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원효와 의상, 역사책을 벗다..쌍화별곡

2012. 9. 20.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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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저널 버즈]

▲ 뮤지컬 [쌍화별곡] 공연장면 중 원효 역의 김다현 배우가 '죽음이란 무엇인가' 넘버를 선보이고 있다.(뉴스컬처)

삶과 죽음은 하나이니 아무것도 두려워할 것 없다. 어느 것에도 얽매이지 않고 떠돌던 자유로운 영혼과 그의 그림자 뒤에 서야만 했던 한 남자가 있다. 모든 것이 달랐지만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만은 같았던 두사람의 역사 뒤편의 일면을 들여다본다. 천년 전, 나라를 사랑한 두 스님과 그들을 사랑했던 두 여인의 이야기, 뮤지컬 [쌍화별곡](연출 이란영)이다.

# 나쁜 남자 원효 vs 엘리트 의상=그동안 알고 있던 위인 원효대사와 의상대사의 모습은 찾기 힘들다. 역사책의 한꺼풀을 벗겨내자 기록 뒤에 숨겨진 그들의 새로운 일면이 드러났다. 왕 앞에서도 고개를 빳빳이 든 채 "전쟁의 피냄새에 진저리가 난다"고 말하고 아름다운 공주에게 추파를 던지는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나쁜 남자 원효(김다현 분)의 매력이 흘렀다.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사는 그의 뒤치다꺼리(?)는 의상(김순택 분)의 몫이었다. 화랑에게 쫓기는 원효를 옷 뒷자락에 숨겨주는 등 위기의 순간마다 기지를 발휘해 원효를 도왔다. 부러울 것이 없었던 그가 되려 원효의 천재성을 발견하고 질투심을 느끼는 모습은 오히려 인간적으로 느껴졌다.

특히 원효 역을 맡은 김다현 배우의 연기가 돋보였다. 전작인 뮤지컬 '라카지'에서 여자보다 더 예뻤던 마담 자자의 흔적은 사라지고 여심을 사로잡는 매력을 가진 나쁜 남자 원효만이 남았다. 능글능글하게 사고만 치고 다니는 철없는 낭도에서부터 역병에 힘겨워하는 민중을 구하는 영웅까지 정반대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그의 눈빛이 빛났다.

# 귀를 울리는 넘버=강렬한 사운드가 돋보였다. 오프닝 곡 '죽음이란 무엇인가'부터 강렬한 록 사운드와 웅장한 오케스트라가 만나 관객들의 귀를 울렸다. 전장에 앞서 "두려워하지 마라"라고 외치는 10여명의 낭도들과 원효의 액션이 펼쳐졌다. 창과 활을 들고 무대를 누비는 카리스마 있는 군무와 합창이 대극장을 가득 채웠다.

록, 발라드, 국악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오케스트라로 서로 어우러진 음악이 라이브 연주로 전달됐다. 해골물로 인해 얻은 원효의 깨달음을 전하는 '일체유심조'와 원효를 그리워하는 요석공주의 '물에 비친 달', 그리고 의상의 질투를 담은 '나는 누구인가'까지 주인공 세 사람의 개성이 돋보이는 노래가 절묘하게 만나 웅장한 사운드를 만들어 냈다.

원효가 전하려던 깨달음의 메시지가 다양한 뮤지컬 넘버로 재현됐다. 특히 2막이 시작되고 펼쳐지는 '무애가' 넘버에선 관객들의 박수 소리가 이어졌다. 원효가 들고 다니던 바가지를 뜻하기도 하는 무애는 "일체무애인 일도출생사(一切無碍人一道出生死, 삶과 죽음은 마음에 달렸으니 괴로워 하지 말라)"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우리 고유의 선이 살아있는 안무와 따라하기 쉬운 수화 동작, 흥겨운 국악리듬이 더해져 절로 어깨춤이 나왔다.

# 눈길을 놓치지 않는 무대=천년 전, 원효와 의상이 살았던 신라의 모습이 무대 위에서 재현됐다. 금빛으로 수놓인 신라 왕실의 의상과 화랑의 문양, 절간에 장식된 꽃 격자무늬가 화려한 듯 차분한 신라의 문화를 표현했다. 또한 그림자 실루엣으로 숲을, 한편의 그림으로 강가를 그려내 몽환적인 느낌을 줬다.

배우들의 동선에 맞춰 쉴 새 없이 움직이는 무대가 돋보였다. 전쟁터를 휩쓰는 원효를 따라 회전하거나 의상이 불법을 설파하며 옮기는 걸음을 따라 움직이는 등 자연스럽게 배경을 변화시켰다. 최대한 암전을 자제하면서 관객들의 시선이 배우들을 따라가도록 해 집중도를 높였다.

*원효 역을 맡은 김다현 배우는 "연기를 하면서 정말 스님처럼 인생의 깨달음을 얻어가고 있다"며 "역사 뒤편에 숨겨진 원효의 인간적인 모습을 표현하고 싶다"고 밝혔다.

"사랑이 있었던 곳엔 이별이 있고, 탄생이 있었던 곳엔 죽음이 따르네" 마음 가는 곳을 따라 살아갔던 자유로운 영혼 원효의 꿈을 담은 뮤지컬 [쌍화별곡]은 오는 9월30일까지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이 기사는 뉴스컬처에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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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라 기자(mailto:news@ebuz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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