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환의 과학세상] (382) 인공 원소

2012. 9. 26.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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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핵 충돌 '중이온 가속기'서 만들어져

1998년과 2000년에 처음 만들어진 인공 원소 2개의 이름이 결정됐다. 원자번호 114번은 러시아의 핵물리학자 게오리기 플리오로프를 기념하여 플레로븀(Fl)이라고 부르고, 원자번호 116번은 미국 로렌스 리버무어연구소를 기념하여 리버모륨(Lv)으로 부르기로 했다. 원자번호 113, 115, 117, 118번의 인공원소에 대한 국제 공인 절차도 진행되고 있다.

지금까지 정체가 확인된 원소는 모두 114종이다. 그 중 원자번호 92번 우라늄까지의 원소는 모두 자연 상태에 존재한다. 트랜스우라늄 원소라고 부르기도 하는 나머지 22종의 원소 중 넵투늄(Np), 플루토늄(Pu), 아메리슘(Am), 퀴륨(Cm), 버클륨(Bk), 칼리포늄(Cf)을 제외한 16종의 원소는 20세기 후반에 핵분열이 일어나는 원자로나 전기장과 자기장을 이용해서 가속시킨 원자핵을 충돌시키는 중이온 가속기에서 만들어진 인공 원소들이다.

트랜스우라늄 원소들은 반감기가 비교적 짧은 방사성이어서 자연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지구가 만들어질 때 존재했던 트랜스우라늄 원소들은 모두 가벼운 원소로 붕괴되어 사라져 버렸다. 트랜스우라늄 원소 중 6종의 천연 원소들은 우라늄-238이 포함된 우라늄 광석에 극미량이 들어있을 뿐이다. 새로운 인공 원소를 먼저 만들기 위한 과학계의 경쟁은 치열하다. 인공 원소들은 만들기가 어렵고 반감기가 짧아서 산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원소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과학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노력일 뿐이다.

인공 원소를 만드는 연구에서는 미국 버클리의 로렌스 리버무어연구소와 로렌스 버클리연구소, 러시아 두브나의 핵연구공동연구소, 독일 다름슈타트의 중이온연구회가 치열하게 경쟁해 왔다. 일본의 이화학연구소(RIKEN)도 인공 원소 분야에 투자를 하고 있다. 새로운 원소에 대한 우선권을 주장하는 과정에서 서로 다른 이름을 제안해서 혼란이 생기기도 했다. 일본은 2005년 처음 만든 원자번호 113번 원소를 자포늄(Japonium) 또는 리케늄(Rikenim)이라고 부르자고 제안했지만 실험 결과를 공인받지 못하고 있다.

새로 발견된 원소의 이름을 붙이는 과정은 복잡하다. 과거에는 원소를 발견한 과학자가 원하는 이름을 붙이는 것이 관행이었다. 주기율표를 처음 만든 드미트리 멘델레예프는 당시에 발견하지 못했던 원소에 미리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새로운 원소의 발견 과정에서 실험상의 오류도 있었고, 과학자들끼리 서로 다른 이름을 주장해서 혼란이 생기기도 했다. 니오븀(Nb)은 1801년에 처음 발견되었지만 공식 이름이 붙여진 것은 1950년이었다. 유럽에서는 볼프람으로 알려졌던 원자번호 71번 원소도 텅스텐(W)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인공 원소에 대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IUPAC(국제순수ㆍ응용화학연맹)이 2002년에 원소에 이름을 붙이는 절차를 공식화했다. 원소의 발견에 대한 과학적 검토가 완성되기까지는 원자번호의 3자리 숫자를 라틴어의 첫 글자로 나타내고, `-ium'이라는 어미를 붙이는 임시 이름과 3글자로 된 임시 원소기호를 사용한다. 그래서 이번에 이름이 결정된 114번과 116번 원소는 각각 운운쿼듐(Uuq)과 운운헥슘(Uuh)로 불렀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공식 이름은 IUPAC과 IUPAP(국제순수ㆍ응용물리학연맹)이 운영하는 실무위원회에서 우선권을 인정받은 연구진의 제안에 따라 결정된다.

자연에 극미량이 존재하는 원소를 찾아내는 일도 쉽지 않다. 원자번호 43번 테크네튬(Tc)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반감기가 20만년 정도인 테크네튬-99를 자연에서 처음 발견한 것은 1962년이었다. 벨기에령 콩고에서 채취한 우라늄 광석인 역청(瀝靑)에서 0.2ppt 수준의 농도로 들어있었다. 광석 1킬로그램에 0.2나노그램(십억분의 1그램)의 테크네튬이 들어있다는 뜻이다. 1952년에는 적색 거성에도 테크네튬-99가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이덕환(서강대 교수, 대한화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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