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캠핑 일번지 밀양, 겨울나그네의 홀리데이파크

조선닷컴 미디어취재팀 2012. 11. 24.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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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으로 가는 길은 영화 <밀양>에서처럼 한가롭고 따스했다. 서울에서 1번 고속도로를 곧장 달려 대구를 지나고 청도로 들어서면 곧이어 밀양에 닿는다. 밀양시 단장면 사연리에 위치한 홀리데이파크캠핑장을 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단장천을 따라가다 보면 발 아래 강가에 알록달록하고 정겨운 텐트와 타프의 행렬이 눈에 들어와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푸른 강물빛깔과 어우러져 캠핑장은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하기 때문이다. 그 자리에서 잠시 멈추지 않을 수 없다.

캠핑장 입구로 들어서자, <캠핑타임즈>가 벌써 꽂혀있다. 캠핑장 안쪽에는 사무실과 매점, 공동 주방을 겸하고 있는 널찍한 공간이 보인다. 캠핑장지기 겨울나그네(박준수씨)는 반가운 웃음으로 기자를 맞으며 자리를 권한다. 먼 길 오느라 수고 했다며 안지기님이 따뜻한 커피를 끓여 내온다.

이 곳 홀리데이파크 캠핑장은 젊은 시절부터 스키를 유난히 좋아했던 겨울나그네가 우연히 가족들과 캠핑을 왔다가 반해서 눌러 앉은 곳이다. 2009년 당시만 해도 강가의 유원지로 한 철만 이용되고 있는 정도였는데, 그가 땅 주인에게 캠핑장을 해보라고 권했다. 그렇지만 땅 주인은 콧방귀도 뀌지 않았고 주인을 설득하려고 텐트를 치고 한 달 동안 캠핑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는 주인의 동의를 얻어 9월부터 캠핑장을 꾸미기 시작했다고.

<홀리데이파크캠핑장>은 크게 홀리데이, 파크, 체리의 세 구역으로 나뉜다. '홀리데이' 구역은 그늘이 좋아 여름철에 인기고, '파크' 구역은 햇살이 좋아 가을, 겨울에 인기가 많다. 또 벚꽃이 흐드러지는 '체리' 구역은 봄이면 늘 예약만료상태다. 4월이면 벚꽃이 만개하고 꽃이 질 때는 꽃비가 내려 그야말로 장관을 이루기 때문이다.

3월말, 체리구역 뒤쪽에 있는 매화 밭에서 지금은 매화가 한창이었다. 이 체리구역은 땅 주인이 달라 다시 한 번 더 설득의 과정을 거쳐야 했고, 나무 자리를 캠핑에 맞게 재정비하는 과정을 거치고서 지금의 캠핑장으로 거듭났다고 한다.

캠핑을 하면서부터는 휴일이면 무조건 캠핑장에서 잤다는 그는 직장 생활과 병행하기가 힘들어 작년 3월 퇴직 후, 전업 캠핑지기로 생활하고 있다. <홀리데이파크캠핑장>에서 살고 있는 그는 매주 금요일에 아내가 캠핑장으로 오면 함께 캠핑장을 돌보다가 월요일에 아내와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가 다음날 다시 캠핑장으로 돌아오는 생활을 하고 있다.

앞선 캠핑장을 선도하고 싶다

부산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그는 겨울이면 스키장을 찾아 전국을 누볐다. 그래서 닉네임도 겨울나그네란다. 사실 20대부터 암벽, 빙벽, 해벽의 3대벽을 타던 전문 산악인으로 일간 스포츠나 스포츠 서울에서 여름만 되면 취재하러 찾아오고는 했는가하면, 오륙도 알파인 클럽을 창립하여 초대 회장을 하면서 해벽 대회를 열기도 했고, 그가 소속된 단위 산악회 주체로 전국규모의 암벽대회를 열기도 했다. 스키뿐만 아니라, 다양한 레포츠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부산에서는 처음으로 패러글라이딩을 시도하기도 했고 스키대회에서 상도 여러 번 받았으며 스킨스쿠버 강사로도 활동한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95년부터 휴가 때면 뉴질랜드로 스키를 타러 다녔던 그는 캠핑벤을 빌려 '홀리데이파크(캠핑장)'에서 지내면서 스키를 타고 오는 8박9일의 생활을 하곤 했다고 한다. 당시 경험했던 캠핑과 캠핑장에 대한 여러 생각들이 지금 <홀리데이파크>의 밑그림이 된 것이다.

