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숙한 도둑들, 세상을 비웃다

김영번기자 2013. 1. 17.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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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늘근도둑 이야기.. '3월31일까지 아트원씨어터

'국가대표 코믹극'이 또다시 대학로에 돌아왔다. 익살과 해학으로 가득한 연극 '늘근도둑 이야기'(사진)가 지난 8일부터 3월 3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트원씨어터에서 공연하는 것. 이미 수년간의 공연에서 관객들의 열띤 호응을 받아 온 작품이다. 하지만 '늘근도둑 이야기'의 가장 큰 매력은 매년 공연이 새롭게 올라갈 때마다 가장 최근의 시사적 이슈를 슬쩍 대사에 집어넣는다는 점이다. 즉 '당대와 호흡하는' 연극으로 항상 그 새로움을 더해 왔다.

또 한 가지 눈여겨볼 점은 극중 '더 늙은 도둑'과 '덜 늙은 도둑', 두 역할을 어느 배우의 조합으로 가져가느냐는 것이다. 말하자면 '도둑 콤비'를 어떻게 구성하느냐의 문제다. 이전 공연에서 두 도둑 역할을 맡았던 명콤비들의 면면은 화려하기 그지없다. 명계남·박광정·강신일·문성근·박철민·이성민·이대연 등 명실상부 한국 연극계를 대표하는 배우들이 '두 늙은 도둑'으로 열연했다.

이번에 콤비를 이룬 배우는 윤상화와 한동규. 단언컨대, 역대 어느 콤비 못지않다. 예전 출연배우들의 명성이 워낙 화려해 섣불리 '최강'이라고 말하기는 망설여지지만 보는 이에 따라 분명 그렇게 느끼는 관객들도 있을 것이다.

윤상화는 지난해 연극 '뻘'과 '목란언니' 등에서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제5회 대한민국 연극대상'에서 남자연기상, '제49회 동아연극상'에서 연기상, '제8회 하얀수건상'까지 거머쥐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한동규 또한 연극 'M. 버터플라이', '백야' 등에서 진지함과 가벼움을 넘나드는 연기로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아울러 극중 수사관 역을 맡은 배우 이현걸은 연극 '룸넘버 13', 영화 '26년', TV드라마 '무신' 등에서 다양한 역할을 맡아 주목받았다.

올해 '늘근도둑 이야기' 역시 기본 줄거리에서는 예년과 다름없다. 대통령 취임 특사로 감옥에서 풀려난 두 늙은 도둑은 마지막 한탕을 하기 위해 '그분'의 미술관에 잠입한다.

엄청난 부를 축적하고 권력까지 거머쥐고 있는 '그분'의 집에는 세계적인 현대미술가들의 작품이 소장돼 있다. 그러나 작품들의 가치를 알 리 없는 두 늙은 도둑은 금고만을 찾는다. 결국 두 도둑은 금고 앞에서 옥신각신 다투다가 경비견에게 들켜 조사실로 끌려간다.

투철한 사명감으로 뭉친 수사관은, 있지도 않은 범행 배후와 사상적 배경을 밝혀내려고 두 도둑을 추궁한다. 하지만 아무것도 한 일 없는 두 도둑의 한심하고 어리숙한 변명은 한바탕 폭소극으로 이어진다. 이상우 작·민복기 연출. 02-762-0010

김영번 기자 zero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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