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크엔드]秋男秋女 억새와 바람나다..억새축제의 유혹

이승형 2012. 9. 21. 07:5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데일리 이승형 선임기자] 바람에 이리저리 휘날리는 나뭇가지를 바라보며, 제자가 물었다. "스승님, 저것은 나뭇가지가 움직이는 겁니까, 바람이 움직이는 겁니까?" 스승은 제자가 가리키는 것은 보지도 않은 채, 웃으며 말했다. 무릇 움직이는 것은 나뭇가지도 아니고 바람도 아니며, 네 마음 뿐이다. (영화 '달콤한 인생' 中에서)

제법 날이 세워진 바람이 불어 온다. 그 결의 장단에 맞춰 억새밭이 춤을 춘다.

그 춤에 눈을 빼앗길 때 즈음 바람 한 줄기가 몸의 틈새를 파고든다. 결국 마음마저 스치우더니 이내 사라진다.

이별을 고하는 야속한 애인. 옷깃을 여미어 봐도 소용없다. 움직이는 것은 바람도, 억새도 아닌, 마음이기 때문이다.

가을의 스산함이 억새를 낳았다. 바람이 준 선물. 해마다 이 맘 때면 여름으로 지친 우리들을 향해 이리저리 유혹의 손짓을 한다. "방심하지마. 흔들어 버릴테니까."

흐린 가을 하늘 아래 흔들리는 하늘공원의 억새잎. 적어도 열흘 뒤면 은빛 자태를 뽐낼 것이다.서영걸 사진작가

◇ 서울 하늘 아래 억새밭

서울특별시 마포구 상암동 482번지. 나즈막한 언덕배기가 하늘을 이고 있는 이 곳은 하늘공원.

억새들이 하나둘 푸르름을 벗고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아직은 이르지만 한가위가 지나면 보름달빛에 익은 은빛 억새들이 바람의 노래를 부르겠지.

운이 좋아 저녁 노을이라도 보는 날이면 이 곳을 찾는 이들은 살아있음에 감사하게 될 것이다.

술 못하는 처녀의 뺨처럼 붉게 물든 노을과 술술 불어오는 하늬바람, 사각대며 속삭이는 억새밭을 보며 무심코 아들딸의 손을 잡거나, 연인의 어깨에 기댈 것이다.

'하늘공원 서울억새축제'는 오는 10월 12~17일 열린다. 올해로 벌써 11회째다. 매일밤 10시까지 진행되는데 야간에는 오색조명으로 억새밭을 밝힌다. 생태관련 전시회와 체험 프로그램, 문화공연이 함께 한다.

굳이 축제 기간이 아니더라도 한번쯤은 가을을 느끼러 가보자. 축제가 아니라고 해서 억새밭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 억새로 유명한 山들의 축제

경기도 포천 명성산의 억새밭. 새파란 가을 하늘과 대조를 이루는 은빛 물결이 장관이다.모두투어 제공

억새를 이야기할 때 명성산을 결코 빼놓을 수는 없다. 경기도 포천에 있는 이 산에는 어림잡아 6만평에 달하는 억새밭이 있다.

억새의 심연(深淵)속으로 빠지고 싶다면 '대한민국 억새 감상 1번지'인 이 곳을 지나쳐서는 아니 된다. '명성산 억새축제'는 10월 12일부터 사흘간 열린다.

억새밭 등반대회와 산상에서의 억새밭 작은 음악회가 준비돼 있다. 주변에 산정호수도 있으니 낭만적인 가을밤 연출에는 그만이다.

울산에 있는 신불산 평원은 끝없이 펼쳐진 억새의 바다로 유명하다. 이 곳에서 10월 2일 전야제를 시작으로 3일까지 이틀동안 '영남알프스 억새축제'가 열린다.

전야제 행사로 음악회와 억새제례 등이 마련돼 있고, 3일에는 산악마라톤대회와 등산대회가 열린다. 마라톤과 등산대회 모두 사전에 축제 홈페이지에 참가신청을 해야 한다.

강원도 정선 민둥산에서는 이미 지난 14일부터 억새꽃 축제가 열리고 있다. 해발 1119m의 민둥산 20만평 가량이 억새꽃으로 뒤덮여 있다. 가히 전국 제일의 억새 군락지다.

오는 21일까지 계속되는 축제 나들이길에 날을 맞춰 정선 5일장을 들러보는 것도 좋다. 곤드레 나물이나 살구씨 기름, 더덕도 맛보고 장터국밥도 먹어보자.

이승형 (woods@edaily.co.kr)

▶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실시간 뉴스와 증권거래, 내 손안의 금융시장 ' 이데일리 모바일 서비스'▶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2.0'▶ 증권전문가방송 ' 이데일리 ON', 고객상담센터 1666-2200 | 종목진단/추천 신규오픈<ⓒ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