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리뷰] '잭 리처' 고독한 영웅으로 돌아온 톰 크루즈
[세계닷컴]
할리우드 스타 톰 크루즈(51)가 지난 9일 통산 여섯 번째 내한해 화제가 됐다. '친절한 톰 아저씨'는 한국에서만 들을 수 있는 그의 애칭으로, 크루즈는 이번 방문에서도 멋진 매너와 팬서비스로 많은 이슈를 낳았다.
오는 17일 개봉되는 신작 '잭 리처'(감독 크리스토퍼 맥쿼리)에서 그는 전직 군 수사관 출신 주인공 잭 리처로 분해 새로운 영웅의 탄생을 알렸다.
그의 대표작 시리즈인 '미션 임파서블'의 이단 헌트와는 사뭇 다른 영웅이다. 이단 헌트가 초고층 빌딩을 오르내리고 공중을 날아다니는 등 기예에 가까운 몸 액션을 펼쳤다면, 잭 리처는 '현대판 셜록 홈즈'처럼 명석한 두뇌와 뛰어난 추리력으로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나간다. 물론 격투신과 추격신 등 액션신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낮 도심 한복판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하고, 유일한 용의자인 제임스 바(조셉 시코라)는 어떤 진술도 거부한 채 '잭 리처를 데려오라'는 메시지를 남긴다. 이에 어디선가 불쑥 등장한 주인공 잭 리처(톰 크루즈)는 타고난 추리력과 육감을 바탕으로 사건을 수사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 사건, 미치광이의 단순 총질이라 하기엔 뭔가 찝찝한 구석이 많다.
리 차일드의 베스트셀러 소설 '잭 리처' 시리즈 17편 중 2005년 출간된 9편 '원 샷'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크리스토퍼 맥쿼리 감독, 제작자 돈 그레인저의 소개로 원작을 접한 크루즈는 주연뿐 아니라 제작까지 맡으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잭 리처는 군인이었던 과거만 전설처럼 남아있을 뿐, 뚜렷한 거주지도 가족도 없이 떠돌아다니는 신비로운 캐릭터다. 크루즈는 오십대 나이를 잊게 만들 정도로 여전히 탄탄한 복근을 공개했을 뿐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사건에 휘말려 들어가는 잭 리처의 상황을 실감나게 표현해냈다.
사회 제도와 관습을 거부한 채 살아가는 주인공이지만, 인간에 대한 애정이 곳곳에 묻어나는 점 또한 매력적이다. 고독하지만, 고독하지만은 않다. 박진감 넘치는 자동차 추격신이 끝난 후,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인파 속에 자신을 파묻는 장면은 이 작품의 명장면 중 하나로 꼽힌다.
리처는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등 최첨단 장비들을 이용해 사건을 풀지도 않는다. 크루즈는 "리처는 디지털 시대에 사는 아날로그적 인물"이라며 "전화 한 통으로도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내는 신통방통한 수사력을 지닌 인물이 바로 잭 리처"라고 소개했다.
영화 '유주얼 서스펙트'와 '작전명 발키리'의 각본을 담당한 맥쿼리 감독의 스토리텔링 능력도 곳곳에 빛을 발한다. 하지만 스토리 전개에 너무 집중한 탓일까. 130분이란 러닝타임은 다소 길게 느껴진다. 담으려고 한 이야기가 워낙 많고 긴장과 이완이 계속 반복되다 보니 '미드(미국 드라마)'를 몇 편 연달아 보는 느낌도 지울 수 없다.
크루즈 외에 '007 어나더 데이'(2002)에서 본드걸로 이름을 알린 로자먼드 파이크, 독일의 거장 베르너 헤어조크 감독, 할리우드가 낳은 명배우 로버트 듀발 등 쟁쟁한 조연진의 연기는 극에 무게감을 더했다. 15세관람가. 17일 개봉.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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