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아이즈]이슈진단 '못 믿을 경제 전망..새해에는 잘 맞을까'-정확도 높이려면 해외정보 철저 분석해야
【서울=뉴시스】이득수 기자 = 매년 연말이 되면 전 세계의 각종 연구소 국가기관 세계은행 등에서 다음해 경기전망을 내놓는다. 지난 연말에도 예외 없이 많은 기관들이 2013년 경기전망을 앞 다퉈 내놓았다.
연말은 경제 예측가들에겐 심판의 시간이기도 하다. 1년여 전부터 내놓은 경제 전망들이 얼마나 적중했는가를 채점하는 시간이 된 것이다. 성적표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우수한 성적을 올린 예측가는 각광을 받고 하루아침에 스타가 되기도 하지만, 실패한 예측가에게는 재산과 명성에 치명타를 안긴다. 그래서 예측가에게 연말은 잔인한 달이기도 하다.
경제 전망은 정부 기업 가계가 한 해 예산과 투자 및 소비지출의 큰 그림을 그리는데 있어서 중요한 기초 자료로 활용된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 주요 기관들의 경제 예측 결과가 크게 빗나가는 사례가 많아 불신을 낳고 있다. 국책기관을 비롯한 유명 경제연구소들의 예측실패는 경제주체들에게 적지 않은 피해를 준다. 급기야는 경제예측 무용론, 나아가 '경제학 리콜(recall)' 주장까지 나올 지경이다.
최고의 경제 전문가들이 모여 전 세계의 경제 흐름을 손금 들여다보듯 파악하고 있다고 자타가 공인하고 있는 저명한 경제연구소들이 내놓은 경제예측이 왜 틀리는가.
사실 경제 예측도 일종의 미래학이다. 미래에 벌어질 상황을 예상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인간이 미래의 일을 완전하게 맞춘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돌발 사태가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려야 하는 게 정상일 것이다. 만일 100% 다 맞는다면 오히려 더 큰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증시와 환율, 유가, 원자재, 돈의 가치(금리) 등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면 돈 버는 것은 식은 죽 먹기가 될 것이고, 세상엔 투기가 만연하고 일 안하고 쉽게 돈 벌려는 사람들로 넘쳐날 것이다.
그러나 요즘처럼 내로라하는 기관들이 엉뚱한 예측을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세계금융위기가 닥치고 있는데도 잘못된 경제 전망을 근거로 리먼브라더스 인수에 나서 자칫 부실덩어리를 매입할 뻔했던 산업은행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국가경제 전체가 거덜 날 뻔한 일로 기억돼 있다.
주요기관들은 2012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을 3% 후반대로 잡았으나 결과는 참패였다. 세계 주요국 평균 성장률이 2.8%였는데 우리나라는 이보다 훨씬 낮은 2.2~2.4%를 기록할 전망이다. 극심한 불황에 소득의 양극화는 심화되고, 중산층은 하우스푸어 서민층은 워킹푸어로 전락했다. 자영업자들은 임대료도 내지 못하는 고통을 겪고 있다.
여기서 지난 2011년 말에 나온 주요 기관들의 2012년 경제예측들을 살펴보자.
먼저 한국은행. 한국은행은 2012년 GDP 성장률을 3.7%로 전망했다. 상반기 3.4%, 하반기 3.8%를 예측했고, 2013년에는 무려 4.2%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실과 너무 큰 격차가 있다.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2011년 272억 달러에서 2012년에는 130억 달러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 부분도 2012년 10월까지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341억3000만 달러를 달성해 한은의 전망치를 몇 배 뛰어넘었다. 발권 권력을 갖고 있는 중앙은행의 성적표라고는 믿기 어려운 형편없는 점수가 아닐 수 없다.
