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려드는 중국 자본, 한라산을 파헤친다
중국 자본이 대거 제주로 몰려들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부동산 개발 위주로 집중되는 데다 이른바 '묻지마 유치'로 난개발까지 부추기고 있어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제주경제정의실천연합은 최근 제6회 제주시민포럼을 개최한 결과 중국 자본의 무분별한 유치가 난개발로 이어지고, 관광소득의 역외 유출 가능성까지 우려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30일 밝혔다. 제주도 집계를 보면 6월 말 현재 중국인이 소유한 제주도 땅은 1342필지 180만3000㎡다. 지난 3월 말 현재 144만2000㎡이던 것에 비하면 불과 3개월 사이에 25%, 36만1000㎡나 늘어난 것이다.
올 들어 중국 자본 등 외국인의 투자상담 건수도 168건에 이르고 있다. 국내인 투자상담 건수 47건에 비해 3.5배나 많다.
중국 자본의 제주 투자는 2010년 부동산 영주권제도 시행 이후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2009년까지 중국 자본의 제주 투자는 단 1건도 없었으나, 2010년 이후 분마그룹, 백통그룹, 흥유개발, 제주중국성 개발, 오삼한국, 녹지그룹, 빅토르개발 등이 7개 사업에 2조9647억원의 투자 규모를 보이고 있다. 부지 매입 협의를 진행하는 등 사업신청 단계인 경우도 많다.
중국 시프트그룹은 제주시 구좌읍 128만8000㎡, 애월읍 108만㎡에 1조2000억원을 투자해 호텔·콘도·의료시설 등을 갖춘 종합관광레저타운을 구상하고 있다. 허난성의 소림사는 서귀포시 대정읍 송악산 유원지 19만1000㎡에 2100억원을 투입, 국제무술학교와 무술공연시설을 세울 예정이다. 광둥성의 광요그룹은 표선면에 종합휴양지를 조성하기 위해 사업부지 매입을 추진 중이다. 강소성의 남통그룹은 조천읍에 관광호텔 등을 설립하기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중국 자본이 난개발로 이어지는 사례도 이미 속출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제주도가 승인해준 중국 백통신원의 위미관광리조트 조성사업은 해발 260~320m 사이 중산간에 대규모 관광위락시설을 짓는 것이다. 이는 한라산천연보호구역과 불과 700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시민단체들은 중국 자본에 한라산 중턱까지 내주는 것은 명백한 특혜라고 반발했다. 시민단체들은 "산록도로 위쪽 500m 지점에 위치한 롯데관광리조트의 경우 개발허가가 나지 않았다"며 "무조건적인 외국 자본 유치로 인해 중산간 개발의 경우 국내 자본은 불허하고 중국 자본은 허가하는 불합리한 인허가 정책으로 이어졌다"고 비판한다.
제주경실련 한영조 사무처장은 "거대 중국 자본이 밀려오고 있는데도 사전검증 시스템이나 사후 규제장치가 전혀 없다"며 "난개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관광산업 소득의 중국 유출 가능성도 제기된다"고 말했다. 그는 "중산간 난개발을 막기 위해 개발제한지역과 표고, 고도 등을 규정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도민 합의를 통해 마련해야 한다"며 "중국 자본 검증을 위한 도민검증단 구성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공인중개사 강용암씨(법학박사)는 "개발 목적도 제시하지 않고 무조건 싼 땅을 사달라고 요구하는 중국인들이 있다"며 "시세차익을 노린 중국의 부동산 졸부들 때문에 제주도가 부동산 투기장으로 변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강홍균 기자 khk505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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