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뜻 구분한 암기.. 그물로 훑듯 외울 수 있어"

이해나 맛있는공부 기자 2012. 9. 24. 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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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석10조 한자학습법'으로 특허 받은 백성기 한자교육연구소 주간

"중국이 한자(漢字) 문화를 갖고 있지 않았다면 요즘처럼 국제사회에서 큰소리칠 수 있었을까요?" 백성기(69) 한자교육연구소 주간은 흥미로운 질문을 던지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한자는 뜻과 소리가 글자 하나에 모두 담겨 있습니다. 또 한 글자를 알면 (거기서 파생되는) 열 글자를 깨칠 수 있는 구조로 짜여 있죠. 한자 공부를 열심히 하면 사고력과 유추력이 발달할 수밖에 없습니다."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에 따르면 전국 6449개 초등학교 중 한자 수업을 실시하는 학교는 5069개교(78.6%)에 이른다(2010년 기준). 교과부가 공인하는 한자능력검정시험도 13종(種)이나 된다. 하지만 이 같은 열기와는 별도로 제 이름 하나 한자로 못 쓰는 학생이 수두룩한 게 현실이다. '공부하는 이는 많은데 잘하는 이는 드문' 현실을 바로잡을 묘책은 없을까? 백 주간은 대답 대신 자칭 '필생(畢生)의 사업'인 1석10조 한자학습비법(이하 '1석10조 비법')을 꺼내놓았다.

◇한자 암기, '낚시' 대신 '그물' 써라

한자능력검정시험 1급 획득에 필요한 한자는 3500개다. 매일 10개씩 외워도 꼬박 1년이 걸리는 양이다. 이제까지 통용돼 온 한자 암기법 중 가장 일반적인 형태는 '부수(部首) 중심 학습법'이다. 하지만 백 주간은 부수 중심 학습법의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삼수 변(?G)을 예로 들어볼까요? 삼수 변을 부수로 갖는 단어, 이를테면 '큰내 강(江)' '연못 지(池)' '맑을 청(淸)' '큰 바다 양(洋)' '바다 해(海)' '호수 호(湖)'의 공통점은 '물과 관련 있는 글자'란 사실 하나뿐입니다."

그에 따르면 한자 공부가 어려운 이유는 각각의 단어를 따로따로 익히려는 데 있다. 고기잡이에 비유한다면 이제까지의 한자 암기법은 망망대해에서 낚싯대로 물고기를 한 마리씩 낚아 올리는 방식이란 것. 반면 1석10조 비법은 고기잡이 도구를 그물로 바꾸는 것이다. 그물을 한 번 던지는 행위만으로 여러 마리의 물고기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듯 한자 역시 몇 자씩 묶어 '덩어리'로 암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1석10조 비법의 핵심은 일명 '1석10조 한자 다이어그램'에 있다. 대부분의 한자는 '소리(音)' 부분과 '뜻(意)' 부분이 합쳐져 만들어진 형성자다. 백 주간은 이 사실에 착안해 가로줄엔 소리, 세로줄엔 뜻을 각각 배치해 1석10조 한자 다이어그램을 개발했다. 1급용 한자 3500자를 분석해 세로줄엔 200여 개의 뜻을, 가로줄엔 수백 개의 소리를 각각 배치했다. 이를 두루마리 형태로 만들면 그 길이가 10m에 이른다.

"1석10조 한자 다이어그램에 따르면 1급용 한자 3500개 중 '가' 음을 지닌 건 총 24자입니다. 이를 뜻과 소리 부분에 맞게 배치하고 소리 부분엔 색을 입혀 한눈에 알아보게 표시하면 누구든 직관적으로 한자를 읽어낼 수 있죠. 특히 초등생 이하 어린이에게 적용하면 그 효과가 탁월할 겁니다." 그는 1석10조 비법으로 지난해 7월 특허를 취득했다. 중국어·일본어로의 확장 적용이 가능해 국제 특허 출원도 준비 중이다.

◇효용 높이려면 '생활어'부터 가르쳐야

백 주간은 오랫동안 출판업계에 몸담아 왔다. "컴퓨터 교재를 만들 때였어요. 직원 한 명이 '집적회로(集積回路)'를 몽땅 '직접회로'로 바꿔 적어놨더군요. 한자를 제대로 몰라 생긴 실수였죠. 출판 일 하는 사람이 이 정도면 일반인은 오죽하겠나 싶었어요. 당시 경험이 1석10조 비법 개발에 두 팔 걷어붙인 계기가 됐습니다."

한자 교육은 그 중요성과 가치가 충분한데도 일부에선 여전히 '낡고 고루한 공부' 취급을 받는 게 사실이다. 이와 관련, 백 주간은 "현행 중·고교 한자 교육이 죄다 고전 해석에 치우쳐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자 교육은 주변에서 흔히 쓰이는 생활어 중심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월·화·수·목·금·토·일 등 요일 개념을 한자로 배운 아이는 그렇지 않은 아이와 세상을 이해하는 폭부터 다를 거예요. 한자 자체가 논리력을 기반으로 형성된 문자이므로 한자를 잘 이해하면 요즘 대학 입시에서 '대세'라는 논술에서도 금세 도사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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