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경향 선정 13대 대선의제](6) 세제 개편

김경학 기자 2012. 12. 3.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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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수 없이 세금 제대로 쓴다는 보장 있다면 더 낼 용의 있다"

18대 대선의 주요 이슈 가운데 하나는 복지다. 각 후보가 복지를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놓고 있다. 공약이 아무리 그럴듯해도 재원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재원 마련을 위해 세제개편, 즉 '증세를 할 것인가'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정욱(40)·안기석(37)·박영성(32)·구태우(28)·김보상(25)씨 등 일반 시민 5명이 지난달 27일 경향신문사에서 토론을 했다.

시민들은 복지를 강화해야 한다는 데에 의견을 같이했다. 하지만 재원 마련을 위해 증세가 꼭 필요하다는 의견과, 증세는 재원 마련의 마지막 수단이어야 한다는 의견으로 나뉘었다. 시민들은 특히 부가가치세(부가세)를 늘리는 것에 대해서는 강하게 반대했다. 반면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강화를 놓고는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18대 대선의 주요 이슈인 세제 개편을 주제로 시민 5명이 지난달 28일 경향신문사에서 난상 토론을 벌였다.

토론자들은 공통적으로 복지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지만, 세금을 더 걷는 문제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을 내놨다. 왼쪽부터 박영성씨, 정욱씨, 구태우씨, 김보상씨, 안기석씨 |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 "부가세율 인상은 증세 피하려는 꼼수… 직접세를 얘기해야"

- 지난해나 올해 본인이 세금을 얼마나 냈는지 알고 있나.

안기석 = 직업이 프리랜서라 3.3~3.4% 정도 원천징수를 한다. 아깝긴 하지만 그 정도라도 내서 이렇게 사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세금 3.3%가 심리적으로 부담될 때도 있지만 그래도 그 세금이 제대로 쓰인다는 보장만 있으면 더 내라고 해도 낼 용의는 있다.

박영성 = 일반 근로자라 회사에서 급여 받을 때 세금을 제하고 받는다. 세금을 얘기할 때는 무엇보다 세금이 쓰일 곳에 제대로 쓰이는지가 중요하다고 본다. 연말에 보도블록 고치는 식으로 내년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일부러 쓰는 게 목적이면 세금 내는 그 자체가 아깝다.

정욱 = 나도 프리랜서와 유사한 기타소득자로 분류돼 있어 3.3% 남짓 내고 있다. 세금이 많다 적다라는 것보다 한국의 세금 부담률 자체가 낮다. 세금은 국가나 사회 전체가 변화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재원이기 때문에 제대로 된 틀 안에서 부과하는 건 응당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보상 = 서울에 혼자 살고 있어서 주민세를 6000원 냈다. (웃음)

구태우 = (간접세인) 주류세와 담뱃값을 오랫동안 내고 있다.

- 세금을 더 늘리는 것에 대해 동의하나.

박영성 = 일차적으로 지금 내는 세금부터 확실히 잘 쓰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새는 돈은 없는지. 그래도 부족하면 그때 증세로 넘어가야 한다. 지금 정부 1년 예산이 340조원 정도인데 그게 일목요연하게 쓰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복지 얘기 나오면 꼭 복지 예산을 다루는 집행자가 중간에 가로채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것부터 제대로 체크하면 공돈이 안 빠져 나간다.

구태우 = 최근에 증세에 대해 적극 찬성하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이모가 기초생활수급자로 당뇨병을 오래 앓았다. 얼마 전 뇌경색에 걸려 병원 신세를 졌다. 기초생활수급자라 지원을 받는 게 가능했다. 그래서 생각이 바뀌었다. 증세를 통해 나와 가족이 서비스를 받는다고 체감한다면 증세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으로 바뀔 것이다. 지금 대선 후보들의 공약을 보면 작은 정부보다 큰 정부를 지향하고 이에 대한 정책을 남발하고 있다. 세원이 불투명한 걸 어느 정도 확보해도 공약을 이행하려면 증세 없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국내총생산(GDP) 3% 정도의 증세는 필요하다고 본다.

