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의 의자놀이, 박근혜의 불량식품 놀이

장일호 기자 2012. 12. 12. 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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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한 사람들이 만드는 정통 시사주간지'가 12월 대선을 앞두고 색다른 지면을 꾸린다. 박근혜·문재인·안철수 대선 후보를 가장 가까이서 취재하는 < 시사IN > 대선TF 팀원들이 모여 대선 현장을 누비며 보고 듣고 느낀 뒷담화를 적나라하게 풀어놓기로 한 것.

눈앞에 다가온 대선 현장의 사소하지만 의미심장한 순간까지도 독자에게 전달해 그날의 선택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취지다. 이 대선 방담은 12월19일까지 매주 연재한다.

각 후보를 좀 더 솔직하게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기 위해' 방담은 익명으로 전한다.

18대 대선의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됐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주의 주인공은 '의자'였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텔레비전 광고가 방영되면서 문 후보는 '위장 서민 대통령' 논란에 휩싸였고, 연이어 '다운계약서' 의혹이 터졌다. 안철수 전 후보는 여전한 존재감을 과시하며 뉴스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벽보와 포스터, 선거운동원이 공식 선거 돌입을 알린 11월 마지막 주의 방담을 위해 대선 TF가 11월30일 모였다.

ⓒ대선후보광고 캡처 TV 광고에서 문재인 후보가 명품 의혹이 인 의자에 앉아 있다.

보리(보)

:이건 뭐 '문재인의 의자놀이'다(웃음). 변호사, 고위공직자로 살아온 문 후보가 명품 의자 하나 정도는 가질 수 있다. 하지만 대응이 적절치 않았다. 처음에 문 후보 부인 김정숙씨가 트위터에 "부산의 한 모델하우스에 전시되어 있던 중고를 30만원인가, 50만원인가 주고 샀는데 좋아 보였나 보네요. 발품 판 보람이 있어요"라고 했다가, "아파트 모델하우스에 전시됐던 소파를 아는 분이 땡처리로 싸게 샀고 나중에 그걸 제가 50만원에 산 중고입니다"라고 정정했다. 당사자들이야 황급히 기억을 복원해 대응한다고 그랬겠지만, 사소한 디테일이라도 말이 바뀌면 신뢰감이 떨어진다.

수수(수)

:사실, 그동안 문재인 후보가 어설픈 서민후보론을 내세웠다가 이번에 발목 잡힌 거다. 우선 비주얼부터 서민이 아니잖나(웃음). 댄디한 중년 이미지인 데다 예금·보험도 6억원이 있다. 딴에는 박근혜·안철수 후보와 상대평가해 서민이라고 내세웠겠지만, 국민이 생각하는 서민과 문 후보가 생각하는 서민이 달랐던 거다.

옥수수(옥)

:텔레비전 광고 이야기 나온 김에 하나 더 지적하자. 김정숙씨가 커피 날라주고, 남편 옷 다림질 하고, '내조의 여왕'이더라. '여성 대통령'에 맞서는 카드가 고작 가부장인가?

:연이어 다운계약서 의혹도 터졌다. 문 캠프(문캠)의 첫 반응은 당시 관행이었고 법 위반도 아니라는 것이었다. 당장 지난 7월에 민주통합당 박영선 의원이 인사청문회에서 김병화 대법관 후보자에게 다운계약서 의혹을 따져 묻는 장면이 생각났다. 남이 하면 불륜이고 내가 하면 로맨스라 여기면 안 된다. 계속되는 네거티브 공세에 대응을 제대로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민주당에 선거 전략이 있나 싶기까지 하더라.

:설마, 정말, 진짜, 문캠 전략이 단일화 하나는 아니겠지(웃음)?

:일단 기자 단일화는 잘 됐다(웃음). 11월26일 안캠 출입기자들이 대거 문캠으로 넘어왔다. 기자실도 확장했고, 홍어랑 막걸리 놓고 상견례도 마쳤다. 전략은, 음… 박캠이나 문캠이나 '네거티브' 말고는 없는 것 같다.

율무(율)

:브리핑이 많아도 너무 많다. 근데 내용이 거의 '네거티브'다. 한 시간에 두세 번꼴? 오죽하면 민주당 진성준 대변인이 "브리핑이 많아 괴롭다는 이야기 들었다. 선거 초반이라 구도를 잡느라 그렇다"라는 말을 하더라. 그런데 문캠 얘기를 듣다보면 박 후보가 당선되어선 안 되는 이유는 많은데, 문 후보가 당선되어야 하는 이유는 찾기 어렵다.

