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연기대상 조승우, '탤런트'가 안 보인다

2012. 12. 31.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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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모의 테마토크] 지난 30일 열린 2012 MBC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조승우가 '마의'로 대상과 특별기획부문 남자 최우수 연기상을 받으며 2관왕에 올랐다.

그런데 정작 스포트라이트는 안재욱에게 쏠렸다. 그가 대상 수상에 실패한 것은 물론 무관으로 한해를 마무리한 것에 대해 논란이 일며 시상식 주최 측에 대해 비난이 쏟아진 것. 상대적으로 조승우의 수상은 빛이 바랬다.

그런데 조승우 본인도 대상 수상에 대해 얼떨떨한 모습이었다. 또한 그의 수상소감은 드라마에 대한 거부감마저 보였다.

조승우는 "죽을 각오로 했는데 정말 죽을 것 같더라. 김수현 씨도 있고 안재욱 선배도 있고, 훌륭한 배우가 많은데 이렇게 드라마를 처음 하는 제가 큰 상을 받아도 되는지 어깨가 무겁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또한 "영화를 하고 (뮤지컬) 무대에만 있다가 데뷔 13년 만에 (처음으로) 드라마를 하게 됐는데 잘 못하겠더라. 대본도 늦게 나오고 밤도 새고"라며 "지금 기쁘긴 하지만 50부까지 잘 마무리하고 다시 빨리 무대로 돌아가고 싶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덧붙였다.

이 시상식 이후 온라인에서는 주최 측이 안재욱을 외면한 것을 놓고 누리꾼의 반발이 거세다. 포털사이트 검색어 상위권에 안재욱이 올라있으며 언론도 MBC에 맹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조승우에게 상을 준 것이나 안재욱을 배제한데 대해 왈가왈부하고픈 마음은 없다. 어차피 이 행사는 대한민국 연예계를 대표하는 시상식이 아닌, 문화방송의 집안잔치이기 때문에 내정간섭은 불필요하다.

SBS 월화드라마 '드라마의 제왕'에서 강현민(최시원)은 이고은(정려원) 작가에게 자신의 임팩트 있는 오열 장면을 넣어서 대본을 수정해줄 것을 요구한다. SBC 연말 연기대상에서 신하균과 대상을 놓고 경쟁할 것을 예상한 그는 심사위원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줌으로써 심사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복안으로 이렇게 행동한 것.

이는 '빛과 그림자'로 맹활약한 올 상반기 MBC의 일등공신 안재욱을 제치고 조승우가 대상을 수상한 현상에 대한 좋은 설명이다. 시상식이 세밑에 있는 만큼 그와 가까운 시기에 깊은 인상을 준 배우나 드라마가 수상에서 유리한 것.

이를 떠나 방송사는 조승우의 코멘트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최근 외주제작 비율의 급팽창과 더불어 급성장한 한국 드라마계의 현실에 대해 '영화배우' 조승우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그의 소감의 행간에서 분명하게 읽어내야 하는 게 드라마 제작 관계자들의 의무이기 때문이다.

드라마 제작에 있어서 발생할 수 있는 어려움과 걸림돌은 무궁무진하다. '드라마의 제왕'에서 다루고 있는 편성경쟁, 주연배우 등 주요 인물들의 관리, 얽히고설킨 대인관계, 제작비 조달, 촬영상의 각종 안전사고 등 소소한 애로사항부터 생명의 위협까지 제작진이나 배우가 주의를 기울여야할 문제점들은 널리고 널렸다.

그럼에도 제작 쪽이건 편성 쪽이건 하나같이 공통적으로 토로하는 가장 큰 어려움은 '쪽대본'으로 인한 '생방송'에 가까운, 시간에 쫓기는 제작의 현실이다. 이 고질병은 일반 시청자들마저 잘 알고 있는 우리 드라마 제작계의 최고로 잘못된 관행이다.

조승우는 지난 1999년 영화 '춘향뎐'으로 데뷔한 이래 13년간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이다. 그런 그가 드라마가 힘들다고 한다.

120분짜리 영화 한 편의 촬영기간이 2~3개월인데 비해 20부작 1400분짜리 미니시리즈를 촬영하는데 4달밖에 안 걸린다. 상황이 이럴진대 안 힘들 수 있을까?

'옥에 티'는 영화라고 해서 피해갈 수 없다. 하지만 모든 드라마는 방송됐다 하면 미술 조명 음향 CG 연출 편집 등 제작상의 함량미달 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주연배우의 발연기 논란이 단골메뉴다. 이는 한결같이 졸속제작이 원인이다.

영화사상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했으며 완성도면에서도 영화 역사의 전환점이 된 '아바타'는 사전 제작 준비기간만 12년 이상 걸렸다고 한다. 그나마 프리프로덕션 기간이 길다는 우리나라 사극은 보통 1년 길어야 2년이다.

할리우드의 모든 영화는 프리프로덕션이 수년씩 오래 걸리는데 반해 촬영기간은 아주 짧다. 하지만 한국의 드라마는 '편성'의 여부가 성패를 좌우하는 만큼 프리프로덕션에 기울이는 노력은 편성에 쏟는 정성에 비해 아주 미미하다. 그게 작품의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가장 큰 원인이다.

결국 편성을 결정해주는데 있어서 남의 집 불구경하듯 소극적이거나 공정하지 못한 방송국 편성책임자들의 '나 몰라라' 식의 무책임이 드라마의 질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조승우는 빨리 무대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그 무대는 뮤지컬이고 스크린을 의미하는 것이지 결코 브라운관이 아니다. 그가 생각할 때 드라마는 상업의 무대고 뮤지컬과 스크린은 예술의 무대다. 그것은 탄탄한 사전제작 준비와 그에 걸맞은 연습으로 최대한 완성도를 추구하는 예술혼의 유무를 의미한다.

사족: 결국 MBC는 탤런트 안재욱을 외면하고 배우 조승우를 선택한 셈이다.

[언론인, 칼럼니스트] ybacch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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