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업계, 신연비 기준 도입 불구 내수용 여전히 구연비로 표시 '과장'

송진식 기자 2012. 11. 8.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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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보다 최대 30% 높아 소비자들 혼란 가중

현대자동차의 '2012년형 엑센트'를 가지고 있는 박모씨(35)는 최근 미국에서 벌어진 현대·기아자동차의 연비과장 논란을 지켜보던 중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미국에서 판매 중인 동일한 엑센트 모델의 표시연비(인증연비)가 ℓ당 14.02㎞에서 13.17㎞로 하향 조정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박씨의 차에 붙여진 표시연비 스티커에는 엑센트가 ℓ당 16.7㎞를 달린다고 돼 있었다.

표시연비가 ℓ당 3㎞ 이상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박씨는 현대차에 항의했다. 현대차로부터 "국내와 미국의 연비 측정 기준이 달라서 그런 것"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박씨는 "기준이 다르다고는 하지만 왠지 속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이는 비단 현대·기아차만의 문제는 아니다. 동일 차종이라도 미국연비 기준과 국내 '구연비 기준' 간 연비차이는 20~30%에 달한다.

정부는 이러한 연비 격차를 줄이기 위해 올해부터 미국기준을 채용한 '신연비 기준'을 도입했지만 대다수 차량이 여전히 구연비 정보를 공개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8일 경향신문 취재결과 현대차 '2013년형 아반떼'의 경우 국내 신연비 기준으로는 표시연비가 ℓ당 14㎞지만 현재 판매 중인 차에는 표시연비가 16.5㎞로 표기되고 있었다. 16.5㎞라는 수치는 구연비 기준으로 측정한 수치다.

국내 연비측정 기준은 1987년부터 지난해까지 미국 환경보호청의 'FTP-75' 기준(구연비 기준)을 따랐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시의 1975년 당시 교통상황을 반영해 만든 이 기준은 날씨나 지형 등 별다른 외부 변수없이 도심을 주행했을 경우 산출되는 연비다.

미국의 경우 이 기준을 쓰다가 2006년부터는 기온 등 외부환경조건을 추가로 반영한 '5사이클' 방식을 연비측정기준으로 삼고 있다. 국내의 경우 지난해까지 구연비 기준을 고집하다가 올들어 5사이클 방식을 도입한 신연비 기준으로 변경했다.

미국이 5사이클에 따라 5가지 조건의 주행테스트 후 연비를 산출하는 반면 국내에서는 5사이클 중 2개 조건의 주행테스트 후 일정공식을 통해 5가지 조건의 테스트 방식으로 수치를 변환시키는 게 신연비 기준과 미국연비기준의 차이점이다. 이 때문에 신연비 기준으로 잘 측정만 하면 동일 차량간 국내·미국의 연비 차이가 크게 나지 않아야 정상이다.

문제는 신연비 기준을 도입하긴 했지만 국내에서 판매됐거나 판매 중인 차량 대다수에는 여전히 구연비 기준 연비정보가 제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신연비 기준을 도입하면서 올해 새로 등록되는 신차가 아닐 경우에는 구연비로 측정된 연비정보를 1년간 제공할 수 있도록 유예기간을 둔 탓이다.

연비측정은 차의 엔진에 실질적인 변화가 없는 한 새로 하지 않는다. 2013년형 아반떼의 경우 올해 나온 차이긴 하지만 엔진에 변화가 없기때문에 올해 1년간은 구연비 정보를 제공해도 문제가 없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신연비 기준 도입 이후에도 구연비 정보를 보고 차를 사고 있는 셈이다.

에너지관리공단 관계자는 "현재 신연비 정보와 구연비 정보가 혼용되고 있어 소비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며 "업체별로 각 차종에 대해 이미 신연비 기준 연비측정이 대부분 끝난 것으로 알고 있지만 마케팅 등 전략적 차원에서 올해까지는 구연비 정보를 활용하는 업체들이 많다"고 말했다.

국내에서의 연비 논란 한편으로 현대·기아차의 북미 연비과장 사태는 집단소송전으로 번지고 있다.

미국에서 현대·기아차를 소유한 23명으로 구성된 원고단은 지난 2일 현대·기아차가 내놓은 보상안을 거부하고 중부 캘리포니아 연방 지방법원에 7억7500만달러(8435억여원) 규모의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는 현대·기아차가 문제 차량들이 모두 폐차될 때까지 최소 매년 1억달러(1090억여원)씩 보상해야 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송진식 기자 truejs@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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