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종일 방송 두 달.. 재탕·짜깁기 스페셜 '범벅'
지상파 방송사의 심야시간(새벽 1시~6시) 방송이 허용되면서 '종일방송' 시대가 열린 지 두 달이 지났지만 새로운 컨텐츠 개발을 외면한 채 재탕방송에만 의존하고 있어 전파 낭비라는 지적이 높다. 기존 방송을 짜깁기한 각종 '스페셜' 프로그램이 난무하며 '심야시간대 재방송 상한선 40%'라는 방송통신위원회 권고까지 무색하게 하고 있다. 종일방송은 KBS 1TV가 10월 8일, SBS가 같은 달 29일부터 시작했으며 MBC는 종일방송 전 단계인 21시간(새벽 5시~익일 새벽 2시) 방송 중이다.
KBS 1TV는 심야시간 대부분을 'KBS 걸작 다큐멘터리'(월~목 새벽 1시 30분), 'KBS 네트워크'(월~목 새벽 2시 30분) 등 재방송으로 채우고 있다. 실제로 22일 심야시간 방송을 보면 총 8개 프로그램 가운데 '바른말 고운말', '수요기획', '걸어서 세계 속으로' 등 7개가 재방송이었다. 나머지 '명불허전'도 과거 스포츠 경기를 짜깁기한 재편집 프로그램이었다. KBS 1TV가 평일 새벽 5시 10분에 방송하는 '내고향 스페셜'도 '6시 내고향', '한국 재발견', '한국인의 밥상' 등을 편집한 프로그램이다.
SBS의 사정도 별반 다를 게 없다. '드라마 특선', '네트워크 특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 스페셜'을 비롯해 아침 프로그램 '출발 모닝와이드'의 한 코너인 '사람 속으로'를 재구성한 '휴먼다큐 사람 속으로'로 심야시간 대부분을 채웠다. SBS는 또 KBS '내고향 스페셜'을 따라 하듯 기존 '백세건강 스페셜', '감성여행, 쉼표', '지식나눔콘서트 아이러브人' 등으로 엮은 '굿모닝510'이라는 프로그램을 방송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모조리 재탕, 삼탕에 새로운 프로그램은 각 방송사의 새벽 5시 뉴스밖에 없다"는 비난이 쏟아진다. 스마트폰과 페이스북 등 복잡한 IT를 쉽게 설명해주는 '차정인기자의 T-time'(토 새벽 2시 40분ㆍ이하 KBS 1TV), 의학지식을 전달하는 '가애란의 알약톡톡'(일 새벽 2시 40분) 등 새롭게 제작한 프로그램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심야시간에는 볼 것이 없다는 선입견 때문에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심야시간대 지상파 3사의 시청률은 고작 0.5% 안팎에 그치는 형편이다.
방송사들은 "심야시간대 광고 수입이 매우 낮아 새로운 프로그램을 제작하기 역부족"이라고 볼멘소리를 하지만 전파 낭비라는 비난은 피할 수 없다. 김예란 광운대 교수는 "종일방송을 하게 된 취지는 소수 시청자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방송하는 것이었다"면서 "이제 와서 방송사들이 광고부족을 이유로 성의없이 편성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강조했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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