걷는 게 즐겁다. 발라클라바에서 얼굴을 내밀기 두려울 만큼 찬바람이 몰아치지만 눈길은 생기를 불어넣어준다. 10분쯤 지나자 이마에 땀이 맺히는 것을 보면 역시 사람이 대단하다 싶다.

↑ [월간산]

암봉을 우회하다가 혹시 하는 기대에 봉우리 너머 바위지대에 올라서자 멋진 풍광이 펼쳐진다. 아침햇살을 받은 백두대간은 강추위 속에서도 당당하게 뻗어나가고, 동해바다는 흰 이빨 드러내듯 하얀 파도가 치고 있다. 서로는 가리왕산을 비롯해 강원 내륙의 고봉준령들이 겹을 이룬 채 바람에 춤추듯 일렁인다.

그 기운을 안고 고적대로 향한다. 고적대에서 청옥산을 거쳐 두타산으로 이어지는 산릉은 백두대간의 여러 구간 중에서도 부드러움과 웅장함 그리고 기운참의 상징이다. 한 해가 지나가고 또 한 해가 다가온다. 지금 이 아침 햇살은 새해를 기쁘게 맞이하고 힘차게 살아가라는 축복의 의미이고, 산을 울부짖게 하는 바람 소리는 행진곡이다 싶어진다.

"이번 산행이 올 겨울엔 마지막이야, 새싹 올라오거든 연락해."

바람이 강해진다. 어제 이기령에 올라설 때부터 추위에 시달려온 배병달씨는 어제 먹은 게 얹혔는지 불편한 표정을 지으며 "겨울 야영산행은 다신 안 한다"고 투덜댄다. 그게 될까? 새해가 밝으면 "이달엔 출장 안 가?"하고 제일 먼저 물어볼 사람이.

↑ [월간산]1 갈미봉 북쪽 바위지대. 고적대에서 청옥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뒤로 태백 정선 일원의 산릉이 바라보인다. 2 백두대간을 흔들어대는 바람은 햇살마저 얼려버릴 듯 차갑게 느껴진다.

부챗살처럼 펼쳐진 두타·청옥 지능선들이 아침 햇살에 자아내는 수묵화 같은 풍광을 즐기며 고적대에 올라선다(청옥산 2.3km, 두타산 6km, 백봉령 16km). 고적대는 대간을 대표하는 망대다웠다. 백두대간은 강원의 명봉 명산을 이끌어가는 듯 굵고 힘차게 뻗어나가고, 그 오른쪽으로 강원 내륙의 고봉준령이 겨울 하늘을 즐기고 있었다.

뒤돌아서자 갈미봉~이기령 능선 또한 기암을 보석처럼 얹은 채 빛나고, 그 오른쪽으로 동해바다가 시원스럽게 펼쳐졌다. 바람이 분다. 청천 하늘에 바람이 분다. 그 바람 타고 우리는 대간을 맘껏 내려다보고 있는 것이다.

고적대 바윗길을 내려서자 눈이 더욱 깊어진다. 바람은 여전하다. 바람은 내륙의 차가운 눈기운을 대간 너머 동해바다로 부지런히 실어 나르고 있다.

"말도 마세요, 두타산에서 청옥산 오는 데 정말 애먹었어요. 눈이 허리까지 빠졌으니까요."

↑ [월간산]3 고적대 북릉 상의 갈림목. 여기서 무릉계 상류인 바른골 서원터로 내려설 수 있다. 4 갈미봉 정상에서 일출을 맞고 있다.

어제 댓재를 출발한 종주객 두 사람은 눈 때문에 고생이 심했던지 일행을 만나자 눈이 얼마나 많으냐고 묻는다. 그래도 앞사람은 얼굴에 생기가 보였으나 뒷사람은 아예 표정이 없다.

연칠성령(連七星嶺)에 도착하자 서원 터 쪽으로 눈길이 전혀 나 있지 않다(고적대 1km, 무릉계사무소 6.7km, 청옥산 1.3km). 청옥산과 고적대 사이의 연칠성령은 글자 그대로라면 하늘의 칠성님께 이어지는 고개라는 뜻일 테지만 이곳 지명유래에 의하면 무릉계 최상류 서원터 방면에서 정선 하장으로 넘어가는데 등성이가 7개 있다는 데에서 이름이 비롯됐다고 한다.

