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영 '아랑사또전', 급하게 읽은 동화책 한 권

최인경 기자 2012. 10. 19.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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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목드라마 '아랑사또전'이 종영했다.

지난 18일 밤 방송된 MBC '아랑사또전' 마지막 회에선 자신의 몸에서 무연(임주은 분)의 혼을 빼냈지만 결국 죽음에 이른 서씨(강문영 분)의 모습과 서씨의 몸에서 나온 무연의 영혼을 소멸시키고 자신 또한 소멸의 길을 택한 무영(한정수 분), 끔찍했던 자신의 과거를 이겨내지 못해 자결을 택한 주왈(연우진 분)의 모습 등 '죽음'의 연속이었다.

또한 생사부를 구하기 위해 황천숲을 오가는 모진 고초를 겪은 은오(이준기 분)와 아랑(신민아 분)은 아랑을 구하기 위해 지옥행을 택한 은오의 모습 아래 새드엔딩을 짐작케 했지만, 결국 어린 아이로 환생해 알콩달콩한 삶을 이어나가는 모습을 보여 이들은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게 되었다.

하지만 이처럼 많은 이야기를 품은 '아랑사또전'이 이야기를 풀어내는 과정은 그리 매끄럽지 못했다. 이승과 저승을 오가며 이어진 장면 하나하나는 자연스레 이어지기보단 뚝뚝 끊기는 느낌을 자아내게 했고, '아랑사또전'이 20회 동안 품어왔던 아랑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 역시 "아랑을 죽음으로 내몬 것은 아랑 자신이었다"라는 짧은 단서만을 내보이며 모든 것을 매듭지었다.

게다가 연인에서 남매로, 남매에서 저승사자와 선녀로, 환생에 환생을 거듭하며 질긴 운명의 끈을 이어온 무영과 무연은 결국 염소로 환생한 무영과 영혼이 소멸된 무연으로 귀결되며 허탈한 감정을 자아내게 했다. 특히 '아랑사또전'내 가장 악인의 면모를 보였지만 가슴 속 깊은 한을 품었기에 마냥 악인으로 읽히지 않았던 무연은 아무런 한도 풀지 못한 채 소멸되었기에, '아랑사또전' 내 가장 입체적이었던 캐릭터는 그렇게 서둘러 사라지게 되었다.

실제 밀양에 존재하는 '아랑'설화를 근간으로 판타지, 로맨스, 미스터리, 활극 등 다양한 요소들을 버무려 새로운 장르의 탄생을 알린 '아랑사또전'은 담으려던 것이 넘쳐 흘러 결국 마지막에 다다라 힘에 부쳐 헐떡이는 숨을 그대로 드러냈다. 세밀하게 표현되었어야 할 감정선들은 인물들의 대사나 나레이션으로 처리되며 평면적으로 그려졌고, 가장 긴장감이 극대화 되었어야 할 마지막 회는 완성도보단 끝낸다는 것 자체에 의의를 둔 2% 부족한 장면의 연속이었다.

저승과 이승을 오가고, 귀신과 사람이 섞이고, 그 안에서 삶의 지표를 던져주는 묵직한 소재가 오갔던 '아랑사또전', 분명 그간 없던 새로운 시도의 연속이었고 담고 있는 이야기 자체도 흥미진진함이 가득했지만 이것을 풀어내는 과정에서 조금 더 다듬어진 과정을 택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운 감정은 결국 모든 것이 급하게 마무리 된듯 한 느낌을 지울 수 없게 한다.

하지만 주연을 맡은 이준기와 신민아부터 연우진, 권오중, 황보라 등 배우들의 연기는 더할나위 없이 완벽했고, 전설 속 귀신이야기를 소재로 판타지 등 다양한 장르를 버무린 독특함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시도였기에 시청자들은 20회라는 긴 긴 여정을 이어온 이들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어린 은오와 아랑이 함께한 마지막 장면처럼 아름답고 예쁜 동화책 한 권을 만들어낸 '아랑사또전', 분명 흥미롭고 신선한 여정이었지만 너무 많은 것을 숨가삐 담아내려 한 이들의 여정은 결국 동화책은 동화책이었지만 '급하게' 읽어내려 갔다는 치명적인 오점을 안은 채 끝을 맺게되었다.

최인경 기자 idsoft3@reviewsta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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