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심리학콘서트]스캔들의 중심 왕관앵무형 상사

2013. 1. 16.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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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믿지 마, 엄마가 구해줄게"라는 카피가 인상적이었던 봉준호 감독의 영화 < 마더 > . 모자란 아들 도준을 홀로 기르는 엄마(김혜자 역)는 어딘가 어수룩하고 순박하다. 그는 자기 앞가림을 못하는 아들을 돌보기에 여념이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은 여고생의 살인범으로 체포된다. 엄마는 아들이 그럴 리가 없다며, 무죄를 입증하려 필사적으로 노력하지만 아무도 도와주는 이가 없자 스스로 수사에 나선다. 영화의 도입부에서 엄마는 드넓은 황금빛 갈대밭을 배경으로 어깨춤을 춘다. 복합적이고 심층적인 감정이 담긴 기이한 춤이었다. 이를 보면 떠오르는 상사 유형이 있다.

"팀장님이 저를 싫어하시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박정호(33) 씨는 요즘 심경이 불편하다. 팀장이 자신을 쳐다보는 눈빛이 못마땅해 보이기 때문이다. 이전 직장에서는 문제없이 잘 지냈는데, 도대체 자신의 어떤 부분이 거슬리는 것일까. 이유를 수소문해보니, 팀원들의 답변은 이랬다. "원래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화를 내실 때가 있어요. 게다가 이유를 자세히 말씀도 안 하세요. 그냥 이해하고 넘어가요." 평소 팀장은 온화하고 너그럽지만, 가끔 이해하기 힘든 이유로 분노하곤 한다는 것.

< 왕관앵무 > 형 상사

왕관앵무는 생김새가 귀엽다. 크기는 30cm, 몸무게는 90~120g 정도로 아담하다. 볼은 연지곤지를 찍은 것처럼 붉은 빛이 돈다. 지능과 감성수준이 높으며, 비교적 조용하다. 앵무새라 사람의 말을 잘 따라한다. 여러 화음을 넣어 노래를 부를 줄도 안다. 가장 큰 특징은 '우관'이다. 머리 끝부분부터 하늘 위로 솟구쳐 오른 우관은 왕관 같은 모양으로, 머리가 뻗친 모습을 연상시켜 새의 귀여움에 한 몫한다. 왕관앵무형 상사는 조용조용 이야기하는 편이며, 품위 있는 언어만을 구사한다. 은근하고 특별한 애정으로 부하들의 충성심을 이끌어내는데, 그의 부드러운 리더십은 머무르는 자리마다 흰 파우더를 남기는 왕관앵무를 닮았다. 기본적으로 방임주의라서 부하의 업무방식에 간섭하거나 참견하지 않는다. 또한 부하를 신뢰하면서도 장점을 북돋아주니, '눈 밖에 안 날 정도로만 적당히 일하자'던 직원들도 태도가 달라진다.

로젠탈 효과를 내는 상사

하버드대 로젠탈 교수는 지적 능력이 뛰어난 아이들의 명단을 교사들에게 보내고, 8개월 뒤에 이 명단의 아이들에게 다시 IQ검사를 실시하는 실험을 했다. 사실은 무작위로 뽑은 아이들이었지만, 놀랍게도 학업성적과 평균점수가 높아졌다. 교사의 기대와 관심이 아이들의 성적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이를 '로젠탈 효과'라 한다. 왕관앵무형은 로젠탈 효과를 업무에 적극 활용하는 상사다. 팀원들의 업무영역과 자율성, 능력을 인정하며, 개인적 성장을 모색할 자유를 허락한다. 웬만해서는 싫은 소리도 잘 하지 않는다. 부하가 심각한 실수를 고백해도 '괜찮아, 괜찮아'라고 위로해줄 정도다. 일 잘하라 다그치지도, 표 나게 가식적이지도, '오바'해서 칭찬하지도 않는다. 상사가 대놓고 칭찬하면 '날 또 이용해먹으려는 속셈인 거지!' 라는 생각부터 드는 직원조차도, 그에게는 점차 충성하기 시작한다.

'So cooool'한 척 하지만 쿨하지 않아

왕관앵무형 상사는 온화하지만, 개인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침해당하면 정색한다. 그의 지적은 새의 노랫소리처럼 부드럽게 들리지만 이는 마지막 경고요 최후통첩이다. 이를 무시하거나 가볍게 넘기면 오랫동안 고생하게 된다. 쉽게 잊지 못하는 왕관앵무형은 이윽고 당신을 이유 없이 회의에서 배제하고, 프로젝트에서 제외시키고, 회식자리에 부르지 않고… 온갖 방법으로 당신을 외면하기 시작할 것이다.

다행히도, 최후통첩 이전에 당신에 대한 판단을 끝내 버리므로 '반전'이 불가능한 어떤 상사유형들과 달리, 왕관앵무는 '그대에게 실망했노라'는 최후통첩의 시간에도 여전히 당신이 개과천선하여 자신의 품으로 돌아올 '어린양'이 될 수 있음을 굳게 믿고 있다. 그가 정색하는 순간은 '반성과 회개'의 기회를 주는 시간이다. 주저하지 말고 그의 품으로 돌아가자.

시인은 스캔들이 많다.