LG경제연구소는 2012년 경제성장률을 3.4%로 예측했다. 2011년 3.8%보다 0.4%포인트 낮은 수치였다. 물가는 안정될 것으로 봤다. 식료품 원자재 가격 안정으로 물가압력이 완화될 것이지만 고용둔화 임금상승 제약 등으로 소비자들의 실질구매력이 크게 높아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했는데 무 배추 소주 등 청과물을 중심으로 한 식음료 가격이 급등했다. '물가압력 완화' 전망은 전혀 맞지 않았다. 수출은 8%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으나 2012년 10월 2년 연속 무역액 1조 달러를 달성한 즈음에 살펴본 결과 1~10월의 수출증가율은 4.2%에 불과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012년 세계경제 및 한국경제 반기별 전망'에서 한국경제 성장률을 2011년 4.0%에서 2012년엔 3.6%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125억 달러, 무역수지는 260억 달러로 각각 예측했다. 경상수지 규모는 이미 2012년 10월말에 350억 달러를 돌파했고, 무역수지도 11월말에 이미 266억 달러 흑자를 초과해 지난 연말까지 2011년(308억 달러) 실적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국내 증권사 외국계 투자은행 기타 경제연구기관 등은 2011년 말에 내놓은 2012년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 보고서에서 평균 3.4%~3.7%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금융연구원은 3.7%,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3.8%였다.
환율과 주가 흐름의 예측은 개인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공신력 있는 기관들의 전망치가 빗나갈 경우 문제가 크다. 그러나 2012년 증시 예측은 상반기와 하반기의 전망이 완전히 뒤바뀔 정도로 엉터리였다. 주요 기관들은 국내 증시가 상반기에 약세, 하반기에 강세를 보일 것이(상저하고 上低下高)라고 밝혔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코스피 지수가 가장 높았던 때는 3월(2057.3)이었고, 가장 낮았던 때는 하반기인 7월(1769.0)이었다.(上高下低)
환율 전망도 결과와 크게 차이가 났다. 달러당 환율을 국내 증권사는 평균 1083원, 외국계 투자기관은 1064원, 경제연구기관은 1084원을 예상했는데 2012년 환률 평균치 1095원과 11~32원 차이가 났다.
▲KDI "2013년 성장률 3%만 넘어도 선방"
"2013년엔 성장률이 3%만 넘어도 선방하는 거다. 수출은 그런대로 순항하고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투자와 소비 부진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을 전망이기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13년 한국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3.0%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소비자물가는 2.3%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KDI는 지난해 11월25일 '2012년 하반기 경제전망'을 통해 2013년 수출과 내수의 점진적 개선을 바탕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나타내며 상반기에는 2.2%의 비교적 낮은 성장률을 기록하겠으나, 하반기에는 개선 추세가 확대돼 성장률이 3.7%로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해 9월에 발표했던 2.5%, 3.4%에서 0.3%포인트와 0.4%포인트 낮춰 잡은 것이다.
소비자물가는 완만한 경기 개선 추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공급요인도 하향 안정화되면서 2.3%의 낮은 상승률을 기록하고, 수출은 세계경제의 점진적 개선 추세에 따라 완만히 회복돼 6.9% 증가하고 수출은 5.9%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경상수지는 원화가치 상승 등으로 흑자규모가 300억 달러 내외로 감소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KDI는 42년 역사를 가진 대표적인 국책(정부 출연) 연구기관으로 국내외 경제·사회를 심층 연구 분석한 전망 자료를 내놓아 우리나라 경제정책 수립에 기여해왔다.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정부 부처인 기획재정부도 2012년 9월에 2013년 경제성장률을 4.0%로 예상했으나 11월말에는 전망치를 3.2%로 대폭 수정했다. 유럽의 재정위기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에서도 지난 연말 크리스마스 특수가 살아나지 않아 연말 수출이 전년 동기에 비해 줄어드는 등 주요 수출시장의 경제 환경이 호전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 정부가 내놓는 성장률 전망은 민간경제연구소보다 0.2~0.3%포인트 높다. 정부가 목표하는 희망이 반영돼 있으니 약간 부풀려질 수밖에 없을 터이다.
한편 2013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국제통화기금(IMF)은 3.6%, 국회 예산정책처는 3.5%, LG경제연구소는 3.4%로 내다봤다.
leeds@newsis.com
※이 기사는 뉴시스 발행 시사주간지 뉴시스아이즈 제309호(1월1일~7일자)에 실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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