김보상 = 증세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2009년 기준으로 근로소득세의 85%를 상위 10%가 냈다. 종합소득세의 경우 상위 10%가 전체의 85%를 낸 걸로 알고 있다. 2011년에는 법인세의 경우 상위 10%가 97%를 냈다. 증세하면 자본 이탈과 같은 현상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한국 지하경제가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보다 높다. OECD 평균이 13%인데 한국은 26%다. 이것부터 해결하고 최저세율 없애듯 비과세 부분을 낮추고 그 다음 어쩔 수 없다면 세금을 올려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안기석 = 받는 혜택에 비해 세율이 높지 않다. 물론 세금이 어디에 쓰이는지 투명하게 밝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세금을 조금 더 내도 아직까지는 괜찮다고 본다. 내가 낸 세금이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나에게 돌아오는 경우도 있고 의료보험을 냈기 때문에 예방접종을 싸게 받고 약도 싸게 사듯 세금 낸 만큼 서비스를 받는다고 느끼면 더 내도 된다.

구태우 = 지하경제가 26%를 차지한다고 했는데 그 26%가 어디에 있는 돈인지 생각해봐라.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단란주점인 강남의 '어제오늘그리고내일'의 경우 수만 번의 성매매가 이뤄지고 몇십억원을 탈세했다. 현실적으로 26%를 정부행정력으로 드러낼 수 없다. '지하경제 규모를 줄이고 세원을 투명하게 확보해야 증세를 할 수 있다'는 논리는 레토릭(정치적 수사)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카드로 결제한다. 카드사용이 활성화되면서 자영업자의 세금 탈루는 상당 부분 줄었다. 결국 부유층 탈세를 잡아야 하는데 그렇게 하려면 행정력을 투입해야 한다. 증세를 위해 그런 논리를 들이대는 건 모순이다.

김보상 = 그렇지 않다. 증세 리스크는 스웨덴 같은 복지국가에서도 나타났다. 1970년대 스웨덴은 평균세율을 60%, 법인세를 57%로 올렸다. 당시 상당한 규모의 엑소더스가 생겼다. 다시 1991년에 세제를 개편해 정상화했는데 엑소더스를 메우려고 부가세율을 20%로 올렸다. 과연 증세가 해답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현 정부에 대해 감세했다고 욕을 많이 하지만 2007년 노무현 정권 말기에는 세금이 160조원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기준 30조원 정도 늘어 190조원으로 알고 있다. 이 증가율은 경제성장률보다 높은 수치다. 과연 증세만이 세금을 더 걷는 방법인지 의문이다.

- 세금을 늘린다면 누가 더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하나.

정욱 = 증세는 부의 재분배 측면에서 당연히 소득이 더 많거나 부를 갖고 있는 사람이 더 내야 한다.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에서 많이 부담해야 한다고 본다. 세금과 관련한 문제가 있을 때는 서민은 사실 저항할 기술이나 능력이 부족하다. 오히려 자산가나 대기업 같은, 상대적으로 부를 가진 쪽이 세금 문제를 효과적으로 피해 나갈 수 있고 피해 나갈 능력이 훨씬 많다. 탈세를 막는 데 집중, 징세를 투명하게 집행하는 시스템을 갖춘 뒤 증세를 해야 조세가 가진 부의 재분배 기능을 할 수 있다.

박영성 =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무조건 돈 많이 버니 더 내라, 이런 식이면 '칼'만 안 들었지 '강도'나 다름없다. '돈이 많으니 나쁜 놈'이라고 낙인 찍어버리면 선량하게 자수성가한 사람이거나 나중에 큰 기업 만들 사람이면 솔직히 기분 나쁘지 않겠나.