그가 캠핑을 시작한 것은 당시 아웃도어 토털 장비의 대표수입업체인 <호상사>가 2004년 5월 주최한 3회 대회에 참가하여 오토캠핑을 알게 되면서부터다. 그때부터 그는 산에서 텐트를 치고 산악인 생활을 했다. 그리고 2005년 10월에 장비를 구입하면서 본격적으로 오토캠핑을 하게 되었다. 주로 스키를 즐기며 다닌 캠핑이었지만 그날 이후 오늘까지 주말이면 늘 밖에서 자는 생활을 해오고 있는데, 당시 캠핑장을 다니면서 자신이 불편했던 부분을 생각하면서 <겨울나그네의 홀리데이파크>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앞선 캠핑문화를 선도하고 싶은 그는 지금도 주변에 새로 생기는 캠핑장이나 여가시설에 컨설팅을 하러 다니기도 한다. 얼마 전에도 인근 영천 드림랜드 건설팀에게도 불려가 자신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조언해 주었다. 그는 의령 벽제 야영장의 예를 들어 교통이 열악하긴 하지만 좋은 그늘을 만들어 주는 나무 간격이 좋고, 사이트 면적도 넉넉하며, 배수로와 도로 시설도 좋을 뿐 아니라 주변 경관까지도 훌륭하니, 바로 이런 캠핑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올해 그의 꿈은 <홀리데이파크>에 그럴듯한 목욕탕을 만드는 것이다. 일본으로 가는 배에 있었던 목욕탕을 보고 감명을 받은 이후 그에게 생긴 희망이다. 캠핑문화에서 제일 어려운 것이 씻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연금 생활자의 노후생활, 실버캠프타운

그는 우리의 레저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휴가문화를 선진국 수준으로 만들려면 캠핑장주인장들이 늘 캠핑장을 지키고 있어야 한다. 여름 휴가철에만 캠핑장이 바글거리는 것은 놀러갈 곳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늘 열려있는 캠핑장이 있으면 성수기에 쉬지 못한 사람들도 자신의 시간에 맞춰 와서 쉴 수 있을 것이다. 그는 다시 뉴질랜드의 캠핑 경험을 떠올린다. 뉴질랜드의 캠핑장은 방갈로, 펜션, 케빈, 카라반 등의 여러 주거 형태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연금의 60~70% 정도만 내고도 캠핑장에서 한 달을 지낼 수 있는 여건이 된다.

"뉴질랜드를 보니 캠핑장에 평균적으로 10팀 이상이 15~20일 이상씩 머물러요. 보통 한 캠핑장에 10세대 정도만 머무르면 캠핑장은 유지가 됩니다. 그렇게 되면 주말 손님은 순수익으로 남게 되는 거죠. 우리나라 연금생활자들이 퇴직 후 노후를 편히 즐기며 쉬어야 하는데 그럴만한 환경이 안 되잖아요. 그러니까 가지고 있는 집의 담보금은 경비로 쓰고, 연금을 가지고는 캠핑장 사용료와 식재료비로 쓰면서 캠핑생활을 하면 됩니다. 서로 정보도 얻고 교류를 하면서 자연스레 문화가 형성되죠. 그러니까 캠핑장 주인과 캠퍼가 서로 윈-윈(win-win)하는 관계가 되는 겁니다. 당시 그 문화가 너무 부러웠고 제가 그렇게 만들어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야 저도 나중에 그렇게 다닐 수 있을테니까요."

레포츠를 즐기는 그도 전국을 다녔지만 한 곳에 오래 머물러 보지 못한 점은 늘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 그래서 캠핑장지기 일을 끝내면 연금생활자 캠퍼가 되어 아내와 함께 전국의 캠핑장을 돌아다니면서 살고 싶은 소박하지만 멋진 꿈을 꾸고 있다. 자신 스스로 그런 캠핑장을 찾아야 하기 때문에 앞선 캠핑문화가 하루 빨리 이루어져야 한다고 역설한다.

캠퍼를 위한 캠핑장

94년 7월에 유럽의 알프스 북벽을 올랐던 그는 인터라켄-오스트리아 역 위의 융프라우 캠핑장에서 알파인 텐트를 치고 자다가 동사(凍死) 할 뻔 했던 경험이 있다. 그런데 지금 캠핑장을 운영하고 보니 그때 유럽에서 무심코 보았던 캠핑장이 많이 생각나고 그렇게 만들고 싶은 욕심이 난다고 한다.

