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지 조선의 갈등과 모순..'잡지, 시대를 철하다'

이재훈 2012. 10. 2.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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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돈아! 네 이름이 돈이냐? 네 앞에는 군왕도 절하고 장군도 꺼꾸러지고 귀족도 꿇어앉고 만민이 굴복하는구나. 너는 무엇이건데 그리도 위대하냐. 모든 사람들과 모든 나라를 싸우게도 하여보고 제휴하게도 하여보고 울리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느냐. 모든 가정과 모든 민족을 화평하게도 하여보고 낙심하게도 하여보고 일어서 뛰게도 해보고 앉아 울게도 해보느냐?" ('개벽' 제41호, 1923년 11월11일, '돈 아 네 이름이 돈이지!!', P.S.L)

일제강점기부터 광복 직후까지, 옛날 잡지와 신문으로 시대상을 엿볼 수 있는 '잡지, 시대를 철하다'가 출간됐다.

박헌영(1900~1955), 이관술(1902~1950), 이현상(1906~1953) 등 근현대사의 주요 인물을 복원해온 작가 안재성(52)씨가 엮었다.

일제시대 대표적 대중잡지 '개벽'부터 조선공산당 기관지 '해방일보'까지 다양한 미디어로부터 기사를 수집하고 이 가운데 그 시대 사람들의 삶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거나 과거와 오늘을 관통하는 근본원리를 이해할 수 있을 만한 소재를 뽑았다.

잡지의 범주는 다양하다. '개벽'을 비롯해 '별건곡' '삼천리' '신흥' '비판' 같은 사회주의 계열, 소련 모스크바에서 발행된 '모쁘르의 길'과 중국 연안에서 발행한 '조선의용대 통신', 일제가 만주에서 발행한 어용신문 '만선일보'에 이르기까지 좌우 이념을 넘나든다.

또 해방 후 우익 계열 '신천지'부터 중도파 신문이라고 할 수 있는 '새한민보'와 '혁명', 조선공산당 기관지 '해방일보'와 좌익신문 '현대일보'에서 기사를 뽑아 엮었다.

근래 일제강점기를 다룬 책들은 대부분 식민지 경성을 중심으로 한 문화사에 치우치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은 당대 조선이 처한 역사적 환경에 주목한다. 식민지 조선의 정치·사회적 갈등과 모순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풍자적인 글들과 치열한 논평들을 다수 수록했다.

안씨가 이와 같은 주제에 주목하는 것은, 당시의 역사적 사건과 인물들이 오늘날의 삶과 무관한 것이 아니라 "오늘의 현실 속에 촘촘히 박혀 지울 수 없는 밑그림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인식에서다.

"우리 근현대사를 다시 읽어내는 작업을 시도했다"면서 "기존의 정제된 언어로 표현된 역사책 읽기에서 벗어나 당대인의 시선으로 그 시대를 바라보려고 했다"고 전했다. 392쪽, 1만7000원, 돌베개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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