안기석 = 만약 내가 100원 벌고 앞 사람이 20원 번다고 치자. 앞 사람에게 세금을 10% 떼고 나한테 30% 뗀다고 해도 내가 더 많이 가지고 있는 거다. 보통 회식하거나 친구를 만났을 때 1차는 1만원씩 회비를 내지만, 2·3차는 회비보다 그날 돈이 있는 사람이 '내가 여기 반 낼 테니 나머진 너희가 나눠서 내라' '내가 오늘 다 내겠다' 이런 식으로 하지 않나. 이걸 확대하면 논리적 비약이 있을지라도 비슷한 개념이라고 본다. 아무리 자수성가했다고 할지라도 그걸 벌기 위해 간접자본 같은 사회자원을 많이 활용했다. 그걸 활용했으면 그에 대한 사용료의 개념에서 내야 한다고 본다. 물론 그 돈을 내면 그걸 또 써서 더 벌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은 있어야 한다. 많이 버는 사람이 많이 내는 건 당연하다.

정욱 =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산을 더 가진 사람이 자산을 불리는 데 유리한 측면이 있다. 자산가가 세금을 더 내는 문제는 자산가들이 가진 기회에 대한 대가이다. 하지만 구조상 부의 재분배로 소비자 또는 경제의 기틀을 이루는 대다수의 사람이 경제활동을 원활히 할 수 있는 요소가 된다. 그것이 또 자산가들이 부를 늘릴 수 있는, 기업인이든 금융자산가든 그들이 부를 쌓기 위한 동력이 된다. 더 많이 버는 사람이 더 낸다는 것은 단순한 정의의 개념이 아니라 그렇게 선순환 구조가 이뤄지는 것이다.

구태우 = 한국 기업은 부의 재분배를 기대할 만큼의 윤리나 인식을 가지고 있지 않다. 증세, 복지 논의가 단순히 부자들의 톨레랑스(관용)에 기대 부의 재분배 효과를 노린다는 건 지속가능성이 없다. 정권이 바뀌었을 때 정치권력과 얘기해 다시 낮출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속가능한 부의 재분배를 하기 위해서는 톨레랑스를 넘어 내가 낸 세금으로 내가 공공서비스를 받겠다는 담론이 형성돼야 가능하다.

김보상 = 물론 선순환으로 돌아간다는 논리는 이해하지만 부자증세보다 보편적 증세가 현실적이다. 하지만 박근혜 후보 공약에 75조원 들어가고 문재인 후보도 164조원 들어간다고 한다. 과연 부자증세로만 가능한가. 그 돈으로 이 복지공약을 다할 수 있을 것인가. 근로소득세 못내는 사람이 40% 정도 되는데 100원, 200원이라도 낼 사람들은 내게 하는 게 증세하는 방법이라고 본다.

▲ "비과세 감면·공제제도 현실에 맞게 고칠 필요"

▲ "주식투자도 똑같은 거래… 세금 매기는 게 조세 형평"

▲ "세원 부족 '돌려막기 복지', 재정 확보 후 공약 발표를"

- 보편적 증세 방법으로 부가세 인상 얘기가 나온다.

정욱 = 경제에 상당히 안 좋은 영향을 준다. 부가세를 올리면 장부상 이익은 나는데 실제이익은 안 나는 현상이 발생한다.

김보상 = 부가세를 더 매기면 소비자가 부담하는 부분이 있고 제공자도 많이 부담해 물가가 많이 오르지 않을까.

정욱 = 증세를 반대하는 논리 중 가장 큰 이유가 경제에 해롭다는 건데 부가세 증세는 경제에 치명적일 것이다.

- 대학 교수 등 전문가들은 부가세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박영성 = 말도 안된다. 대학 교수들은 학문적으로만 생각하고 학교에서만 생활하고 영업활동을 안 해서 그런 소리를 한다. 만약 교수들이 사업자라면 부가세 올리는 데 반대할 것이다.

