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 원도 안되는데 현금 내지?"..신용카드 홀대 여전

2012. 12. 20.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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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따르릉) 아빠! 물건값이 5천 원 넘지 않으면 카드는 안된대요."

아이가 체험학습 간다며 과자와 음료 등 먹을 것을 사러 집 근처 마트에 간다고 했다. 마침 현금이 없어 아이한테 신용카드를 건네주며 결재하라고 했다. 잠시 뒤 집 전화로 아이한테 급히 걸려온 전화 내용이다. 그리고는 "계란을 살까요? 우유를 살까요?"라며, 5천 원을 채우기 위해 아이가 다시 되물었다. 이처럼 주위에는 금액이 적다며 신용카드 결재를 거부하는 가게나 점포가 많다.

일반적으로 신용카드를 이용하는 경우는 비행기나 기차 여행, 지하철이나 버스, 택시 탑승, 공과금 납부, 가정에서 정기적으로 받고 있는 우유대금 결재, 일상생활에 필요한 용품 구입, 이 밖에도 계좌이체 등 은행이나 현금지급기 이용 등일 것이다. 그런데 일상생활 가운데 가끔 카드 결재를 거부 당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대부분의 가게 내에는 신용카드 결재 단말기가 설치돼 있지만 금액이 적다는 이유로 현금을 고집하는 경우가 많다.

'신용카드 결재 택시를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신용카드를 대주세요.(Place your card here.)'택시를 타면 자동 음성으로 듣게 되고, 또 차내에 설치된 신용카드 단말기에서 볼 수 있는 내용이다.

근래 들어 택시 신용카드 결재가 어느 정도 정착돼 잘 이뤄지고 있는 편이지만 일부 운전자의 경우 아예 단말기의 전원을 꺼놓는 경우가 있다. 신용카드를 내밀면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짜증을 낸다. 승객에게 인사는 못할망정 '고맙다'는 인사를 해도 응답이 없다. 이런 경우를 당하면 볼썽사납고 불쾌하기까지 하다

음식점의 경우는 어떤가. 앞에서 아이가 마트에서 당한 것처럼 아예 5천 원 이하 금액은 신용카드 결재를 거절하는 경우도 있다. 법으로 그렇게 못박아 놓은 것처럼 손님에게 당당하게 얘기하고, 더러는 화까지 낸다. 소액 결재를 하면서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게 마치 큰 잘못이라도 하는 것 같은 생각마저 든다.

시내버스마다 신용카드나 티머니 겸용 단말기가 탑승문과 하차문 가까이에 설치돼 있다.

택시 내 운전석 우측 차체에 신용카드 결재기가 설치돼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신용카드 결재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 곳, 서울의 한 대형도매시장 의류매장을 찾았다. 이곳은 내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곳이다. 특히, 지방 영세 소상인들이 밤늦게 단체로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의류매장이 밀집해 있어 옷가지의 종류가 다양하고,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 때문이다. 문제는 이들 매장에서는 신용카드 요금 결재 사례를 좀처럼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왜일까?

청주에서 왔다는 김수자(56) 씨는 "몇 푼 되지도 않는 옷 서너벌을 사면서 카드라고요? 현금 받고도 물건이 없어 못파는데, 그냥 두고 카드 받는 곳으로 가보세요."라는 핀잔을 받았다. 엄마를 도운다며 대학생 딸애가 따라와 곁에 있었는데, 그 소리를 듣고 민망해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단다. 이처럼 이곳을 이용하는 다수 상인이나 시민들의 불만섞인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대형도매시장 의류점을 둘러보았지만 매장 내 어디에도 신용카드 단말기는 보이지 않았다.

매장에는 옷가지만 수북할 뿐 카드 단말기도 아예 찾아볼 수 없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카드로 물건을 구입하려는 외국인들도 불만이다. 이에 대해 서울지방국세청 중부세무서 부가가치세과 권혜량 씨는 "국세청에서는 직전 과세기간 수입금액 2천4백만원 이상인 소비자 상대업종(예:소매업)을 영위하는 사업자에 대해 현금영수증 가맹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신용카드 가맹을 권장하고 있다."며 "다만, 현금영수증과 달리 신용카드 가맹은 카드사와 계약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으로 법적인 강제사항은 아니다."라고 했다.

