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백로 사진에 덧붙인 동화적 상상력

2012. 12. 1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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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노랑발 쇠백로 가족>

황헌만 글·사진/소년한길·1만3000원

사진의 힘은 사실성이다. 눈을 사로잡는 화려한 색감이나 드라마틱한 형태가 없어도 좋은 사진이 오래 기억에 남는 건 '진짜'의 느낌 때문일 것이다. 황헌만 작가가 새로 출간한 사진동화 <노랑발 쇠백로 가족>도 그런 힘이 있다. 노랑발 쇠백로 두 마리가 짝을 짓고 새끼를 낳아서 그 새끼가 성장하는 과정을 사진으로 구성한 책이다. 책의 사진들 속 강과 논의 배경은 다소 밋밋하고 새들의 깃털은 화려하지 않다. 하지만 책을 보면서 드는, 진짜 쇠백로들이 저렇게 사랑을 나누고 저렇게 새끼를 키우는구나라는 느낌이 오래도록 그 모습을 들여다보게 만든다.

노랑발 쇠백로 두 마리가 논에서 고기를 잡으며 즐겁게 노닌다. 모내기를 하는 농부 아저씨 옆에서 태연하게 고기를 잡는 두 마리의 모습이 재밌다. 짝짓기를 할 때가 되자 둘은 숲 속에 둥지를 짓기 시작한다. 사랑에 빠진 쇠백로의 얼굴은 신기하게도 부끄러운 아이처럼 빨갛게 물들어 있다. 부부가 된 쇠백로에게 세 마리의 새끼가 태어나고 엄마 아빠가 입에 넣어주는 먹이를 먹으면서 아기새들을 쑥쑥 자라난다.

어느덧 성장한 새끼 백로들은 부모의 둥지를 떠난다. 마지막까지 엄마를 졸졸 쫓아다니던 막내도 "쇠백로야, 이제는 살아가는 법을 익혀야 한단다. 지금은 헤어지지만 추워지면 다시 모여서 남쪽 나라로 갈거야"라는 가마우지 아저씨의 충고를 듣고 홀로 세상에 발을 내딛는 모험을 시작한다.

<노랑발 쇠백로 가족>은 사진 다큐멘터리이면서, 또 어느 정도는 허구를 덧붙인 동화다. 사진 속에서 새끼 쇠백로를 쳐다보는 가마우지가 실제로 무슨 말을 했는지는 아무도 모를 테니 말이다. <소년중앙> <어깨동무> 등 어린이잡지에서 사진기자로 이력을 쌓으면서 어린이를 위한 생태사진 동화집을 여러 권 펴낸 작가는 끈질긴 인내심으로 포착한 순간에 따뜻한 상상력을 보탰다. 쇠백로와 왜가리, 흰뺨검둥오리가 모여 멀뚱하게 서로를 쳐다보는 사진 아래 "우리 함께 고기 잡으러 가자"라고 적어놓은 걸 보면, 이 서로 다른 종의 새들이 진짜 친구처럼 느껴져 정겨운 웃음이 나온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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