정욱 = 5년 전 사업을 했었다. 당연히 내야 할 세금이지만 부가세는 부담이 크다. 부가세는 정확히 내야 하는 것인데 다른 비용에 비해 증빙해야 할 것이 많다. 부가세 인상을 얘기하는 전문가들은 전 세계적인 저성장 시대에 증세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인데 원칙에 맞춰서 증세하는 것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고 생각한다. 증세를 제대로 얘기하려면 직접세를 얘기해야 한다.

안기석 = 담배 살 때,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밥 먹을 때 돈을 더 내는 데 대한 저항이 없다. 그런 면에서 부가세는 조세당국이 거두기 편하다. 당국에서 손쉽게 걷겠다는 얘기밖에 안된다.

- 세금이라는 것이 법으로 정해져 있어도 다 안 내려고 한다.

안기석 = 안 내려는 사람들은 소위 있는 사람들이다. 있는 사람들은 뭘 어떻게 하면 절세나 탈세를 할 수 있는지 아는데 우리는 모른다. 세금 내라고 하면 이중부과인지 뭔지도 모르고 내라면 낸다. 보편적 증세를 하더라도 무조건 똑같이 해서는 안된다.

구태우 = 스페인은 월급의 40%를 세금으로 낸다. 월급의 반을 가져가는 것인데 조세에 대한 거부가 없다고 한다. 지금 스페인 사람들이 긴축재정에 반대하는 건 그만큼 피부에 와닿는 공공서비스 감소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피부로 느낄 만큼 받은 적이 없기 때문에 긴축한다고, 세금 늘린다고 광화문에 안 모인다. 보편적 증세를 얘기하려면 결국 세금을 낸 만큼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을 자리 잡게 하는 것이 우선이다.

- 주식거래 시 양도 차익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과 금융소득세 1인당 4000만원을 상향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구태우 = 한국에서 부동산 거래하면 투기라고 하는데 주식투자도 투기적 속성이 강하기 때문에 금융종합소득세를 올리는 것은 당연한 얘기다.

박영성 = 단타는 투기지만 장기 보유까지 투기로 생각하면 무리다.

안기석 = 집을 거래할 때도 거래기간 상관없이 매매하면 매매에 대한 세금을 매긴다. 주식도 똑같은 거랜데 양도차익에 대한 세금을 개인이 안 낸다고 하는 건 조세 형평에서 안 맞는 거 같다.

정욱 = 현대 조세 철학상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는 건 기본이다. 주식에 관한 건 소득세를 안 매기고 있는데 다만 물리더라도 1년에 한해 손해를 이월해주는 공제방식이라든지 장기보유에는 세금을 공제할 폭을 주고 단타 등 투기성 거래를 더 매겨야 한다. 아마 그동안 세금 안 매긴 건 주식시장을 더 활성화한다든지 과거에는 주식시장을 활성화하며 실물경제에 플러스 주는 것이 우세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금융자본주의화하는 상황에서는 주식시장의 부양과 실물경제가 크는 것은 별개다. 특히 2008년 이후 선진국에서 양적완화하면 한국이나 브릭스(BRICs)로 흘러넘쳐 와서 실물경제랑 무관하게 수익행위를 하면서 우리 경제와 상관없는 자금유입이 많아져 사실상 이제는 명분이 없어졌다.

▲ "종부세는 '부의 재분배'… 전 정권 수준으로 돌려야"

▲ "특혜받아 성장한 대기업, 법인세 회피 노력 지나쳐"

▲ "증세는 사상경쟁 아니다… 공존의 관점서 접근하길"

- 대기업과 고소득자의 공제나 감면이 과도하다고 생각하나.

구태우 = 문재인 후보는 '노무현 정부에서 세수 건드리지 않았을 때 조세부담률이 22.5% 정도 됐다'며 '현 정부가 건드려 19.3%로 내려간 조세부담률을 다시 22.5%로 늘리겠다'고 한다. 복지정책 얘기하며 정치권에서 하는 담론이 대기업 감세나 재벌기업을 악으로 만들어 조세정책을 추진하는 것 같아 문제점이 크다고 본다.