그가 꿈꾸는 캠핑장은 유럽에서 보았던 것처럼 캠퍼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이다. 그래서 지금 사무실 겸 공동 주방으로 쓰고 있는 공간을 올해 안에 정리할 예정이다. 인터뷰를 하고 있는 중에도 사람들이 자유롭게 드나들며 뜨거운 물에 설거지를 하고 음식재료를 씻고 있다. 또 생수나 과자처럼 필요한 것들을 사면서도 '무인 판매'라고 쓰인 바구니에 돈을 놓고 가는 식이다.

다들 이 시스템에 익숙해 보인다. 처음 오는 몇 사람만이 물건을 고르고는 돈을 받아달라고 쳐다볼 뿐이다. 그가 꾸민 공동 주방에는 항상 80도의 물이 나온다. 뜨거운 물에 기름기를 그대로 흘려보내 세제가 필요 없는 설거지 방법을 유도하고픈 고심의 결과다.

캠퍼를 위한 캠핑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그는 캠퍼가 아닌 일반 행락객은 받지 않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땅 주인의 아들이 친구들을 데리고 휴가를 보내러 왔다가 낭패를 보고 돌아갔다고 한다.

<홀리데이파크>는 현재 40여명의 골드 회원이 있다. 추가 모집에 대한 요구가 빗발쳐 10명을 추가 모집했을 때는 채 한 시간도 되지 않아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고 한다. 기자가 앉아 있던 시간에도 캠핑장에 도착한 캠퍼들이 내 집처럼 편하게 여기며 드나들면서 캠핑장지기와 가족처럼 인사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홀리데이파크>의 명성은 단순히 캠핑장의 경치나 시설 때문은 아니었다. 캠핑장에서 생활하고 있는 겨울나그네가 회원들을 가족처럼 챙기기 때문이다. 비가 와서 텐트를 못 걷고 돌아가더라도 캠핑장지기가 말리고 걷어 택배로 보내주기도 한다. 또 청소하다가 발견된 용품들을 모아 두면 찾아가기도 하고, 필요한 사람이 가져다 쓰기도 한다.말이 없고 아직도 소녀 같은 눈빛을 가진 그의 아내(이임선씨)는 못 이기는 척 남편을 따라 여기까지 왔다. 하나에 몰두하면 다른 것은 일체 돌아보지 않는 남편이 못마땅하기도 하지만 때론 존경스럽기도 하단다. 친구들이나 주변의 지인들을 봐도 누구도 그렇게 살지 않는다며 따지기도 하는데, 남편은 '본인이 좋으면 그만이지 왜 주위 사람들과 비교를 하고 신경을 쓰냐'고 한단다. 지난 겨울에는 단장천에서 스케이트를 타더니 몇 달 전부터는 저렇게 섹소폰에 심취해 있다며 섹소폰을 부는 남편을 바라본다.

노후를 실버캠프타운에서 보내자는 남편의 제안에도 그녀는 아직 예스를 답하진 않았다. 그렇지만, "남편이 원하니까 나중에는 그렇게 살아야지 어쩌겠느냐"고 기자에게만 살짝 답한다. 캠핑장의 밤은 깊어 가고, 돌아 나오는 등 뒤로 'Love me tender'의 트럼펫 연주 소리가 밤하늘로 울려 퍼진다. 텐트의 불빛이 크리스마스트리처럼 따뜻해 보인다.

●주변 정보

응급기관밀양시 보건소: 경남 밀양시 삼문중앙로 41 055-359-7007 관광지표충사 단장면 구천리 밀양 3대 신비여름에 얼음이 어는 얼음골, 사명대사 비석에 흐르는 땀,종소리 나는 만어사의 경석 밀양의 8경영남루(보물 제147호) 야경, 호박소, 표충사 사계, 월연정 풍경,위양못 이팝나무, 만어사 운해, 종남산 진달래, 재약산 억새 체험관광평리녹색 농촌체험마을(단장면), 방동참샘마을 팜스테이, 공예체험 웰빙 레저인라인스케이트장, 경비행기장, 모형자동차경기장, 밀양강래프팅 정보화마을얼음골 사과마을, 평리 대추마을 영화촬영지밀양, 오구, 똥개, 청풍명월

글·사진 제공 : 캠핑타임즈 ( http://campingtimes.co.kr)(※ 외부필자의 원고는 chosun.com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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