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재벌개혁·가계부채·부동산·골목상권 정책 어떻게
(1) 재벌개혁
성장·일자리 창출 위해 대기업과 관계 일단 원만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선거 운동 과정에서 경제민주화를 전면에 내걸었지만 재벌·대기업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를 성장시키고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협조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박 당선인은 재벌총수 일가의 불법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횡령 등에 대해 집행유예가 불가능하게 형량을 높이고, 대기업 지배주주·경영자의 중대 범죄는 사면권 행사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존 순환출자 해소 등 재계에서 강력하게 반대한 정책은 공약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재벌의 불법과 탈법 행위에 앞으로는 문제를 삼겠지만 지금까지 있었던 잘못은 문제 삼지 않겠다는 것이다.
재계도 차기 정부와의 관계 설정 때 이런 점은 감안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박 당선인의 기대에 부응할 정도로 투자와 고용을 늘릴 지는 미지수이다. 재계는 박 당선인의 경제민주화 공약 외에도 60세 정년 연장과 정리해고 요건 강화 같은 노동 공약이 기업 활동에 큰 부담이 된다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재계가 근로자 일자리 지키기 등을 위한 노사정 대타협기구에 적극 참여하고, 투자 등을 늘리는 대가로 박 당선인에게 재벌 개혁안의 완화나 연기를 요구할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오창민 기자 riski@kyunghyang.com>
(2) 가계부채채무자 이자 부담 줄이고 금융 안정 '두 토끼 잡기'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가계부채 대책은 채무자의 이자 부담은 낮추고, 금융은 안정시키는 '두 마리 토끼 잡기'로 요약된다.
가계부채 대책의 뼈대는 18조원 규모의 '국민행복기금' 조성에서 출발한다. 기금은 정부재정 투입 없이 신용회복기금, 부실채권정리기금 잉여금 등에서 약 1조8000억원을 조달한 뒤 이를 바탕으로 한 채권을 발행, 조성된다. 박 당선인은 이 기금을 활용, 신용회복을 신청한 다중채무자의 고금리 대출을 1인당 1000만원 한도 내에서 저금리 장기상환대출로 전환해주고, 50~70%의 채무감면도 약속했다. 그러나 소득 정체와 불황 속에 10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를 18조원으로 얼마나 해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또 국민행복기금은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고, 국가가 보증하는 만큼 공적자금의 성격이 짙다. 정부 재정으로 채무자의 빚을 탕감해준다면 결국 국민의 부담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로 전환하는 대책 역시 금융회사의 협조가 필요한데 수익성이 떨어지는 은행이 선뜻 응할지도 의문이다.
하우스푸어 대책으로는 주택지분 일부를 공공기관에 넘기고, 지분만큼 임대료를 내는 '보유주택 지분매각제'를 내놨다. 그러나 이 제도는 시장이 외면한 '신탁후 재임대'와 유사하다.
<박재현 기자 parkjh@kyunghyang.com>
(3) 부동산전셋값 폭등·집 거래 급감 등 어려운 숙제 안아
부동산 시장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아파트 매매가 급감하는 등 최악의 불황기를 겪고 있다. 반면 전셋값은 폭등세를 보여 매매가의 60%까지 치솟은 상황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이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어려운 숙제를 안게 됐다. 박 당선인은 우선 올해 말로 종료되는 주택 취득세 감면 조치를 연장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추진해온 분양가 상한제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등 규제 폐지에도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회에서 처리해야 하는 규제 폐지 법안을 야당이 반대하고 있어 실현 여부는 장담하기 힘들다.
박 당선인의 주거복지 정책은 임대주택 확대 등에 방점이 찍혀 있다. 철도 부지 인근에 대지를 조성해 5년간 20만가구의 임대주택과 기숙사를 짓는다. 당장 내년 하반기부터 시범적으로 5개 지역을 선정해 1만가구를 착공한다는 계획이다. 또 집주인 명의로 전세보증금을 대출하고 세입자는 이자만 내는 '목돈 안 드는 전세 제도' 도입도 약속했다. 그러나 철도 인근 주택은 소음과 비용 등 풀어야 할 난제가 많고, 전셋집이 부족한 상황에서 집주인이 세입자를 위해 대출까지 해주겠느냐는 지적을 받는다. 이명박 정부의 핵심 주택 정책인 보금자리주택은 신규 공급이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박 당선인의 공약을 보면 향후 공공주택 사업은 임대 위주가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철도 위 주택에 대해서는 가능한 입지를 찾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철응 기자 hero@kyunghyang.com>
(4) 골목상권·상생중기업종 지정 확대·대형마트 규제 대책 안 나와
박 당선인은 선거운동 기간 중에 '선진국으로 가는 길 중소기업과 함께하겠다'는 구호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한 10대 공약을 내놨다. 중소기업 대출 시 연대보증 폐지, 기업인의 재창업 활성화 지원, 중소기업 지식재산 보호관리, 전통시장 상권 활성화 등이다.
지난 10월 중소기업인과의 간담회 때는 중소기업이 안고 있는 3불(제도의 불합리, 거래의 불공정, 시장의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고 내수·수출 균형, 대기업·중소기업이 균형을 이루는 쌍끌이 경제를 실현해 경제도약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그러나 지금 당장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현안이 되고 있는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 확대, 대형마트 신규 입점 규제 문제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골목상권이 경쟁력을 갖출 때까지 일정기간 보호하겠다고 한 공약도 어떤 방식으로 이행하겠다는 것인지 구체적인 방안이 아직 없다.
소상공인들은 대형마트 영업시간과 휴무일수 확대를 골자로 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하루빨리 처리되도록 바라고 있다. 그러나 여당은 지난달 이 법안 통과를 무산시킨 이후 아직까지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어 소상공인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오창민·박재현·박철응·최병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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