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밥도둑' 간장게장 명가

2012. 10. 19.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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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미

한 종류의 메뉴로 2~3일 전 예약이 필수, 단체 예약이라면 좀 더 서둘러야 하고 손님 중 3분의 1 정도가 일본인인 음식점이 있다. 고단백 저지방 식품인 간장게장 정식으로 유명한 '진미'다.

매년 4월에 서산 활 꽃게를 구입해 섭씨 영하 35도에서 급랭 보관한 후 매일 게장을 담아 2~3일 숙성한 후 상에 낸다.

진미의 간장게장은 다른 지역 마늘보다 위암·혈액암·대장암·간암세포 등에 효능이 탁월한 것으로 연구 결과가 잇따라 발표돼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탄 서산 육쪽마늘과 철분·칼슘·마그네슘·게르마늄 등 미네랄이 풍부한 황토밭에서 해풍을 맞고 자라 알싸함과 향긋함이 특징인 서산 생강, 안면도산 고추 등 전통적인 우리 양념으로 담근다. 조미료는 물론 설탕조차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그 맛이 맑고 곱다.

별다른 비결 없이 최고의 활 꽃게와 식재료로 정성을 다하다 보니 오늘에 이르렀다는 정복순 대표와 백민정 사장 모녀는 갓 지은 밥과 아침에 준비한 반찬으로만 상을 차린다. 그래서 매일 새벽 시장에서 구입한 싱싱한 식재료로 볶고 무치고 졸이고 끓여 상을 차리기 때문에 12시부터 점심 식사가 시작된다.

고운 주황색 알과 통통한 살로 꽉 찬 간장게장과 10여 종류의 반찬으로 차려 내는 상은 어머니의 밥상을 닮았다. 심심하고 달착지근한 게장 속살과 고소한 알이 입 안에 착착 감겨들어올 때면 그 맛에 취해 세상 시름조차 잊어버릴 정도다. 그냥 먹어도 두 눈이 실실 감길 만큼 좋은데, 김과 감태에 밥과 게장을 얹어 쌈을 싸 먹으면 그 맛이 오죽할까.

게 껍데기와 다리 사이의 속살까지 알뜰히 발라 먹고 난 뒤 게딱지 속의 게장을 젓가락 끝으로 살살 긁어 밥을 비빈다. 주황색 게장으로 물든 비빔밥은 삼키기가 아까워 오래도록 입 안에 가둬두고 싶을 정도다.

10여 종류의 반찬 중에서 수플레처럼 부풀어 오른 노란색 계란찜, 바다 비타민의 보고인 검은색 김, 청정 갯벌의 미네랄 덩어리인 초록색 감태, 곰삭은 내음이 풀풀거리는 붉은색 어리굴젓을 매일 상에 올린다. 단백질·비타민C·미네랄이 풍부하고 강장제 효과가 있는 어리굴젓은 별미 중 별미다. 뜨거운 밥에 쓱쓱 비벼 먹어도 좋고 김과 감태에 쌈을 싸면 바다 내음에 취하게 된다. 부드러운 계란탕에 게장 간장을 넣고 밥을 비벼 김과 감태에 싸 먹는 쌈도 일품이다.

소금에 절인 배추와 무청, 늙은 호박을 넣고 자박하게 끓인 게국지는 서산 게국지의 서울 스타일로, 뒷맛이 개운하다. 식사가 끝날 즈음 끓여 내는 구수한 숭늉은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간장게장만 밥도둑이 아니라 맛깔스러운 반찬 모두가 밥도둑인 어머니의 손맛이 배어 있는 곳, '진미'다.

영업시간:12:00~15:00, 17:00~21:30 공휴일 휴무

메뉴:간장게장 정식 3만1000원

위치:서울시 마포구 공덕동 105-127

문의:(02)3211-4468

백지원 푸드 칼럼니스트 bjwon9113@hanmail.net┃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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