깊은 눈을 헤치며 된비알을 올려쳐 청옥산 정상에 올라서자 따뜻한 햇살이 반겨준다. 어제 점심때처럼 미지근하게 데운 물에 커피를 타서 간식과 함께 먹고 나니 낮 12시40분, 두타산을 잇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생각에 학등을 하산로로 잡는다.

한여름의 청량함과 가을의 화려함은 동면 중

학등은 이름에서 기대한 것과 달리 조망이 거의 없다. 그래도 깊은 눈을 밀어내듯 밟으며 괴이한 모습의 아름드리 참나무 거목 사이사이로 내려서는 맛은 즐겁기만 하다. 이마에 땀이 맺히자 발라클라바와 목도리를 벗어젖히자 기다렸다는 듯이 바람이 쌩 불어댄다.

↑ [월간산]1 조망명소인 고적대 정상. 2 망군대. 고적대에서 갈미봉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과 동해 일원이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곳이다.

"아니 이 시간에 어딜 가시는 거예요?"

해발 800m쯤 내려섰을까, 등산객 두 사람이 올라오고 있다. 오늘 같은 날 산행하기에는 너무 가벼운 차림이었다. 무릉계에서 밥 해먹느라 늦었다는 두 사람은 오후 2시 반까지 걷다가 내려올 생각이라며 산정으로 향했다.

청옥산에서 급경사 내리막길을 한 시간 반 가까이 내려선 뒤에야 무릉계로 내려선다. 무릉계는 꽁꽁 얼어붙어 있다. 한여름의 청량함도 가을의 화려함도 눈과 얼음 속에 묻혀 동면에 들어가 있다.

문간재에 닿자 뭔가 빠뜨린 것 같아 신선대에 올라선다. 기암은 낙락장송과 어우러져 역시 신선이 살 만한 곳이다 싶다. 무릉계는 기암절벽으로 띠를 두르고 그 위로 소나무 울창한 능선이 대간을 향해 뻗어 오르고 있다. 찬바람이 몰아친다. 순간 연칠성령과 두타산 위로 분설이 날아올랐다. 이제 그만 하산하라는 대간의 메시지였다.

↑ [월간산]3 신선이라도 살 듯 신비로운 풍광을 자아내는 신선봉 정상. 바위벼랑이 돌병풍을 이룬 무릉계 일원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산행길잡이]

갈미봉 북릉, 연칠성령, 청옥산이 야영지로 적격

이기동을 기점으로 이기령~갈미봉~고적대~ 청옥산을 잇는 산행은 백두대간 구간 종주코스라 할 수 있다. 눈이 없을 적에는 일찍 출발하면 당일에 충분히 내려설 수 있는 거리지만 해가 짧고 눈이 많은 적설기에는 쉽지 않다. 중간 야영장소가 많지 않다. 갈미봉 정상 북쪽 안부와 연칠성령, 청옥산 정상이 적지다. 첫날 일찍 산행을 시작하면 청옥산 정상까지도 오를 수 있다. 물론 눈이 적당한 수준에 한해서다. 청옥산 정상 남쪽 바위지대에 석간수 샘이 있다.

표고차를 100여 m 두고 위아래 두 개 부락으로 나뉜 이기동은 무릉계 들머리인 삼화동 진입로에서 들어간다. 쌍용양회 정문을 지나면 쌍용양회 종합기술훈련원, 마당, 굴뚝촌 간판이 보인다. 그 지점에서 오른쪽 마을 진입로(입구에 삼화가든, 잎새바람, 이기령민박 2.5km 안내판이 서 있음)를 따라 3km쯤 가면 석현사(534-3144)가 보이고 곧이어 이기령민박과 잎새바람 찻집이 눈에 띈다. 이기동 아랫마을(약 230m)에서 윗마을(약 350m)까지는 비포장도로가 나 있으나 한겨울에는 빙판이 생길 경우가 많아 차량 통행은 어렵다. 따라서 승용차는 산불감시초소 앞 공터에 세워놓는 게 바람직하다.

