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살아있다] 땅강아지

안경애 2013. 1. 7. 13:4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유충·성충 땅굴생활 .. 잡식성 곤충

지금은 현대식 농기계를 이용하여 주로 농사를 짓지만 과거에는 논밭을 갈기 위해 주로 소나 사람이 쟁기질을 하였다. 쟁기가 지나가고 뒤엎어진 흙 속에서 바깥세상으로 나온 땅강아지는 눈부신 햇빛에 놀라 땅 속으로 다시 도망가려고 재빨리 움직인다. 어릴 때 이런 땅강아지를 날쌔게 잡아서 갖고 놀다가 놔주곤 하였다. 손안에 붙들고 있으며 도망가려고 앞다리로 손가락을 벌리는 힘은 대단하다. 물에서 갖고 놀면 온 몸에 미세한 털이 잔뜩 있어 몸이 젖지 않고 헤엄치기도 잘 한다.

땅강아지(Gryllotalpa orientalis Burmeister)는 메뚜기목 땅강아지과에 속하지만 일반적인 메뚜기류와 형태나 생태가 아주 다르다. 우리나라에서는 1종만이 알려져 있다. 땅강아지는 땅속 어두운 곳에서 생활하는데 알맞도록 시각보다는 온 몸에 나 있는 보드라운 털로 다양한 외부 자극에 대한 감각을 느껴 행동한다.

또한 먹이가 있는 곳에 접근하기 위해 시간이 적게 소요되는 작은 굴을 만들어 빨리 접근한다. 작은 굴에서 생활하기에 알맞도록 다른 곤충과 달리 다리가 매우 짧아서 배를 땅에 끌 정도로 자세를 낮추어 이동하는데 적응해 왔다. 이런 땅강아지 형태나 행동이 마치 털이 많고 키가 매우 작아서 배를 땅에 끌고 다녀 흙 범벅이 된 귀여운 강아지 모습을 연상시킨다고 해서 이름이 붙여진 것으로 추정된다.

땅강아지는 원래 전라북도에서 쓰던 이름이며 `게발두더지', 경기도에서는 `밥두더기', 충청북도에서 `지밥두럭이', 황해도에서 `둘래미', 평안남도 `동도래', 함경북도에서는 `꿀도떡'이라 불렸다. 북한에서는 지금도 `땅강아지'가 아니고 `도루래'라고 한다.

성충 크기는 3∼4㎝이고 몸은 다갈색이며 노란 빛깔의 잔털이 나있다. 앞다리 종아리마디와 발목마디는 두더지처럼 땅에 굴을 파기에 적합하도록 크게 발달되어 있다. 종아리마디에는 크고 단단하게 생긴 예리한 돌기가 있고 발목마디에는 2개 또는 그 이상의 단단한 칼 모양의 돌기가 있다. 배 끝에는 2개의 긴 꼬리가 있다.

유충과 성충 모두 땅속에서 굴을 만들고 생활한다. 식물의 뿌리나 싹도 잘라먹고 땅속에 있는 다른 곤충의 애벌레, 성충, 지렁이, 달팽이 등을 잡아먹는 잡식성 곤충이다. 과거에는 논둑이나 밭둑에서 쉽게 관찰할 수 있었으나 최근 개체수가 줄어 쉽게 볼 수 없다. 특히 논둑이나 밭둑에 굴을 파고 다니기 때문에 이런 작은 굴을 통해 빗물이 새 들어 구멍이 점점 커져 둑이 무너지는 경우도 있었다. 불빛에 날아오기도 한다. 세계 각지에 분포하고 있으며, 그 중 열대온대 지방에 많은 종이 살고 있다.

날개를 잘라서 구워 먹고 어린 아이가 침을 흘리면 구워 먹였다. 한방에서는 땅강아지 성충 말린 것을 루고라고 하며, 수종(水腫)이나 임질, 이뇨에 효과가 있고 살아있는 땅강아지를 으깨어 즙액을 종기나 티눈 등에 바르면 좋다고 한다.

빛이 없는 어두운 땅 속에서 눈 대신 더듬이나 온 몸에 있는 털 같은 감각기관을 총동원하여 잘 살아온 땅강아지이다. 최근 토양오염으로 쉽게 볼 수 없다. 어릴 때 친근하게 가지고 놀던 종들이 하나씩 사라지는 환경이 안타깝다.

안승락 박사(국립중앙과학관)

< Copyrights ⓒ 디지털타임스 & d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