안기석 = 많이 썼으면 더 많이 내야 한다. 전기도 더 많이 쓰고, 사회간접자본도 더 많이 썼다. 택시 타고 더 오래 갔으면 돈을 더 내고, 모범택시 타면 모범에 맞는 택시비를 내야 하고, 할증 때 타면 더 내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 택시요금과 달리 세금은 안 내면 더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증세를 반대하는 쪽에서 증세를 너무 복지로 몰아 가는 건 색깔론이라고 본다.

김보상 = 법인세는 기업이 세금 감면 받으려고 왜곡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기업이 기부금, 연구·개발(R & D) 투자를 했을 때 감면 받는다. 무조건적으로 감면을 없애자는 건 무리가 있는 것 같다. 무조건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

정욱 = 감면이나 공제제도가 1~2년 사이에 한 정권 아래에서 변한 게 아니다. 예전부터 있었는데 환경이 너무 많이 바뀌었다. 비과세 감면·공제 등을 현실에 맞게 고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R & D 감면 공제로 R & D 투자가 활성화되나. 그렇지 않다. 고성장 국면에서는 독려할 필요가 있지만 저성장 국면에서는 경영철학을 떠나 공제·감면 혜택이 순기능보다 현실에 맞게 정상화되거나 축소되는 게 맞는 것 아닌가.

구태우 = 노무현 정부 때 이미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갔다는 얘기가 나왔다. 한국 대기업은 1970년대부터 엄청나게 지속적으로 혜택 받았다. 그래서 각종 감면 등 특혜가 있었는데 이제 양극화가 심해져 권력을 정부로 이동하려면 단계가 필요하다. 법인세를 OECD 평균 수준으로 늘리자는 것이 공정한 자본주의처럼 들려도 역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 정부에서 준비없이 기업에 대한 특혜를 단숨에 뺏어갔을 때 어떤 역효과가 있을지 걱정이다. 고용이나 임금에서 타격이 있을 것이다.

- 기대했던 고용·투자 효과가 나타나지 않아 감면과 공제를 없애자고 하는 것 같다.

안기석 = 기업에서 알아서 하라는 건 자본주의 성격에 안 맞다. 기업은 혜택을 많이 받았다. 과거에는 국가나 사회 차원에서 기업이 커야 좋다고 생각했으니까. 이제 먹고살 만하니 베풀어라 했을 때 '우리가 잘해서 그런 거다. 시장경제 방해다. 사회주의다'라고 하는 건 말이 안된다. 약간의 강제성을 띠더라도 그런 부분은 충분히 인식시켜줘야 한다.

구태우 = 예전 공정위가 삼성 조사하러 갔을 때 삼성 직원이 엘리베이터 앞에서 막고 그 와중에 박스를 옮겼다. 그게 정치권력과 공정위의 현실이다. 정치권력은 기업을 강제로 조사할 수 없는, 약하다면 약한 권력이다. 그런 것을 보면서 법인세 증세와 각종 혜택 감면하는 한국 사회에서 급진적인 걸 할 수 있을까하는 회의적인 생각이 들더라.

정욱 = 이정희 후보가 가장 급진적인 공약을 내놓고 있다. 보수 쪽은 안된다 하고, 문 후보도 법인세 등 법인 관련은 안 건드리고 있다. 유력한 대선 후보가 법인이나 대기업 눈치를 보고 있다. 이 후보는 학계가 다 하자는 것을 하자는 거다. 일몰 규정 없애고 연기한 것 없애서 정상화하자는 게 상대적으로 아주 급진적으로 보인다.

- 종부세를 강화하겠다고 하는데….

안기석 = 집을 거주의 개념으로 보기도 하고 상품의 개념으로 보기도 하는 것이 잘못이다. 상품이라고 보면 당연히 세금을 더 내야 한다. 차도 비싼 차, 배기량이 큰 차를 타면 세금을 더 내는 것이랑 똑같다고 본다. 종부세는 반드시 다시 도입하고 오히려 더 강화해야 한다.

