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남동 주민들 '헐리는 동네' 영상에 담아내다
서울 종로구 교남동은 명칭만 해도 다소 복잡하다. 행정동은 교남동이지만 법정동은 교남동·평동(平洞)·송월동(松月洞)·홍파동(紅把洞)·교북동(橋北洞)·행촌동(杏村洞) 등 6개로 이뤄져 있다. 먼 옛날 교남파출소 앞에 돌다리가 있었고, '돌다리의 남쪽 동네'라는 데서 이름이 유래됐다.
그런 교남동이 오는 4월이면 동네마다 품은 아기자기한 역사를 뒤로하고 돈의문 뉴타운 건설을 위해 본격 철거될 예정이다.
동네 봉사단체인 마중물복지위원회의 김정민씨(46)는 지난해 교남동 주민들에게 사라질 마을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마을공동체 미디어사업'을 제안했다. 그는 이곳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다. 심지어 사무실도 교남동이 지척인 서대문 사거리에 위치해 있다. 주민들은 앞으로 다시는 보지 못할 정겨운 집과 골목길을 간직하기 위해 주민들 스스로 마을기자단을 모집하고 교육하면서 추억의 장소들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담아내기로 했다.
서울 종로구 교남동 주민들이 돈의문 뉴타운 공사 때문에 오는 4월 철거 예정인 동네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며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 종로구 제공
김씨는 "교남동 골목마다 친구들이 살았고, 어릴 적 자전거를 처음 배웠던 곳도 이 동네였다"며 "어느 날 사무실에서 창문을 통해 동네를 바라보고 있는데 문득 동네가 다 헐리더라도 누군가 현재의 모습을 남겨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말했다.
김씨 등은 지난해 9월부터 동네 청년들, 마중물복지회 회원들과 의기투합해 동네의 유래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사업 방향을 토론하고 사진촬영 교육도 받았다. 자원봉사자 75명과 3명의 마을기자단이 가세했다. 이들은 주말을 이용해 틈틈이 사진촬영을 했다. 마을버스로 동네를 누비며 '동네 한바퀴' 동영상을 담아 CD로 제작했다.
사업 도중인 지난해 11월에는 우연히 '서울시 마을공동체 미디어 지원사업'을 알게 돼 공모해 총 200만원의 지원비를 받기도 했다. 이들은 지난해 말까지 이뤄진 작업을 < 나의 살던 고향 > 이라는 제목을 달아 300여개의 CD로 제작했다. 이 CD는 최근 돈의문 뉴타운의 이주 신청자들에게 전달됐다.
마을기자단은 한 번에 그치지 않고 뉴타운 건설이 완료될 때까지 미디어사업을 계속할 예정이다. 철거가 시작돼 동네가 화려한 뉴타운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두 번째 작업으로 담아내고, 마을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옛 추억에 대한 구술 및 옛 사진을 모아 자료화하는 세 번째 작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김씨는 20일 "새롭게 변모하고 발전되는 모습도 좋지만 나중에 뒤돌아볼 수 있는 자료들이 없다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며 "날씨가 따뜻해지는 3월부터는 마을을 돌아다니며 후속 작업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 문주영 기자 mooni@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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