↑ [월간산]5 이기동 입구. 쌍용양회 정문을 지나 삼화동 쪽으로 향하다 첫 번째 갈림목이다. 6 이기동 아랫마을. 잎새바람, 이기동민박 등 민박집이 있다.

윗마을을 지나면 산길이 시작되고 한 시간쯤 걸으면 물줄기를 지나 이기령에 올라선다. 고갯마루에서 고적대 방향 150m 거리에 샘을 연결해 놓은 파이프에서 물이 나오기는 하지만 동절기에는 너무 믿지 않는 게 좋다. 이기령에서 곧장 대간을 타도 되고 샘을 지나 적당한 지점에서 다시 대간으로 올라붙어도 된다. 이후 갈미봉을 거쳐 고적대까지는 길을 헤맬 일이 거의 없다.

연칠성령을 지나면서 무릉계 하산로가 계속 나타난다. 연칠성령~바른골, 학등~쌍폭, 박달령~박달골~쌍폭, 두타산~두타산성 길은 모두 무릉계를 거쳐 삼화동으로 내려선다. 능선에서 무릉계 입구까지는 대략 2시간30분~3시간 거리다. 끝까지 대간 종주를 하려면 두타산 정상에서 남릉을 타고 댓재로 내려서도록 한다. 눈길이 나 있을 경우 두타산에서 3시간 안팎 거리인 댓재에서 삼척시나 하장으로 가는 노선버스를 탈 수 있다.

대중교통

서울→동해 강남고속버스터미널 ( www.kobus.co.kr1588-6900)에서 30~60분 간격(06:30~19:20, 23:10, 23:30) 운행. 동서울터미널( www.ti21.co.kr1688-5979)에서 1일 25회(07:10~20:05) 운행. 2시간50분, 일반 1만6,800원, 우등 2만3,800원, 심야우등 2만6,100원. 청량리역에서 동해 경유 무궁화호 열차는 1일 7회(07:10, 09:10, 12:10, 14:13, 16:13, 23:15) 운행. 4시간40분~5시간10분 소요, 1만8,100원.

부산→동해 노포동 동부터미널(1688-9969)에서 1일 14회(06:58~16:08, 야간 21:10, 22:40, 23:50). 5시간, 주간 2만9,800원, 야간 3만2,800원.

↑ [월간산]

대구→동해 동부시외버스터미널(1666-0017)에서 1일 9회(05:40~15:30, 야간 22:25) 운행. 주간 2만8,800원, 야간 3만1,700원.

동해시에서 이기동으로 가려면 삼화동(무릉계)행 노선버스를 타야 한다. 1일(06:40~20:30) 수시 운행. 삼화동에서 시내행 마지막 버스는 21:00. 문의 동해시외버스터미널 033-533-2020, 동해고속버스터미널 531-3400~1. 동해역 521-7788.

숙식(지역번호 033)

이기동에는 민박집이 여럿 있다. 옛날 골동품으로 장식한 잎새바람(534-7873)에서는 차(3,000원)를 팔면서 민박도 친다. 사전 예약 시 식사(닭요리, 삼겹살, 산채정식)도 가능. 4명 기준 5만 원 안팎. 여름철에는 이기령민박(534-0120, 010-4557-7734)에서도 민박을 친다.

이기동 입구 개울 건너의 마당(534-8111)은 곤드레돌솥밥(8,000원)과 두부전골(8,000원), 굴뚝촌(534-9199)은 대나무통밥 & 버섯·불낙·곱창·오리불고기전골 전문식당이다. 반찬 9가지 포함 1만3,000원. 동해시 묵호항에는 생선횟집이 줄지어 있다. 부둣가 노점에서 싱싱한 생선을 사서 횟집에 가져가면 1인당 3,000원 받고 야채와 초장, 밑반찬 등을 내놓는다. 생선찌개는 냄비 당 1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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