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이하다'와 '특기하다'가 같은 말?

2012. 9. 19.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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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말옳은글] 문법과 어법이 필요한 것은 소통의 최소한의 조건

[미디어오늘 강상헌·언론인] 어떤 스포츠신문, '비운의 여배우 아무개 씨' 제목의 기사 한 토막이다. 종이신문에도 실렸고, 웹페이지(인터넷신문)에도 올랐다. 기자 이름(크레딧)도 붙어있는, 말하자면 그 신문의 정식 기사다.

"이 병원은 아무개 씨 사망 후 경찰 조사를 받았다. 당시 경찰은 이 병원에 대해 특이할 만한 부분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 병원에 대해 잘 아는 이들의 주장은 다르다."

이 대목을 읽고 나서도 필자가 왜 이 글을 인용(引用)했는지 이유를 짐작하지 못하는 이도 있을 줄 안다. 강의 때, 이 경우 '특이할만한 부분'을 '특기할만한 부분'으로 고쳐야 한다고 얘기했더니 어떤 학생이 바로 "군대 주특기와 같은 건가요?" 하고 묻기도 했다. 당황했다.

문법(文法)과 어법(語法)은 필요하다. 이 사람의 '가나다'와 저 사람의 '가나다'가 서로 같거나 최소한 비슷해야 하기 때문이다. 소통(疏通)의 최소한의 조건이다. 위의 경우는 그 법칙에 맞지 않은 것이다.

'특이(特異)하다'는 특별히 다르다, '보통'에 비해 도드라지다는 뜻의 형용사(形容詞)다. '특별하다'다. 두 말 모두 '-ㄹ만하다'라고 쓸 수 없다. 그냥 '특이하다'라고 쓰는 것이 맞다.

이 법칙, 문법 또는 어법은 관습(慣習) 관행(慣行)으로 굳어진 것을 약속으로 정한 것이다. 물론 절대적인 것은 아니겠지만, 사람들에 의해 오래 검증된 말 쓰임새의 효율성과 합리성을 전문가(학자)들이 정리하고 보증(保證)한 것이다.

인용한 글은 '특기할만하다'와 헷갈린 경우겠다. 이런 사례가 최근 부쩍 자주 눈에 띈다. 글 관련 데이터베이스를 뒤지면 많다. 어디서 본 듯한 말, 확인 않고 '질러버린' 것이다.

'특기(特記)하다'는 특별한 일로 여겨서 기록하다, 특별히 쓴다는 뜻의 동사(動詞)다. '특기할만하다'는 보통의 사물이나 상황과 달라 (그냥 지나치지 않고) 도드라지게 쓰거나 언급(言及)할 가치가 있다는 뜻. '특이한 경우여서 특기할 필요가 있다'고 쓰면 적당한 용례(用例)겠다. 위의 '특이할만한 부분'은 '특이한 부분'이나 '특기할만한 부분'으로 잡으면 자연스럽다.

군대 주특기(主特技)는 군대에서 그가 맡는 기능(技能), 군인 개개인의 특기를 말하는 것이다. MOS(military occupational speciality)다. 따라서 오늘의 주제인 특이(特異)나 특기(特記)와는 전혀 다른 말이다. 요즘 사람들 두뇌에 한자의 개념(槪念)이나 우리글 낱말의 속뜻에 관한 생각이 없어지면서 이런 일이 자주 눈에 띈다.

우리글은 소리를 고정(固定)하는, 즉 말을 붙들어 매는 부호(符號)로서의 능력이 탁월하다. 그러나 동음이의어(同音異義語) 즉 소리가 같은 여러 말의 뜻을 구분할 경우에는 전후(前後)관계[영어의 넥서스 nexus]나 '감'(感)으로 대충 때려잡아야 하는 어려움을 겪게 한다. 당연히 말과 글의 명료성(明瞭性)이 떨어진다. 그 희미함은 자주 소통의 성능을 떨어뜨린다.

관습과 약속, 법칙의 제정(制定)이나 폐지는 전문가들의 영역(領域)이다. 형용사, 동사 등의 문법적인 사항은 우리 시민들은 몰라도 된다. 운전자가 자동차 정비사나 조립공일 필요는 없다. 그 활용법(운전)만 이치에 맞게 익히면 수많은 다른 경우에 적용할 수 있다.

그러나 언어의 현장에서 보이는 이런 혼동이나 무리(無理)는 바로 풀어야 할 우리 모두의 숙제다. 살아있는 동식물처럼 언어 생태계(生態系)는 진화(進化)한다. 우리의 말과 글의 쓰임새를 항상 관심 가지고 살펴야 하는 이유이며, 뜨겁게 사랑하는 방법이고, 자랑일 터다.

<토/막/새/김>

유난스레 다르거나 뛰어나다는 특별 특수(特殊, 特秀)라는 낱말을 이끌고, 그 밖의 별난 경우나 상황을 묘사하거나 제목을 다는데 쓰이는 글자가 特이다. 어원을 보니 부수자 牛[우]는 소 牛, 그 옆의 사(寺)는 절, 원래 特은 제사(祭祀) 지낼 때 제물로 쓰는 희생(犧牲) 소였다. 살생을 금하는 부처님 집에서 소를 제물로 썼다니 아니 특별한가 하고 特자 뜻을 푸는 이도 있다. 허나 절로 바뀌기 이전 시기의 寺는 중국의 관청이었고, 포교(布敎)를 위해 국경을 드나들던 인도 스님들에게 숙식(宿食)도 제공했다. 그 관청의 제사에 특별히 좋은 소를 제물로 썼다는데서 생긴 글자가 特인 것이다. 犧牲에도 각각 부수자 牛자가 들어있음을 주목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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