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 명물 열전] 국내 최연소 포뮬러 드라이버 서주원(경기 성남 늘푸른고 3)군

김세영 맛있는공부 기자 2012. 10. 25. 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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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4 70매 분량 브리핑하며 부모님 설득했죠"

"제 늑골은 강철이나 다름없어요." '국내 최연소 포뮬러(경주용 자동차) 드라이버' 서주원(경기 성남 늘푸른고 3년· 사진)군의 늑골은 수시로 금이 간다. 경주용 자동차가 코너를 돌 때 딱딱한 의자 보호대에 몸이 짓눌리며 생기는 상처다. 부러지고 붙는 과정을 반복하며 그의 늑골은 어느새 강철처럼 단단해졌다.

서군은 월드컵·올림픽과 함께 세계 3대 스포츠 이벤트로 꼽히는 '포뮬러원(F1·온로드〈포장도로〉 경주용 자동차대회 중 최고 단계)'의 국내 첫 드라이버가 될 가능성이 가장 큰 선수다. F1 하부 리그인 '포뮬러 입문 단계'에 들어선 국내 최연소자인 동시에 F1 입문 코스 중 하나인 '카트' 부문 메이저 대회 '코리아 카트 챔피언십'에서 종합챔피언(2010) 타이틀을 차지한 주인공이기도 하기 때문. 카레이서는 경주용 자동차를 운전할 때 나오는 엄청난 스피드로 인해 크고 작은 부상이 잦다. 서군도 마찬가지다. "타박상은 수도 없이 입었어요. 지난달엔 자동차가 전복되면서 뇌진탕으로 단기 기억상실증이 왔고, 지난해엔 자동차가 구르면서 어깨 관절이 찢어져 입원하기도 했죠." 하지만 서군은 지금도, 앞으로도 운전대를 놓을 생각이 전혀 없다. "엔진 소릴 들으면 심장이 미친 듯 뛰고 엔진오일 타는 냄새를 맡으면 기분이 좋아져요. 차를 탈 때가 가장 행복한데 어떻게 (카레이싱을) 안 할 수 있겠어요?"

서군은 초등생 시절 자동차 엔진 소리에 매료된 이후부터 줄곧 '차와 관련된 직업'을 찾았다. 카레이싱에 눈길을 돌린 건 중 2 때 우연히 카트를 운전해 보면서부터. 대번에 '이거다!' 싶었지만 워낙 위험 부담이 커 부모님 설득에 애를 먹었다. "A4 용지 70여 장 분량의 자료를 모아 부모님 앞에서 '카레이서로서의 향후 진로'를 주제로 브리핑을 했어요. 부모님은 결국 '카트 대회 성적을 보고 결정하겠다'며 한발 물러서셨죠." 이후 그는 하루도 쉬지 않고 레이싱 연습과 기초체력 훈련을 병행했다. 이론적 기초를 다지기 위해 차 관련 책도 여러 권 섭렵했다. 차의 기본 작동 원리부터 드라이빙 이론, 규정집에 이르기까지 닥치는 대로 공부했다. 그렇게 출전한 첫 번째 대회(2008·코리아 카트 챔피언십) 성적은 예선 2위. 그때부터 서군의 '레이싱 인생'이 시작됐다.

요즘 서군은 주중엔 웨이트트레이닝으로 기초 체력을 키우고 주말엔 국내 최대 규모 레이싱경기장이 있는 전남 영암에 내려가 훈련을 받는다. 방학 땐 새벽 6시부터 밤 9시까지 연습을 거듭한다. 전문가가 꼽는 서군의 장점은 "다른 선수의 페이스를 읽는 능력이 남다르다"는 것. 이에 대해 서군은 "거듭된 훈련의 결과일 뿐"이라며 겸손해했다. "차를 탈 때도, 경기를 분석할 때도 최선을 다해요.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상대 선수의 경기 형태와 실수 유형이 보이더라고요." 틈틈이 해둔 이론 공부도 적잖은 도움이 된다. "카레이싱은 '0.1초의 싸움'으로 불릴 정도로 섬세한 스포츠예요. 차의 모양·엔진과 오일 종류에 따라 미세한 차이가 발생할 수 있어 좋은 성적을 거두려면 차에 대해 속속들이 아는 게 필수죠."

F1 드라이버가 되는 길은 결코 녹록지 않다. "현재 활동 중인 국내 카트 드라이버는 50명쯤 돼요. 성적을 잘 내야 '포뮬러 입문 단계'에 접어들 수 있죠. 그 단계를 넘어서면 'F3', 그 다음엔 'GP2', 최종 테스트를 거쳐 비로소 F1드라이버가 돼요. 해외에선 보통 6세 때 카트에 입문하면 F1 드라이버가 되기까지 20년쯤 걸려요." 가장 큰 난관은 '비용'이다. 단계를 하나씩 올라서기 위해 받아야 하는 훈련비가 억대 규모이기 때문. 기업 후원 없인 넘기 힘든 장벽이다. "해외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선 자동차대회에 대한 관심이 아직 미미해요. 일단 기량을 최고로 끌어올려 후원 업체부터 구해야죠. 그런 다음, 열심히 노력해 꼭 F1 드라이버가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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