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애니메이션, 3년째 세계 어린이들과 通하다

2012. 10. 12. 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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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칸에서 열린 최대 영상 시장 '밉콤' 르포 3~6세로 구성된 심사위원단 한국의 '두리둥실 뭉게공항' 최고 인기 작품으로 꼽아.. 한국 작품 3년 연속 그랑프리 대부분 해외투자 받아 제작, 작품 성공땐 외국업체만 이득 "최첨단 IT기술 발판 삼아 다양한 콘텐츠 수출해야"

"올해의 그랑프리는 한국의 '두리둥실 뭉게공항(영문 제목 The Airport Diary)'!"

프랑스 칸에서 한국이 또 한 번 '그랑프리'의 영예를 안았다. 지난 7일(이하 현지시각) 열린 세계 최대 애니메이션 마켓 '밉 주니어(MIP JUNIOR) 2012'에서 국내 업체 디피에스가 만든 '두리둥실 뭉게공항'이 미취학 어린이(3~6세) 심사위원단이 꼽은 최고작으로 선정된 것. 한국은 2010년 '로보카 폴리', 작년 '캐니멀'에 이어 3년 연속 그랑프리를 배출했다.

밉 주니어 행사에서는 매년 15명의 어린이 심사위원단 '키즈 저리(Kids' Jury)'가 각국에서 출품된 애니메이션들을 모두 시청한 뒤 최고 인기작품을 선정한다. 칸영화제의 심사위원 특별상처럼 애니메이션 주 시청자인 어린이들이 순수한 동심으로 뽑은 영예의 상이다. 심사위원으로 참가한 어린이 두 명은 깡총 무대 위로 올라서, 디피에스 남진규 대표에게 상패를 건넸다.

◇투자 미비로 해외 진출 어려움

한국 애니메이션 산업은 국제무대 수상작을 연달아 내고 있지만, 글로벌 경쟁력은 아직 낮은 수준이다. 전 세계 애니메이션 시장 규모는 157억8700만달러(17조6000억원). 북미와 유럽이 전체 시장의 7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 시장은 5억달러(5568억원)로 3.2% 수준에 불과하다. 애벌레 캐릭터의 애니메이션 '라바(Larva)'를 만든 투바엔터테인먼트의 배창일 팀장은 "외국에서는 미키마우스 같은 장수 캐릭터가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받는다"면서 "한국은 애니메이션을 '애들이나 보는 것'으로 취급하기 때문에 투자 유치가 쉽지 않은 형편"이라고 말했다.

밉 주니어에 이어 8일 칸에서 개막한 세계 최대 영상마켓 밉콤(MIPCOM)에는 국내 애니메이션 업체 38개사가 나란히 참가, 해외 투자 유치에 나섰다. 1인당 1000유로(144만원)에 달하는 참가비와 개별 부스 설치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비용 일부를 지원하고 '한국공동관'도 마련했다. 업체들은 자사의 캐릭터 포스터를 빼곡히 한국관 부스 주변에 붙여놓고 해외 바이어들을 맞았다.

작년 행사에서는 국내 기업들이 2600만달러(289억원)의 투자계약을 성사시켰다. 콘텐츠진흥원 유성훈 과장은 "올해는 글로벌 경제위기 때문에 작년만큼 성과가 나지 않을 것 같다"면서 "대부분 해외 투자에 의존하다 보니 실적이 꾸준하지 않고 매년 들쭉날쭉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2009년 애니메이션 투자계약 금액은 1114만달러였지만, 이듬해 유럽발 경제위기를 맞으면서 계약액은 390만달러로 급감했다. 해외 투자를 받아 제작하는 형태가 이어지다 보니, 국내 업체가 기획부터 제작까지 거의 다 해놓고도 해당 애니메이션이 성공하면 외국 업체들만 이익을 보는 현상도 계속되고 있다.

◇IT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

힘겹게 해외시장을 두드리고 있는 국내 애니메이션 업체들은 "그래도 지금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최적기"라고 입을 모았다. 삼성전자·LG전자 등이 스마트폰이나 최첨단 TV 등으로 세계 시장을 주름잡고 있기 때문에, 이를 플랫폼 삼아 국산 콘텐츠가 널리 퍼져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콘텐츠진흥원 김영수 선임연구원은 "20년 전만 해도 한국은 해외 업체들이 캐릭터와 스토리를 다 정해주면 단순 하도급을 받아 납품하는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독자적 수준의 기획력과 기술력을 갖추게 됐다"면서 "이 상황에서 플랫폼과 자금 투자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성장이 오래가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애니메이션 시장을 흔드는 작품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2002년 탄생해 현재 시즌 4편까지 제작된 국산 애니메이션 '뽀롱뽀롱 뽀로로', 2010년에 선보인 '로보카 폴리' 등이 대표적이다. 업체들은 캐릭터를 영상에만 국한하지 않고, 애플리케이션·전자책 등 다양한 IT 콘텐츠로 개발해 수출하고 있다.

전통적인 '애니메이션 강국'인 일본도 위협을 느끼고 있다. 밉콤 한국공동관을 찾은 일본 아사히신문 기자는 "무서울 정도로 추격해오고 있는 한류 콘텐츠로부터 일본 업체들도 시장을 지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홍상표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은 "한국은 내수시장이 작기 때문에 밖으로 나가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구조"라면서 "IT기술을 바탕으로 스토리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세계 시장에 도전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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