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노크 귀순' 용두사미 문책

권경성 사회부 기자 2013. 1. 14. 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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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오후 6시. 국방부가 지난해 10월 발생한 북한군 병사의 '노크 귀순' 사건과 관련해 합동참모본부 장성 2명과 영관 장교 2명을 징계했다는 소식이 기자실에 전해졌다. 영관급 2명에 대해선 정직 등 중ㆍ경징계가 내려졌지만 장성 2명에겐 가장 가벼운 견책 처분을 한 것도 모자라 이를 다시 징계 유예로 낮춰줬다는 내용이었다. 용두사미도 이런 용두사미가 없다.

국방부는 지난해 10월 노크 귀순 경위를 공개하면서 우리 군의 경계 실패와 부실 보고에 대한 문책 규모(14명)가 "창군 이래 최대"라고 강조했다. 들끓는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서였겠지만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직접 대국민 사과까지 했다. 많은 국민들이 "읍참마속을 하는구나"라고 생각했고 징계 규모만큼 수위도 높을 거라 믿었다.

그러나 군 내부에선 경징계 분위기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누구보다 장군답고 유능하다는 등 징계 대상자에 대한 동정적 평가가 흘러나왔다. 특히 합참 작전본부장(중장)의 경우 정보 판단을 잘못한 의장 대신 그가 총대를 멘 희생양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그러면서 석 달여가 지났다. 조사가 끝났고 이달 4일 징계위원회가 열렸다. 징계 수위도 결정됐다. 장관 재량으로 크게 바뀔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도 장관 재가까지 일주일이나 걸렸다.

꼼수는 징계 내용의 공개 시점에서 드러난다. 담당 부서는 김 장관이 워낙 바빠 14일에나 결재가 이뤄질 거란 정보까지 흘렸다가 돌연 금요일(11일)로 결재일을 당겼다. 여론의 비난을 희석시켜 보자는 의도가 다분해 보인다. 저녁 6시면 대부분 언론의 기사 마감이 임박했을 때다. 아무래도 기자가 분석적 시각을 유지하기 어렵고 기사 넣을 자리도 마땅찮다. 더욱이 토요일 신문은 열독률이 낮아 딱딱한 기사에 할애되는 지면도 적다. 설상가상으로 이날은 국방부가 부처 중 처음으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업무보고를 한 날이었다.

물론 군 일부엔 "CCTV로 귀순병을 확인한 게 아니라 귀순병의 내무반 노크로 알게 됐다"는 정정 보고를 누락, 홍역을 치른 합참 작전 라인을 옹호하는 시각도 있다. 경계망이 뚫렸는데 뭘로 봤는지가 대수냐는 것이다. 그러나 전시에 작전 계통 상황보고의 정확성 여부는 지휘관의 상황 판단, 부대 생존과 직결된다. 군기 확립 차원에서 잘못된 보고가 엄중히 다뤄져야 마땅한 이유다. 그래서 이번의 온정적인 징계가 공정성은 물론이고 군 기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지 우려되는 것이다. 김 장관이 2년 넘게 장수한 이유가 정녕 그가 강골이어선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징계 내용이다.

권경성 사회부 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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