박영성 = 집 개념 자체를 확실히 해야 한다. 보유인지, 투자인지. 사람들이 헷갈릴 것 같다. 종부세가 위헌이라고 하는데….

정욱 = 종부세가 위헌 판결이 나온 것은 세대 합산에 대한 것인데 보수 쪽에서 종부세 자체가 위헌인 것처럼 얘기하는 게 문제다. 6억원을 기준으로 했을 때 부부 공동 명의로 등기를 하면 12억원까지 종부세로부터 자유로워 문제가 없다. 성장경제에서 부동산이 주는 부가 엄청났다. 이제 부동산은 부의 증식처가 아니다. 하지만 이걸 어떻게든 보수 쪽 지지자 입맛에 맞추다 보니 부동산을 어떻게 해서든 살리려 하고 있다.

김보상 = 하우스푸어 등 부동산 경기 침체로 도산위기에 처한 건설사가 많다. 부동산 시장을 묶어야 하긴 하지만 그들도 국민이고 돈을 가진 사람들이니 연착륙할 수 있게, 천천히 빠질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

구태우 = 종부세는 서민이 내는 세금이 아니다. 지자체 수입 중 종부세가 큰 부분을 차지하는 세금으로 알고 있다. 종부세는 부의 재분배 목적이 큰 것이지 서민에게 부담을 주는 건 아니다.

정욱 = 세금은 중요한 정부의 정책 기조다. 종부세 자체가 연착륙을 만들 수 있다. 참여정부 때 수준으로 돌려도 상당히 합리적이라고 본다.

- 대선 후보·대통령에게 세금 관련해 부탁할 것이 있나.

구태우 = 복지국가로 나아가기 위해 증세는 피할 수 없는 논제다. 정부가 국민의 지갑을 열기 위해서는 구체성, 즉 '와닿는 것'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베네수엘라 정부가 국민에게 나눠준 혁명수첩에는 차베스가 앞으로 실현할 공약들이 빼곡하게 적혀있다. 국민이 그것을 보면 나도 이런 혜택을 받을 수 있구나를 알 수 있듯 그 정도 성의를 보여야 한다.

박영성 = 일단 지금 거둬들인 돈부터 잘 쓰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일단 누수되는 돈부터 잡고 부족하면 증세로 넘어가야 한다.

안기석 = 쉽게 번 돈 쉽게 쓴다는 말처럼 조세 저항 없고 간접세로 세수 확보했기 때문에 '모자라면 더 쓰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기본적으로 조세가 투명하게 되는 것이 맞다. 직접세를 높여 받기 힘들다 하더라도 그만큼 거두기 힘들면 더 투명하고 알차게 쓸 것이다.

김보상 = 세원 확충이 되지 않는 정책은 펼치지 않았으면 한다. 예를 들어 서울시가 무상급식 한다고 했는데 그걸로 시설비·영어강사비가 76% 정도 빠졌고, 무상보육은 지금 각 지자체에서 바닥났다고 한다. 서울시립대도 반값 등록금한다고 대학원생 장학금을 폐지한 걸로 알고 있다. 재원 확보했을 때 정말 필요한 정책을 냈으면 한다.

정욱 = 증세는 보수냐, 진보냐 식의 사상경쟁이 아니다. 공존 개념으로 세금 문제를 봐야 한다. 증세 논의가 활발한 것은 증세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미 이룬 것으로 봐야 한다. 대선은 대통령을 뽑는 것일 뿐만 아니라 국민 개개인의 목소리를 모아 최선의 정책을 선택하는 과정이다. 언론이 군소 후보라도 공평하게 정책 대결을 할 수 있도록 해 국민들이 후보들의 정책 검증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해 줬으면 한다.

< 김경학 기자 gomgom@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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