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원 용곡저수지 때아닌 '녹조' 주민들 "4대강사업·골프장 때문"

2012. 10. 31.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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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둑 높여 물 가두자 발생" 주장

골프장 오염물질 유입 의심도

주민들 "농업용수인데…" 큰 우려

어촌공사 "가뭄·기온 탓" 반박

"이 날씨에, 이 시기에 녹조라니…."

전형적인 농촌마을인 충북 청원군 미원면 용곡리가 어수선하다. 미원뜰 절반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용곡저수지가 때아닌 녹조로 몸살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31일 오전 저수지를 찾았다. 짙은 솔잎 색을 띤 물결이 바람에 일렁였다. 이곳은 산으로 둘러싸인 지형 탓에 30분 남짓 떨어진 청주에 견줘 평소에도 2~3도 정도 기온이 낮아 유난히 추웠다. 손이 곱을 정도였다.

벼를 베다가 달려온 김희상 이장은 "추석 직후 저수지가 연둣빛을 띠기 시작해 조금 나아지기는 했지만 한달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녹조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며 "십수년째 멀쩡하던 저수지가 녹조로 덮이면서 주민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4~5㎞ 떨어진 이웃 중리, 율리저수지는 멀쩡한 것으로 미뤄 저수지의 갑작스런 환경 변화가 원인일 것"이라며 "2년 전 시작해 마무리 공사 중인 4대강 둑높이기 사업과 저수지 상류 쪽에 들어선 골프장에 의심이 간다"고 덧붙였다.

김 이장의 말처럼 이곳은 한국농어촌공사 청원지사가 2010년 12월부터 145억원을 들여 저수지 둑을 1.5m(268.5m→270m) 높이는 공사를 해왔으며, 12월 완공을 앞두고 이달 초부터 물을 가둬왔다. 이날도 저수지 상류 쪽과 저수지 둑 위에서는 중장비 등이 굉음을 울리며 공사가 한창이었다.

녹조를 줄이려고 하천으로 물을 흘려보내면서 주민들의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주민 유동희씨는 "녹조로 오염된 물을 흘려보내 지하수로 유입되면 먹는 물조차 위협받는 등 2차 피해가 생길 수 있다"며 "인위적으로 녹조를 줄이려고 편법을 쓸 게 아니라 원인부터 철저하게 찾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농어촌공사 청원지사는 지난 29일 저수지 주변 3곳에서 물 등 검삿감을 채취해 충북도 보건환경연구원에 분석을 맡겼으며, 이날 녹조제거제 200㎏을 저수지에 뿌리는 등 녹조 제거에 나섰다. 골프장 쪽에 저류지의 수질 측정치를 요구하기도 했다.

조구연 농어촌공사 차장은 "둑높이기 공사를 하면서 16만㎥ 정도를 준설하는 등 오염원을 철저하게 제거해, 둑높이기 공사 때문이라는 주민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밝혔다. 김광수 농어촌공사 기반관리팀 과장은 "가뭄, 기온 등 환경 요인 때문에 일시적으로 녹조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다행히 날씨가 추워진데다 녹조 제거 대책이 먹혀들면서 녹조가 조금씩 사라지고 있는 만큼 원인을 찾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둑높이기 사업과 함께 2010년 4월 저수지 상류 쪽 3~4㎞ 떨어진 곳에 들어선 골프장도 녹조 발생의 한 원인으로 의심받고 있다. 이 골프장은 공사 당시 환경오염을 우려한 주민들의 거센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이성우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정책팀장은 "시기적으로 극히 이례적인 용곡저수지의 녹조는 둑높이기 공사로 물이 늘면서 정체된 것과 골프장 등 오염원에서 다량의 오염물질이 유입되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저수지 주변뿐 아니라 골프장 주변 등지의 오염원도 함께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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