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모델·사업가·텐프로 50억대 해외 원정 도박 '충격'

도박 중개업자, 무료 항공편·공짜 도박칩 제공하며 바카라 중독 유도

전 실업육상연맹회장과 드라마 제작 PD, 사업가, 전직 모델, 일명 텐프로 여성들이 무더기로 필리핀 원정도박을 벌이다 수십억 원의 도박 빚을 졌다.

도박 중개업자는 이들에게 무료 항공편, 호텔 예약 등의 편의를 제공하고 카지노 칩을 공짜로 주면서 바카라 도박 중독을 유도했다.

수원지검 강력부(부장검사 심재철)는 필리핀 원정도박 일당 34명을 적발해 도박중개업자 A씨(44) 등 2명을 구속기소하고 도박자 26명을 불구속 기소, 1명을 기소중지, 3명을 입건유예했다고 30일 밝혔다.

검찰은 또 도박자들에게 빌려준 돈을 받아내는 작업을 한 조직폭력배 2명도 기소중지했다.

A씨는 2008년 10월부터 지난 8월까지 한국인 도박자 30여명을 필리핀 마닐라 M호텔 카지노, 공항 카지노 등에 중개하고 50억 원 상당의 도박자금을 대여한 혐의다.

A씨 등은 한국인 도박자에게 체류 편의와 도박자금까지 제공하며 바카라 도박에 중독되게 하고 나중에는 조직폭력배까지 동원해 도박 빚을 회수했다.

A씨는 50억 원 이상을 무상 대여한 뒤 도박자들이 매회 돈을 딸 때마다 딴 돈의 1.25%를 수수료 명목으로 받아 최대 137억 원의 수익을 낸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원정도박 피의자들은 텐프로 여성 11명을 비롯해 전 실업육상연맹회장, 드라마제작 PD, 전직 유명 모델, 출판업자, 선박제조업자, 건설업자, 의료제조업자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텐프로 여성들은 1~3회 도박으로 5000만~3억3000만 원, 이외 피의자들은 1~5회에 걸쳐 4000만~8억 원 상당의 도박 빚을 졌다.

전 실업육상연맹회장과 드라마제작 PD는 두차례 도박에서 각 각 1억5000만 원과 2억2000만 원의 빚을, 전직 모델은 3회에 4억5000만 원의 빚을 졌다.

검찰은 "거액의 빚을 진 텐프로 여성들은 고객인 재력가들에게 접근해 불륜 여행을 미끼로 함께 바카라를 하고 이후 생긴 거액의 빚에 대해서는 서로 책임을 미루는 행태를 보였다"고 말했다.

심재철 수원지검 강력부장은 "공짜 외국여행이나 주점 종업원의 유혹으로 다양한 직종의 국민들이 해외 원정 도박, 불륜도박에 빠져 도박채무자로 전락한 사건"이라면서 "도박채무는 민법상 갚지 않아도 되지만 발각을 두려워해 변제를 회피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홍구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