:2002년 노무현 후보 광고 문구 기억나나? "네, 한나라당 후보는 낡은 20세기와 계속 상대하십시오. 노무현은 21세기와 상대하겠습니다." 문캠은 왜 이런 걸 못 내놓지?

현미(현)

:문 후보는 사람 기억도 잘 못한다(웃음). 지방 유세 일정 중에 한 기자가 풀(대표) 취재를 온종일 동행하게 됐는데, 문 후보가 기억을 못하고 계속 악수하자고 손을 내밀었다더라.

서리태(서)

:안철수 전 후보는 마크맨이 하루라도 안 보이면 "어제는 왜 안 나오셨어요?"라고 안부 묻고 그랬는데….

:악수고, 안부 인사고 박캠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웃음). 어찌나 경호를 열심히 하시는지, 일단 박 후보랑 기자랑 거리 자체가 멀다(웃음).

:첫 유세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

ⓒ오마이뉴스 11월5일 박근혜 후보(왼쪽)가 악수를 피하기 위해 손을 숨기고 있다.

녹두(녹)

:문재인·박근혜 후보 모두 첫 일정을 충청도로 갔다. 나는 박 후보 따라갔는데, 사진을 어떻게 해야 예쁘게 찍을지 자기 검열을 하게 되더라. 박 후보가 '악랄'하다고 할까봐(웃음). 박 후보는 11월26일 단독 토론에서 < 오마이뉴스 > 가 11월5일 보도한 '악수 사양 사진'에 대해 "악랄하게 유포시켰다"라고 발언했고, < 오마이뉴스 > 는 당일 찍은 연속사진 104장을 공개하며 박 후보 발언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 이 밖에도 이 토론은 대본 사전 유출, 편파 진행 등의 논란이 있었다. 어쨌거나 이날도 악수를 많이 사양하더라. 하긴, 사양할 틈도 없다. 경호원들이 하도 둘러싸고 다녀서. 어쩌다 사람들이 잡으면 아프니까, 후보가 먼저 사람들 손을 잡는 방법을 쓰기도 한다.

:문 후보는 가끔 너무한다 싶을 정도로 경호와 상관없이 사람들 틈으로 덥석 들어간다. 첫날 충청 유세 마치고 밤 일정이 서울 광화문이었는데, 그때도 세종문화회관 계단에 모인 지지자들 틈으로 들어가 함께 노래를 불렀다. 사람들이 준비한 선물을 전달해주기도 하고, 축제 분위기이긴 했다.

ⓒ뉴시스 11월28일 안철수 캠프에서 사무 집기들이 철거되고 있다.

:박 후보가 텔레비전 단독 토론 때도 그렇고, 유세 때마다 4대 사회악(성폭력·학교폭력·가정파괴범죄·불량식품)을 이야기하는데, 이게 농담이 아니었다. 나머지야 그렇다 치고 불량식품은 들을 때마다 웃긴다.

:우리가 지금 초등학교 반장 선거 하는 건 아니지?(웃음)

:11월30일 부산 유세를 따라갔는데, 사회자가 박 후보에게 5개 국어(영어·프랑스어·스페인어·중국어)를 한다는 게 사실이냐고 물으니, 프랑스어로 인사했다. 방송기자클럽 주최 토론회에서는 중국어를 하더니(웃음). 지지자들이 '정상회담 하면 다 알아듣겠네'라면서 웅성웅성하더라.

:대통령 되면 외국어에 능통해도 통역 다 붙는다(웃음).

:안 전 후보는 예정보다 일주일가량 늦은 12월3일에 해단식을 갖기로 했다. 후보 사퇴 기자회견 이후 철저히 '잠행'했는데, 11월28일에는 캠프 관계자들과 비공개 오찬에서 "제 개인의 입장이 아니라 지지하는 분들의 입장에서 판단하겠다"라며 지원 방식에 대한 고민을 내비쳤다.

:11월26일에는 손학규 민주당 상임고문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 다 민주당에 어쨌거나 상처가 많은 사람들이다(웃음).

:손 상임고문은 11월27일 문 후보 서울 지원 유세에 처음으로 모습을 보였다. < 저녁이 있는 삶 > 책을 선물하며 슬로건 사용을 허락했는데,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그나마 쓸 만한 구호였다(웃음). 문 후보가 11월29일 열린 호남 유세에서 "마누라 빼고 다 바꾸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정당 혁신을 계속해 나가겠다"라며 이건희 삼성 회장 말을 인용했는데, 글쎄… 안철수 전 후보의 결단도 중요하지만, 민주당이 안 전 후보를 얼마나 끌어안고 갈 수 있을지 여전히 의문이 든다. 전략이 뭔지 아직도 모르겠다니까(웃음).

장일호 기자 / ilhosty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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