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같던 '아랑사또전', 얼핏 정치적 함의 보인다

이기은 기자 2012. 10. 4.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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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랑사또전

[티브이데일리 이기은 기자] 한국형 미스터리 혹은 판타지로 일관했던 '아랑사또전'에 또 하나의 새로운 경향, '정치적 함의'가 예고됐다.

MBC 수목드라마 '아랑사또전'(극본 정윤정, 연출 김상호)의 줄거리를 단지 몇 문단으로 요약하는 일은 불가하다. 인물들의 얽히고설킨 애증관계가 '인연의 끈'이라는 옥황상제(유승호 분)의 미명 아래 변화를 거듭하는 일이 그러하거니와, 모든 디테일들이 판타지 자체에 뿌리를 내리고 있어 일부 성숙한(?) 성향의 시청자들에게 있어선 얼핏 황당무계하거나 '만화적'이라는 인상도 남길 법하다.

그런 면에서 14회까지 진행된 '아랑사또전'이 이음새적으로 완벽했던 것은 아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처럼 '아랑사또전'에는 좋은 질료들이 무궁무진함에도 그것들을 한 맥락 안에서 효과적으로 꿰어냈다는, 즉 갈무리된 느낌이 덜하다. 미스터리의 족적을 좇고 또 좇으며 스릴감에 젖어들어야 하는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도리어 추리 과정에서 발목만 묶이게 되는 셈이다.

◆ 얼자 이준기-母 사연, 드디어 골격 드러내

14회 분량의 여정을 기다린 보람이 있었을까. 지난 3일 방송된 15회분, 드디어 구슬이 꿰어지기 시작했다. 이날 은오(이준기 분)는 홍련(강문영 분)과 직면했고 홍련의 몸 안에서는 실종된 줄 알았던 은오의 친모 서 씨(강문영 분)의 영혼이 빠져나와 존재감을 드러내는 장면이 전파를 탔다.

동시에 서 씨의 몸에 홍련, 즉 선녀 무연이 들어앉게 된 사연도 공개됐다. 밝혀진 바에 따르면 서 씨가 최 대감에게 앙심을 품고 그의 밥에 독을 타기 위해 이 집에 숨어들었다는 것.

서 씨가 최 대감 집으로 흘러들어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필연적으로 명백해졌다. '아랑사또전' 초반에 밝혀졌듯 서 씨는 자신의 부모를 역적으로 몰아넣은 '그 놈'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일평생을 살아온 인물이다. 말하자면 서 씨는 세기의 탐관오리 최 대감에게 일생의 복수를 이행하기 위해 아들 은오마저 버린 비운의 어머니다.

여기서 바로 '얼자' 출신으로 신분제적 핍박을 받아온 은오가 수행해야 할 중대한 임무도 생성된다. 어머니의 가슴에 칼을 꽂아야 하는 운명 이전에, 그는 어머니가 조선시대에서 견딘 공시적(共時的) 인생 전체를 구하기 위해 밀양을 갉아먹는 정치적 암세력을 숙청해야만 한다. 그게 바로 서러운 얼자인 은오가 사또복을 벗을 수 없는 이유다.

◆ 백성의 억울함 담은 '정치 무대', 밀양에서 재현될까

한국 설화로부터 영감을 얻었을 것으로 추측되는 '아랑사또전'에 가령 실제로 스토리 원형이 있을까. 극중 주인공 신민아 이름이 '아랑'이라는 점을 단서로 미루어보건대 '밀양아리랑'이 뇌리를 스친다. 밀양 부사의 딸 아랑(阿娘)이 흉악한 관노에게 억울하게 죽은 것을 슬퍼하여 '아랑아랑' 하고 노래를 부른 데서 비롯된 이 형태, 혹시 '아랑사또전'의 진짜 모티브 아닐까.

따라서 '밀양아리랑' 설화와 '아랑사또전'의 이미지에서 연관성을 찾은 이들이라면 극중 처녀 귀신의 억울한 원한이 밀양의 부패한 암세력과 결부되면서 해소되는, 그런 '정치 무대' 의 재현 자체에 무게를 둘 수도 있다.

현재로선 은오가 어머니를 구하는 일은 밀양의 암세력인 최 대감을 숙청하는 일과 맞물려 진행될 것으로 추측된다. 모든 캐릭터를 한 치도 허투루 쓰지 않기 위함이며 조선시대라는 특정 공간성과 문화성을 살리기 위한 이 드라마의 계산된 전략인 셈.

'신분제', '얼자', '탐관오리의 가렴주구', '밀양 백성들의 가난' 등의 키워드로 보일 듯 말듯 미약하게 이어진 이 '정치적 함의'는 인물들의 앞선 희노애락 감정선에 비한다면 물론 단출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엄청난 양의 반짝이는 '구슬'들을 가진 해당 작품 속에서 이 작은 경향조차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이 또한 '아랑사또전'의 또 하나의 확연한 정체성일 터.

은오는 어머니를 어떤 명석함과 올곧음으로 구하게 될까. 얼자 은오의, 역적집안 출신 어머니 구하기가 시작되는 '아랑사또전'은 이제 대단원의 5회 방송분량만을 남겨놓고 있다.

[티브이데일리 이기은 기자 news@tvdaily.co.kr/사진=MBC 방송화면 캡처]

아랑사또전| 이준기 신민아 강문영| 정치적 함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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