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현장에서] '가메야마의 눈물' 이후

2012. 10. 29.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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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떨구고 눈물을 흘렸다. 부모의 죽음보다 실직의 고통이 더 크다고 토로하는 후지와라 씨. 샤프 퇴직자인 그의 고백이 아직도 기자의 가슴속에 잔잔한 울림을 준다.

'거북 산'이라는 뜻의 일본 가메야마(龜山)시는 일본 전자업체 샤프의 LCD공장을 유치하면서 천지개벽의 변화를 맞았다. 가메야마 주민들의 인생도 확 달라졌다. 인구 5만명의 촌동네에 세계 전자업계를 호령하던 '100년 기업' 샤프가 들어왔으니 당연지사다.

2004년 이후로 가메야마는 인근 도요타시가 부럽지 않을 만큼 신흥 기업도시로 성장했다. 샤프 유치로 세수입과 지역기반시설이 눈부시게 확충됐고 샤프의 친환경기술을 접목해 환경도시로 거듭나려는 청사진도 세웠다. 하지만 2008년 리먼 사태 이후로 샤프의 몰락이 시작되자 가메야마도 동반 추락했다.

기타가와 마사야스 와세다대 교수는 "샤프가 적어도 10년은 갈 줄 알았는데 5~6년 만에 위기를 맞아 가메야마의 꿈이 무너졌다"고 안타까워했다.

샤프의 마술이 풀리자 가메야마 주민들의 삶은 또 한 번 뒤집어졌다. 가메야마 중심지로 각광받던 히가시마치는 상당수 상점이 문을 닫아 '셔터길'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50년간 가메야마역 앞에서 여관을 운영해온 늙은 노부부는 어떤가. 한때 직원 10명을 두면서 남부럽지 않게 운영해왔던 여관을 최근 폐업하고 잉어를 키우는 게 유일한 낙이다.

기업의 몰락이 지역경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살펴보기 위해 매일경제ㆍMBN 트랜스미디어 취재팀이 10월 초 찾아간 가메야마시의 쓸쓸한 잔상은 몇 주가 지난 지금도 머릿속에 생생하다. 가메야마 르포가 본지에 보도된 이후 많은 독자들의 연락을 받았다. 안타까운 사연이라는 반응이 많았다.

'가메야마의 눈물'은 사실 샤프가 자초한 면이 있다. 샤프가 사카이에 대규모 10세대 LCD공장을 서둘러 짓지 않았다면 가메야마가 이처럼 허망하게 무너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물론 일본의 고질적 엔고와 한국 기업의 맹렬한 추격도 샤프를 압박한 요인일 것이다.

트랜스미디어 취재팀은 가메야마와 대비되는 아산 탕정을 방문했다. 탕정과 가메야마는 글로벌 전자업체가 주축을 이룬다는 점에서 같았지만 분위기는 180도 달랐다. 세계적인 디스플레이 기업으로 잘나가고 있는 삼성이 지역경제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아산 탕정이 지금은 웃음꽃을 피우고 있지만 '제2의 가메야마'가 되지 말란 법이 있을까. 내부적 요인이든 외부적 충격이든 여러 변수로 기업은 생명력을 잃게 마련이다. 더 나은 경영 환경을 위해 기업이 해외로 떠날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주축 기업이 살아야 도시가 살고 지역민들의 웃음도 오래갈 것이라는 점이다. 기업을 비호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기업이 몰락하면 일자리가 줄고 내 이웃이 고통받는다는 이 단순한 사실을 우리가 쉽게 간과하고 있는 게 아닌지 곱씹어볼 일이다.

[황인혁 산업부 차장 ihhwang@mk.co.kr]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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