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감은 향기 저녁 때까지 그대로.. 향수 샴푸 주인공 만나보니

2013. 1. 21.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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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경중앙연구소 향료개발팀 이성숙 선임연구원

샴푸의 기능보다 향에 집중한 '퍼퓸(perfume) 샴푸'가 등장했다. 샴푸 브랜드 '케라시스'의 출시 10주년을 맞아 애경이 지난해 5월 한정판으로 내놓은 퍼퓸샴푸는 한 달 만에 물량 5만 개가 동이 났다. 이후 6개월 만인 작년 말 정식제품으로 재출시됐다.

지난 16일 찾아간 대전광역시 신성동의 애경중앙연구소 향료개발팀. 이곳에서 케라시스 퍼퓸 '샴푸 & 린스'의 개발을 진두지휘한 이성숙 선임연구원(36· 사진)을 만났다. 이 연구원은 10년 동안 향 샴푸향, 섬유유연제 향 등 일상생활 속 다양한 향을 만들어낸 숨은 주인공이다.

"케라시스 출시 10주년을 앞두고 신제품 개발을 위해 시장 조사를 했습니다. 소비자들은 케라시스하면 '향이 좋은 샴푸'로 인식하고 있었죠. 케라시스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래서 나온 컨셉트가 정말 향수를 뿌린 듯한 효과를 주는 '퍼퓸 샴푸'였어요."

이 연구원은 1년 동안 국내 유명 백화점, 대학가, 명동 거리 등을 누볐다. 그녀가 선정한 타깃 향수는 총 20여 종.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향수를 찾는 게 우선 순위였다는 게 그의 설명.

"사람들이 명품백, 명품화장품, 명품차를 좋아하지만 향수라면 얘기가 달라져요. 자기가 쓸 향수를 고를 땐 브랜드가 유명한지, 용기가 화려한지 따위보단 정말 내 취향에 맞는지를 생각하거든요. 근데 그 취향이라는 것은 정말 천차만별이구요. 자갈밭에서 보석을 골라내는 심정으로 향을 골랐죠."

하루에 10번 이상 머리 감기도

이 연구원은 발향과 지속성이 우수한 향을 개발하는 데 1년 5개월이 걸렸다.

그는 "머리를 감을 때부터 강렬한 향을 내뿜는 것이 중요하다"며 "연구실에서 하루에 10번도 넘게 머리를 감으면서 실험했다. 허리가 부러질 정도였다"고 말했다.

향의 지속 정도를 알기 위해선 발향 단계를 철저히 분석하는 것이 중요했다는 것. 향마다 휘발 속도가 다양해 머리를 감은 뒤 시간이 흘렀을 때 나는 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처음 용기 뚜껑을 딱 열었을 때 나는 향이 몇 시간 뒤에는 나지 않아요. 이건 소비자들에 대한 배신이란 생각으로 연구에 매달렸죠. 향수 원료를 적절히 배합해가며 머리를 감은 뒤 12시간이 지나도 향이 그대로 유지되는 방법을 연구했습니다."

이 연구원은 일반 샴푸보다 2~10배 많은 향수 원료 80여 개로 '향 디자인'에 성공했다. 두피, 탈모 관리 등 기능성 대신 샴푸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향을 집중 공략한 전략은 의외로 '대박'을 터뜨렸다.

'아침에 향수 뿌리는 것을 깜빡 잊고 나와도 괜찮다', '고깃집에 갔다 와도 머리에 샴푸 냄새가 남는다' 등의 고객 반응이 들렸다. 이 샴푸는 지난해 12월 정식제품으로 출시된 지 2주 만에 3만 개 가까이 팔려 나갔다.

"저 사람한테서 엄마가 만든 케라시스 향 나" 딸 한 마디에…

이 연구원은 3년 여간 정확한 후각을 유지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연구할 땐 커피도 먹지 않고 손에 로션도 바르지 않으며 방해가 되는 향은 최대한 줄였다. '코감기에 걸리면 끝장'이란 생각에 한약까지 챙겨 먹었다. 후각이 지나치게 예민해져 아무 생각 없이 쉴 수도 없었다.

이 연구원은 향과의 사투를 멈출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출근길 지하철에서 내가 개발한 샴푸향을 맡으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며 "특히 10살배기 딸이 길을 걷다가 '어! 저 사람한테서 엄마가 만든 케라시스 향 난다'라고 말할 때 느끼는 보람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경쟁사들이 앞다퉈 퍼퓸 샴푸를 출시하면서 국내 샴푸시장의 '향기 전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이 연구원은 "'향기하면 케라시스, 케라시스하면 향'이라는 인식을 소비자들에게 심어줄 수 있도록 향기 트렌드를 끊임 없이 읽고 선도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대전=한경닷컴 이하나 기자 lh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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