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여수산단도 '유독가스 안전지대 아니다'

나영석 기자 2012. 10. 8.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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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석유화학 콤비나트'를 이루고 있는 전남 여수국가산단도 올들어 유독가스 누출사고가 잇달아 발생하는 등 '유독가스 안전지대'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여수시는 여수산단내에 이번 구미의 '불산'보다 더 독성이 강한 '포스겐 가스' 취급업체가 6곳에 달하는 등 상시 가스누출 위험을 안고 있다고 8일 밝혔다.

포스겐 가스는 독일이 2차 대전때 대량 살상무기 제조에 사용했던 독성이 매우 강한 물질인 데다, 최근 누출사고까지 잇따라 주민 불안이 커지고 있다.

여수시는 지난 6월19일 오후 2시50분쯤 금호미쓰이화학(주)에서 포스겐 가스 5㎏ 가량이 누출돼 작업중이던 근로자 80여명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졌다고 밝혔다.

사고는 한낮에 발생한 데다 누출량이 적어 대형참사는 면했으나, 자칫 많은 인명피해를 불러 올 가능성이 컸었다고 시 측은 전했다.

이날 금호미쓰이 측은 안이한 대응으로, 관계 기관에 신고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해결하려다 2시간 후에야 외부에 알려졌다.

포스겐은 일산화탄소와 염소를 활성탄 위에서 반응시켜 얻는 무색 기체로 독성이 매우 강해 마실 경우 몇 시간내에 질식사하는 유독가스다.

앞서 지난 6월7일에도 한국실리콘(주)에서 구토와 두통을 유발하는 '트리클로로실란(TSC)'이란 유독성 가스가 다량 유출 돼 근로자 64명이 중독됐다. 이 가운데 20여명은 가벼운 증상을 보여 응급처치로 끝났으나 40여명은 통증을 호소해 병원 치료를 받았다.

한국실리콘은 여수산단에서 유일하게 '불산'을 연간 30t가량 취급하고 있어 위험이 상존하는 것으로 시 측은 분석했다.

여수산단 한국화인케미칼에서도 지난 1994년과 95년, 2005년에 포스겐 가스가 잇따라 누출 돼 2명이 숨지고, 60여명이 부상하는 등 곳곳에서 유독가스 누출사고가 잇따르고 있다.이런 가운데 업체들의 안전대책 마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나 주민 불안이 증폭되고 있다.

김모씨(67·여수시 삼일동)는 "평소에도 날씨가 흐리면 매캐한 악취가 방안까지 스며들어 늘 두통으로 고통받고 있다"며 "이번 구미의 불산사태를 보면서 불안이 더 커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정남 여수시 안전지도 팀장은 "여수산단 업체들이 법규나 공정상에는 별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유독가스 누출 때 누출량과 도달시간, 예상 피해의 파악 등을 판단한 수 있는 '종합컨트롤 설비'를 갖추지않아 늘 불안하다"고 말했다.

한편 시는 이날 현재 여수산단 155개 업체에서 가성 소다와 염산, 황산, 불산 등 유독성 가스를 취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나영석 기자 ys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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