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아이즈]자! 떠나자-겨울이 아름다운 경남 사천 와룡산 백천사

윤시내 2013. 1. 7. 15:2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천=뉴시스】문병기 기자 = 뼛속까지 전해지는 냉기가 한겨울의 복판에 와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울긋불긋 색동옷으로 갈아입었던 산들은 앙상한 가지만을 남긴 채 매서운 겨울바람이 휩쓸고 지나가고, 초록으로 물들었던 대지는 어느덧 잿빛으로 변해 버렸다.

계속되는 강추위에 주변의 모든 것이 꽁꽁 얼어붙고, 사람들의 몸과 마음도 움츠러들고 있다.

하지만 춥다고 집에만 있기에는 너무나 따분하고 지루하다. 한 해를 보내고 새로운 한 해를 맞은 이때, 조용한 산사(山寺)를 찾아 자신을 뒤돌아보는 것도 무척이나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 생각된다.

경남 사천시 백천동에 자리한 와룡산 백천사(白泉寺). 우리나라 명산 중 하나인 와룡산(801.4m)의 장군봉 새섬바위와 상사바위, 기차바위, 민재봉을 중심으로 둥그렇게 이어진 주 능선에 둘러싸여 있다.

신라 문무왕 633년 의상대사가 창건한 뒤 의선대사에 이르기까지 아흔아홉 개의 암자가 있었다고 전해지는 것으로 보아 당시에는 규모가 상당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백천사가 있는 와룡산에는 팔만구암자(八萬九菴子)가 있었다고 전해지는 것을 보면 꽤 많은 사찰(寺刹)이 이곳에 있었음을 짐작케 해준다.

백천사는 호국도량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임진왜란 때 사명대사가 승병들과 함께 왜군과 싸워 물리쳤고, 이순신 장군이 수륙양동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진두지휘를 했던 곳으로, 절터 부근에는 아직도 축을 쌓은 돌담이 부분적으로 남아 있다.

이처럼 천년이 넘는 유구한 역사를 간직한 백천사는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어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또한 깊은 역사만큼이나 유명하고 볼거리가 많기로도 둘째가라면 서럽다. 대웅전과 용왕각,약사좌불은 물론 '약사와불'과 목탁소리를 내는 '우(牛)보살'이 전국 불자들의 발길을 이곳으로 향하게 하고 있다.

특히 약사와불은 이 절의 대표적 상징물이나 다름없다. 대부분의 불상이 앉아 있거나 서 있지만 약사와불은 말 그대로 누워있는 부처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이 불상은 2400년 된 소나무를 3년에 걸쳐 통째로 깎아 만든 데다 표면은 금으로 장식했다. 부처의 발을 통해 몸속으로 들어가면 삼존불을 모셔놓은 몸속 법당이 있어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신비감을 더해 준다.

약사와불과 함께 우보살 또한 백천사의 명물이다. 대웅전을 지나 돌계단을 오른 뒤 오른쪽으로 가다보면 '우보살 집'이란 곳이 나온다.

이곳에는 어미소와 새끼 등 세 마리의 소가 있다. 소가 어떻기에 명물이냐고 반문하는 이들도 있지만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나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똑 똑 똑…' 끊임없이 이어지는 청아한 목탁소리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이들 소이다. 한 마리도 아닌 세 마리가 동시에 이어지며 내는 맑은 소리는 마치 스님들이 목탁을 두드리는 것처럼 느껴져 왜 우보살이라 부르는지 금방 알 수가 있다.

이 처럼 백천사는 유서 깊은 사찰일 뿐 아니라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신기한 것들을 가지고 있다.

절을 구경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지만, 시간이 허락된다면 주변 경치를 둘러보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이 된다.

남해고속도로 사천인터체인지에서 내려 국도 3호선을 타고 옛 삼천포 방면으로 20여분 가다보면 와룡산 백천사로 가는 입간판이 보인다.

이 길을 따라 5분여 가면 저 멀리 와룡산 능선이 보이고 왼쪽으론 눈이 시리도록 말고 푸른 백천저수지가 길을 따라 길게 펼쳐져 있다.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나무와 울창한 숲이 저수지에 반사된 모습은 마치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하다.

그런 경치에 취해 가다보면 백천사를 끼고 흐르는 작은 계곡을 마주하게 된다. 겨울임에도 작은 폭포에서 떨어지는 맑은 물소리가 귓가를 스치고, 이름 모를 산새들의 지저귐까지 더해져 이곳이 무릉도원이 아닐까하는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굽이굽이 이어지며 와룡산 정상으로 향하는 계곡은 발길을 옮기는 곳마다 절경이어서, 팍팍한 삶에 지친 사람들의 '힐링' 공간으로는 더없이 좋은 곳이라 할 수 있다.

인근에는 자연이 키운 토종닭과 염소는 물론 파전과 동동주 등을 맛볼 수 있는 식당들이 여행객들을 기다리고 있어, 촌로들의 인심까지 더해진 푸짐한 음식들로 허기진 배를 채울 수도 있다.

와룡산이 품은 백천사와 환상적인 주변 경치는 그 어느 곳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잠깐의 시간만 투자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상상 그 이상의 행복과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이곳이 아닐까 한다.

bkm@newsis.com

※이 기사는 뉴시스 발행 시사주간지 뉴시스아이즈 제310호(1월8일~14일자)에 실린 것입니다.

<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