권 씨는 또 "신용카드 거부의 경우, 구체적인 증빙자료를 첨부해 거래가 거부된 날부터 1개월 이내, 현금영수증 발급 거부의 경우 거래일로부터 5년 이내에 거부사업자 관할 세무서에 신고할 수 있다."며 현행 법제도상 신용카드가맹을 강제할 수 없는 점을 들면서 상급기관에 건의해 법 개정에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각 업소에서 사용하고 있는 신용카드 단말기도 다양하다. 신용카드로 결재하고 있다.

고객이 서명하고 있는 카드 단말기에 '5만원 미만은 무서명'이라는 문구가 보인다.

대학 등록금은 신용카드로 결재가 가능할까. 서울 모 사립 대학에 입학한 자녀를 둔 정선임(48)씨는 "딸아이가 국립대에 낙방하고 사립대에 들어갔는데 입학금이 오백만 원이 넘었다. 미처 현금 준비가 안돼 카드로 납부하려고 했더니 안된다더라. 할 수 없이 일부를 대출해 등록했다."고 말했다. 더욱이 일부 대학은 카드 결재를 시행하고 있는데, 카드 결재를 하지 않는 대학의 경우 학부모들의 불만이 많다.

교육과학기술부 대학지원실 대학장학과 김창길 주무관은 "대학 등록금 납부 제도는 당해 학교의 장이 학칙이 정하는 바에 따라 카드납부제를 포함한 다양한 방법으로 등록금을 수납할 수 있다."며, "학부모의 등록금 부담 완화 및 선택권 확대를 위해 등록금 납부방법 다양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인지하고 있지만, 현행 법령 상 대학의 신용카드 수납을 강제할 법적 근거가 없는 상태"라고 했다.

한편, 교과부에서는 대학 등록금 카드납부제 활성화를 위해 대학정보공시제를 통해 교육수요자에게 카드 납부가능대학을 공개하고 있다. 김 주무관은 "대학이 자체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등록금 분할납부제(무이자) 확대 등을 통해 학부모의 등록금 납부 부담이 완화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금융권을 비롯해 발행되고 있는 신용카드는 다양하지만 카드 결재를 시행하지 않는 대학이 많아 학부모들이 불편해 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종량제 쓰레기봉투의 경우, 대부분의 판매소에서 카드 결재를 하지 않고 있었다. 이에 대해 서울지방국세청 동작세무서 소득세과 김도형 씨는 "신용카드 가맹점이 재화용역을 공급하는 경우 신용카드에 의한 거래를 거부해서는 안된다."며, "종량제 규격봉투를 판매대행자(슈퍼 등)가 판매하는 경우 위수탁 판매이지만 판매대금 영수용도에 한해 신용카드로 결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에 대한 신용카드 결재 거부 및 위수탁판매시 신용카드결제 거부 등의 불법 여부 및 벌칙에 대해서는 여신전문금융업법에 규정하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일반 가게나 음식점 등에서의 5천 원 이하의 금액이라든가 적은 금액의 카드결재 거부 사례에 대해 세무 당국자는 한결같이 "신용카드 결제 하한 금액은 세법상으로 규정돼 있지 않다."고 했다.

슈퍼 등 가게에서 종량제 쓰레기봉투를 신용카드로 결재한다고 하면 핀잔받기 일쑤이다.

신용카드로 결재한 뒤 되돌려 받게 되는 각종 영수증, 만일을 대비해 한달 정도는 보관하는 것이 좋다.

정부가 앞장서 카드 사용을 권장하면서도 현실에서는 카드 결재를 거부하고 있는 현실은 바람직해보이지 않는다. 반값 등록금이 거론되고 있는 차에 모든 대학이 등록금 카드결재 납부에 동참했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본다.

아울러 동대문 시장처럼 하루에도 수백만 원의 수입을 올리는 매장에서 영세상이나 시민들을 대상으로 현금 장사만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 역시 신용카드 사용에 동참해 세금도 얻은 수익에 비례해 투명하게 낼 수 있었으면 한다. 당국의 지속적인 지도와 단속이 요구되는 점이다.

신용카드 사용자 역시 카드의 활용에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물론 신용카드가 대금 결재의 간편화와 생활의 편리화에 기여한 면이 많다. 그렇더라도 사치와 낭비를 유혹하고, 더욱이 전문카드 위조단이 고객 정보를 몰래 빼내 카드를 위조해 물건을 사거나 현금서비스를 받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는 건 문제이다. 이같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다량의 카드 발급 자제와 사용절제, 특히 비밀번호 등 보안에 신경써야 한다.

정책기자 박동현(회사원) qlove15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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