왕관앵무형은 시인과 같다. 조용한 겉모습과 달리 내면에는 감성 폭풍이 휘몰아친다. 단어 하나하나에 향수라도 뿌린 듯, 그가 말하면 같은 내용도 느낌이 다르다. 사실 이들은 놀라운 글재주를 보이는 '천재 작가' 유형이기도 하다. 더불어 머리 위에 왕관이 달린 왕관앵무처럼, 독창적이고 주관적인 가치관을 자랑한다. 독창적 가치관, 정제된 시적 언어 사용, 예민한 감수성이 만나면? "김 대리는 젊었을 때의 나를 보는 것 같아…"라며 부하들의 마음을 뒤흔드는 것이 일상사가 된다. 그렇다 보니 스캔들의 단골손님이다. 동료와의 사내 연애부터 이사와의 긴밀함을 넘어선 수상한 막역함 등, 감정 표현을 자제하고 속내를 감추는 데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이다보니 진위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사내 뒷소문의 상당 부분은 이들이 주인공이다.

〈왕관앵무〉형 상사 공략법 6

1 거리를 두자

왕관앵무는 경계심이 강하다. 가장 잘 챙겨주는 사육자 한 명과만 친하게 지내는 편. 낯설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은 무척 경계한다. 왕관앵무형 상사 역시, 포용력 있고 친절하지만 다가가기는 어렵다. 거리를 두자. 무리해서 선물도 하고 전화도 자주하고 듣기 좋은 말을 하면, 오히려 의도적으로 접근한다며 의심만 산다.

2 험담을 조심하자

앵무새 앞에서는 말을 조심해야 한다. 조용히 듣고 있다가 어느 순간 주인이 읊었던 말을 따라하여, 난감한 상황을 조성하기 때문이다. 왕관앵무형은 뒷소문 옮기는 직원을 좋게 평하지 않는다. 물론, 바르고 착하게 살던 사람도 뒷담화로 맞서야 할 때가 있다. 하지만 신변 보호 차원의 뒷담화라도 왕관앵무 앞에서는 삼가자. 가벼운 농담이라도 그 내용이 누군가를 헐뜯고 모욕하는 종류라면 가슴 아프게 생각하는 것이 왕관앵무형이다. 인간 사회의 둔감함과 냉혹함에 치를 떠는 그에게 권모술수는 근절해야할 1순위이니, 그에게 누군가를 고자질하며 득을 볼 생각은 하지 말자.

3 자율성은 새장 안에서만 발휘할 것

앵무새는 매우 예민하다. 항우울제를 처방받거나, 깃털을 스스로 뽑고 자해를 하는 경우도 있다. 왕관앵무형 역시 비판을 개인적인 관점에서 받아들인다. 물론 마음의 상처를 받았음을 드러내지는 않지만, 그는 상처를 잊지 못하고 두고두고 기억하므로 주의하자. 추가적인 의견이나 제안이 그의 의견을 비판하거나 지적하는 내용으로 들리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그는 권위적이지 않으며 팀원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편이지만, 그가 추진하는 프로젝트의 전체 틀을 넘어서는 제안은 불편하게 여긴다.

4 꼼꼼하면 사랑 받는다

그는 일상적 삶의 사소한 주의사항을 곧잘 잊어버린다. 책상 모서리에 부딪히거나 마지막 계단에서 미끄러지는, 개그 프로그램에서나 나올 법한 장면을 자주 보게 될 것이다. 중요한 약속시간을 깜박 잊거나, 안경을 어디다 두었는지 모르거나, 엑셀파일을 어느 폴더에 넣었는지 기억해 내지 못하는 왕관앵무형을 보면 어이가 없을 것이다. 적극적으로 도와주자. 실리성과 현실감각이 부족한 그는 뒤처리를 잘하고 세부사항에 강한 직원에게 호감을 갖는다. 공과금부터 재무재표나 매출현황분석까지 구체적인 숫자에 자신 있다면, 왕관앵무형의 총애를 받는 계기가 된다.

5 그가 정색하면 진실하게 답변하자

'잘 알지도 못하면서'. 왕관앵무형이 속으로 삭히는 불만 1순위이다. 그는 부하의 실수나 마감일의 연기, 혹은 프로젝트의 취약점 발견 등 보통 상사들이 당연히 화낼 만한 것에는 부드럽게 넘어가지만, 본인이 처리해야 할 일을 부하가 예고 없이 처리하면 불같이 화를 낸다. 본인이 타인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만큼, 스스로의 자율성을 보장받길 원한다. 이외에도 부하를 어리둥절하게 하는 그의 분노는 이유가 다양하며, 때로는 이해하기조차 어렵다. 하나하나 이유를 분석하려 들지 말자. 그가 정색할 때 정신을 바짝 차리면 된다. 말꼬리를 돌리거나 가볍게 대답하면 내일부터 피곤해지니 지양할 것.

6 "어느 쪽이든 상관없어"는 청신호

"어느 쪽이든 상관없어"라고 해놓고 나중에 딴소리를 하는 상사들도 있다. 분통 터지는 심정, 이해한다. 하지만 왕관앵무의 이 말은 부하의 자주성을 존중하는 마음에서 우러나온 것. 그대로 믿고 당신의 방식대로 진행해도 좋다. 물론 정확한 지침이 없어 처음에는 난감하겠지만, 당신의 업무능력은 비약적으로 향상될 것이다.

[글 이현수(ESTP 전문작가)]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362호(13.01.22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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