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내년에는 더 크게 웃을 수 있을까

김교석 2012. 12. 18.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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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체기 돌입한 예능에 < 런닝맨 > 이 제시한 힌트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2012년 예능은 고요했다. 세상은 일 년 내내 요동쳤지만, 고요했다. 지난 2012년 예능은 내외부적 요인들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정체된 한해를 보냈다. 새로움은 없었고 답보와 후퇴, 그리고 재생산과 성급한 시도와 폐지가 이어졌다. 무언가 새롭다는 느낌은 사라졌고, 2012년이 새겨진 왕관을 마땅히 받을만한 방송도 보이지 않는다. 미미하더라도 새로운 흐름의 태동을 알릴, 그 무엇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연예대상 시상식을 열기가 무색할 정도다.

물론, 올해의 변화 지점이 보이지 않는 것은 아니다. 현실풍자를 베이스로 하는 'SNL코리아'가 좋은 반응을 얻었고, < 개그콘서트 > 도 비슷한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19금'이란 키워드가 반짝이고 대중문화 전반에 영향을 끼친 '복고' 정서도 있다. 아예 생존의 문제로 넘어간 < 정글의 법칙 > 도 있다. 하지만 이 모두 올 한 해의 키워드로 꼽기엔 부족하다. 새로운 흐름을 만들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지금 예능은 패러다임의 정체기에 접어들었다. 스튜디오 쇼에서 리얼 버라이어티로 넘어간 다음 그 이상의 무엇이 나오지 않고 있다. 그사이 오디션이 덧입혀지긴 했지만 < 슈스케4 > 의 미미한 반응과 케이블 채널의 오디션 편성축소에서 볼 수 있듯이 그마저도 힘을 잃어가고 있다. 전통적인 예능 프로그램들도 마찬가지다. < 강심장 > , < 해피투게더 > 류의 집단 토크쇼는 물론 그 다음 세대로 등장한 < 힐링캠프 > 를 위시한 토크쇼들은 강호동이 복귀해도 신통치 않다. 시트콤은 구박과 멸시 끝에 전멸 직전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리얼 버라이어티의 공룡화다. 비대해졌다는 게 아니라 현 상황에서의 궁극에 다다랐다는 말이다. 시청률 순위표를 살펴보면 역시나 리얼 버라이어티가 대세지만, 예전 한창 성장할 때 뿜어냈던 에너지는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 부족함을 내세웠던 멤버들은 가장 인기 있는 방송인들이 됐고, 캐릭터가 잡혀가는 과정에서 생겼던 긴장과 갈등, 그것들이 빚어낸 유대감은 이제 너무나 편안하고 당연한 것이 됐다. 성장에서 안정화로 접어든 것이다. 마치 드라마틱한 성장 뒤에 완만한 직선이 따라오는 어느 정도 성숙한 국가의 경제 발전 그래프를 보는 듯하다. 여기에 파업이란 오함마까지 내려치니 내부에서 시작되어야 할 변화의 조짐, 그 에너지가 보이지 않는다.

물론, 그렇다고 한들 아예 희망이 보이지 않는 것은 아니다. 어렴풋하게나마 다음 패러다임에 대한 힌트 정도는 찾을 수 있다. 우선 < 안녕하세요 > 의 약진과 < 세 얼간이 > 의 난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가면 갈수록 사람들은 더 자극적인 무엇을 원한다. 이 자극은 선정성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감각을 건드리는 매개에 대한 이야기다. 이런 고민을 한 쪽은 '일반인'을 방송의 한 구성 요소로 끌어들였고, 한쪽은 < 1박2일 > 을 리얼 생방송화 했다. 결과는 모두가 잘 알 것이다.

'리얼'의 다음 버전은 현재 스코어로 볼 때 '생(live)'보다는 '이야기(story)'쪽으로 무게 추가 기운다. 더 얼마나 진짜 같고, 새롭고 신선한지, 그래서 얼마나 더 자극적인 스토리를 들려주느냐가 형식보다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초여름에 방송된 < 음악의 신 > 으로도 설명이 가능하다. 모큐멘터리 형식은 우리 방송에 있어 파격적인 시도이긴 하지만 미국 시트콤에 익숙한 젊은 세대에게는 충분히 낯익은 포맷이다. 이 형식이 빛날 수 있었던 것은 실제 이상민이란 인물 자체의 굴곡진 스토리가 그 형식 안으로 들어오면서부터다. 그로 인해 전대미문의 희극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 런닝맨 > 또한 정답은 아닐지라도 하나의 힌트는 된다. 지난 주 < 런닝맨 > 에 출연한 고수는 방송을 마치며 '진짜 각본이 없어서 놀랐다'고 했다. 사실 각본 논란이 한 두 번이 아니고, 지난 주 방송도 각본의 유무를 떠나 허술함이 많았지만, < 런닝맨 > 의 스토리 생산방식을 보면 리얼 버라이어티의 진화된 한 버전이라 해도 무방하다.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가져온 캐릭터 쇼 위에 게임의 법칙과 스토리를 결합시켜서 무정형의 리얼 버라이어티가 봉착한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워졌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시청자와 함께 성장하는 리얼 버라이어티의 친밀함도 계속해서 이어가면서 동시에 단 한 편의 에피소드만 보더라도 이해할 수 있도록 게임의 룰 속에 스토리를 집어넣은 것이다.

어쨌든, 시간은 흐르기 마련이고 언제나 그랬듯 매년 이맘때는 한 해를 정리해보게 된다. 지나간 오늘을 정리하는 과정 속에서 내일을 바라다볼 혜안을 구하고자 한다. 특히 대선도 있는 해라서 미래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드높다. 이번 주 있을 거사의 결과가 어찌될지 모르나 저마다 자기가 생각한대로 흘러가길 바랄 것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그 속에서 뭔가 새로운 생명이 싹을 틔워 자생할 것이다. 그렇다면, 고요한 2012년을 보낸 예능은 어떤 한 해를 맞이할 수 있을까? 예능도 새로운 싹을 틔울 수 있을까? 우려와 기대보단 궁금함이 더 앞선다. 우리가 내년에는 더 크게 웃을 수 있을지 말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SBS, KBS,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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